돔박꼿 활짝 핀 봄에 몬저 주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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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62) forgive 용서하다

for·give [fǝrgív] vt. 용서(容恕)하다 
돔박꼿 활짝 핀 봄에 몬저 주어사
(동백꽃 활짝 핀 봄에 먼저 주어야)

forgive는 for- ‘완전히(=completely)’와 give ‘주다’의 결합으로, 그 어원적 의미는 말 그대로 ‘완전히 주다’이다. 용서(forgiveness)의 사전적 의미는 ‘지은 죄(sin)나 잘못한 일(wrong doing)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covering-up)’이지만, 그 본질(essence)은 ‘주어야 하는 것’, 그것도 ‘완전히 주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용서(容恕)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慈悲)이자 사랑이다. 

- 달라이 라마 「용서」 중에서 -

적어도 달라이 라마의 말에 따르자면, 용서란 상처를 준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고(painful) 자기소모적인(self-consuming) 일이기에, 그런 미움이 켜켜이(layer by layer) 쌓여 지칠 대로 지치고(exhausted) 아픈 상태에 있는(in a state of distress)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를 놓아주는 사랑을 베푸는 것이 용서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제주인들에게는 배타심(closed-mindedness)이 있다. 흔히 ‘육지 것들(people on the mainland)’이란 말로 표현되었던 그 배타심은 역사적 피해의식(victim mentality)의 퇴적물(sediment)이다. 19세기 이후부터 일어났던 양제해(梁濟海) 모반사건, 임술민란, 방성칠의 난, 이재수(李在秀)의 난과 같은 민란(uprising)들과 제주4·3항쟁은 제각각 조금씩 다른 원인으로 일어났지만, 그 저변에는 외부세력(external forces)에 대한 저항의식(resistance)이 있고 그 저항을 통해 누적되어 온 미움(hatred)과 원망(deep grudge)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움은 강인함이 아닌 나약함의 다른 모습이다. ‘미움으로는 미움을 이길 수 없다’는 가르침은 단지 영적인 말이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미움을 통해 얻어진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미움이나 분노를 통해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용서를 통해,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또는 국가적, 국제적인 차원에서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는 평화에 이르게 되고 진정한 휴식과 행복에 이르게 된다. 용서를 실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일이다.

- 달라이 라마 「용서」 중에서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4월 3일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돼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73주년 기념일이다. 용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겨보면서 그 실천을 다짐하는 새로운 진일보가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흔히들 ‘용서를 통한 화해(reconciliation)와 상생(coexistence)’을 말하지만, 용서도 쉬운 일이 아니고 화해와 상생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용서가 선행돼야만(must be done first) 닫혀져 있는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진정한(sincere) 용서가 있어야만, 피해자(victim)와 가해자(victimizer) 사이에 꼭꼭 닫혀져 있는 문의 걸쇠(latch)를 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3일은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어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significant) 73주년 추념일(memorial day)이다. 제주에 진정한 봄이 찾아왔다는 의미를 담아 ‘돔박꼿(camelia flowers)이 활짝 피엇수다’라는 표제(title)로 추모식을 갖는 만큼, 용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겨보면서 그 실천(practice)을 다짐(resolution)하는 새로운 진일보(a major step forward)가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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