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주년 4.3추념식 식전공연 추모곡 선곡에 비판 목소리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를 노랫말로 삼아 가수 송창식이 곡을 붙여 잘 알려진 '푸르른 날'이 제73주년 제주4.3추념식 추모곡으로 울려 퍼졌다.
3일 오전 10시 식전 추모공연으로 남성 3인조 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의 목소리로 불려진 '푸르른 날'은 추념식장을 채운 4.3희생자 유족들과 기관단체장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국 분단에 반대하고 완전한 민족의 독립을 열망한 제주4.3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하필이면 대표적 친일작가인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한 '푸르른 날'을 추모공연 곡으로 정했는지 의아해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화 옆에서'를 비롯해 '자화상', '푸르른 날', '귀촉도', '동천冬天' 등 민족적 정서와 가락을 담은 서정주의 많은 시는 국민적 애송시로 사랑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정주는 일제 말기에 징병을 종용하는 글과 친일시를 발표했고, 전두환 신군부를 찬양하는 친독재 행보를 저질러 많은 비판을 자초한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천황을 찬양한 적극적 친일(親日) 작가’, ‘권력에 아부하는 해바라기 시인’이라는 욕된 이름이 서정주에게 따라 붙는다.
이날 추모공연을 지켜본 도민 김 모씨(55)는 "가수 송창식씨가 만든 노래이긴 하지만 노랫가사가 대표적 친일파 시인인 서정주의 작품 아닌가"라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국가추념식에서 왜 하필 이 노래가 추모곡인지 의아하고 통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생전의 서정주는 지난 그는 1992년 월간 '시와 시학'에서 자신의 친일행적 시비와 관련해 "국민총동원령의 강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친일문학을 썼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적극 변론한 바 있지만, 그의 친일.친독재 행적은 씻기 어려운 과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