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31일 성산 주민과 대화서 '국토부 갈등위원회' 언급...국토부 "그런 회의자리 없어" 손사래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성산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성산읍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토부 갈등관리위원회 압도적인 다수가 제2공항 여론조사는 참고용일 뿐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돌발 발언한 데 대한 진위 여부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원 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 30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지역주민 간담회를 갖고 지역 자생단체장으로부터 민원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갈등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 

"제가 파악하고 저희를 도와주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지난주에 무슨 갈등관리 협의회, 위원회가 열렸는데, 거기에는 시민단체 성향 분들도 있고 여러가지 전문가들도 있고 한데, 압도적인 다수가 '여론조사로 국책사업, 안전과 국가의 미래 인프라가 걸린 문제를 여론조사는 참고용이지 그걸 가지고 국가가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갈등 조정할 수 있는 노력을 더 하되 정상 추진해라' 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이미 제출했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단순히 이게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에 대해서 정말 길게 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또 원칙적인 차원에서 이걸 바라보고 도와주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제가 참고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원 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은 내용이다. 이 워딩을 살펴보면 국토부는 지난주 갈등관리위원회로부터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하라는 의견을 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위원회 내부 '압도적인 다수'가 국책사업을 여론조사 결과에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 원 지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제주의소리]가 여러 경로로 국토부에 교차 확인한 결과 원 지사의 발언은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우선 원 지사가 정확한 명칭을 지칭하지 못했던 갈등관리협의회 내지 위원회는 국토부 내부의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지목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당 위원회는 최근 개최된 적이 없었다.

굳이 거슬러 올라간다면 올해 초 갈등관리종합계획에 대한 이상이 없는지 심의를 한 것이 전부였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자리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서면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갈등관리 총괄부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회의는 국토부의 전반적인 갈등 현안에 대해 점검하는 자리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의견만을 집중적으로 주고받지도 않았다. 즉, 애초에 '압도적인 다수'의 의견을 모을 기회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외에 별도의 회의가 진행됐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갈등관리·기획조정을 담당하는 부서와 제주 제2공항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에 교차 검증한 결과 해당 부서로부터 "관련 회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제주도 관계자 역시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 지사 개인적으로 전해들은 정보인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심지어 [제주의소리] 취재가 시작되면서 국토부 측이 도리어 제주도 측에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한 진위를 물어오는 촌극까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원 지사가 발언한 '국토부 갈등관리위원회'는 명칭도 명확치 않고 시점도 불분명했다.

제2공항 추진을 놓고 지역사회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예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도민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원 지사가 '제2공항 강행' 의견에만 유리하게 적용해 발언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내부 사정에 밝은 모 인사는 "원 지사의 발언 내용으로 봐서는 진행됐을법한 위원회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 뿐인데, 최근에 열린 기록이 없으니 내부에서도 무척 당황해하고 있다"며 "위원 개인이 지사와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 석상에서 그 내용을 마치 위원회의 의견으로 언급한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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