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미얀마까지...4.3미술제가 안내하는 ‘역사의 풍경’
제주에서 미얀마까지...4.3미술제가 안내하는 ‘역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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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미술제 ‘어떤 풍경’ 4월 30일까지 개최...미얀마 민중 지지 선언
ⓒ제주의소리
올해 4.3미술제가 열리는 예술공간 이아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70여년 세월을 뛰어넘어, 제주에서 미얀마까지 머나먼 공간을 뛰어넘어, 역사의 풍경을 순례하는 전시가 열린다.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과 4.3미술제준비위원회가 준비한 ‘2021 4.3미술제-어떤 풍경’이 4월 2일 개막했다. 삼도2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와 포지션 민 제주에서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과거 제주4.3에서 시작해 현재 진행형인 미얀마 민중항쟁까지 국내·외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민초들의 아픔과 저항을 알리는 미술 작품 56점을 준비했다.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작품부터 인물의 미세한 주름까지 감정을 놓치지 않는 사진, 작가 의식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설치 작품까지, 4.3미술제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통해 역사의 풍경으로 안내한다.

예술공간 이아로 들어가면 정정엽 작가의 ‘3만 개의 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4.3 당시 희생당한 3만 제주도민을 기억하며 30개 화폭에 모두 3만개의 붉은 점을 그려 넣었다. 

박정근 작가의 ‘4.3 지금 여기’는 얼굴 잡티, 주름까지 온전히 보여주는 고화질 사진으로 4.3 유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손에는 이름, 나이, 그리고 70여년 전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적혀 있다. 오직 사진과 엉성한 글자뿐이지만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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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작가의 '3만 개의 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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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작가의 '4.3 지금 여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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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이승수 작가의 ‘4월’은 칼빈 소총 모양의 불탄 나무 위에 꽃이 피어있다. 죽음과 상처를 딛고 피어나는 희망, 아니면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4.3의 상처 모두를 말해주는 것 같다.

이지유 작가의 ‘이대통령 제주도 시찰’은 4.3 직후 제주에 시찰 온 이승만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을 그렸다. 작품은 화폭 테두리에 표현을 더하면서 관람객이 마치 동굴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상처 입은 제주도민들에게 관광지 개발이란 청사진을 안겨준 권력자를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구럼비 바위와 강정 앞바다를 거대한 규모로 그려낸 박영균 작가의 대작 ‘꽃밭의 역사’, 여순사건 보고서 속 희생자 명단 2269명을 차분하게 나열한 오석훈 작가의 ‘진혼 여순 1948’, 한민족 민중 항쟁의 역사를 요약한 전정호 작가의 ‘천도를 비옵니다’, 재일 김시종 시인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한 양동규 작가의 ‘진달래로 타오르는’, 깊은 곶자왈 숲과 폭낭 나무에 집중한 이명복·김산 작가.

그리고 대만 린이치(林羿綺) 작가와 오키나와 이시가키 카츠코(石垣克子), 요나하 타이치(与那覇大智), 가네시로 준코(作家名 兼城淳子) 작가 뿐만 아니라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을 알리는 국내외 작품과 이미지들까지. 4.3미술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긴 여정을 안내해준다. 전시 총 연출은 이종후 작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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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작가의 '이대통령 제주도 시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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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작가의 '꽃밭의 역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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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미군기지 공사현장 투쟁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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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4.3미술제 준비위원회는 전시 설명에서 “4.3 이전에는 강제검의 난, 방성칠의 난, 이재수의 난, 항일운동, 해녀투쟁이 있었고, 4.3 이후에는 탑동투쟁, 강정투쟁, 제2공항반대투쟁이 있다. 모두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라며 “저항은 매 국면마다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생존권, 인권, 통일, 평화, 환경, 민중의 자율적 가치가 권력의 일률적 가치와 충돌하며 만들어 낸 기복들이다. 수많은 기복들을 하나의 지평으로 수렴시켜 보자. 이를 멀리서 바라보면 지평은 ‘어떤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탐라미술인협회와 4.3미술제 참가자들은 이날 개막식에서 ‘미얀마 쿠테타 시민 불복종 시위 지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의 시민은 70여 년 전 제주에서 겪었던 아픔과 다르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을 보며 4.3의 아픔과 5.18의 고통을 겪은 우리 예술인들은 분노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부당한 국가 권력의 폭력에 저항했던 예술인들로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4.3미술제에 함께해온 모든 예술인들은 세계시민과 함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비폭력 예술연대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탐라미술인협회 회원과 4.3미술제에 참여한 예술인들은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며,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 민중을 학살하는 군부와의 모든 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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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중들을 지지하고 군사정권의 폭압을 고발하는 작품과 이미지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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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석 작가의 '뚫리지 않는 방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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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규 작가의 '진달래로 타오르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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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미얀마 쿠데타 시민 불복종 시위 지지 공동선언

미얀마 군부는 반인륜적 범죄를 즉각 중단하라
국제사회는 미얀마 시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즉각 행동하라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모든 협력을 즉각 중단하라 

제주에 봄은 오고 있으나 아직 우리의 4.3은 끝나지 않았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의 시민은 70여 년 전 제주에서 겪었던 아픔과 다르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천진무구한 어린아이들까지 비정한 군부의 총탄에 무참히 학살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며 4.3의 아픔과 5.18의 고통을 겪은 우리 예술인들은 분노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부당한 국가 권력의 폭력에 저항했던 예술인들로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4.3미술제에 함께해온 모든 예술인들은 세계시민과 함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비폭력 예술연대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탐라미술인협회 회원과 4.3미술제에 참여한 예술인들은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며,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 민중을 학살하는 군부와의 모든 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2021년 4월 2일
탐라미술인협회, 4.3미술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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