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3기 대학생 기자단-청년들을 만나다]
(2) 배우, 영화제작자 배진주 “지역 초월 협업 있었으면”

배진주가 연출한 영화 '도토리묵'의 한 장면.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배진주가 연출한 영화 '도토리묵'의 한 장면.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코로나19로 국내 문화예술계 상황은 참담하다. KOPIS(공연예술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국내 2020년 하반기 공연 건수(4197건)는 2019년 하반기 공연건수(8305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매출액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40.2%에 불과했다.  

제주의 경우 2020년 하반기 공연건수는 11건으로 2019년 하반기 공연건수 50건의 22% 수준, 매출액은 7.3% 수준이었다.

타지역과 공연건수 및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도, 서울(공연건수:58.87%, 매출액:46.62%), 경상(공연건수:54.77%, 매출액:18.48%), 경기/인천(공연건수:34.44%, 매출액:9.49%), 충청(공연건수:40.98%, 매출액:7.13%), 전라(공연건수:32.72%, 매출액:18.22%), 강원(공연건수:36.5%, 매출액:18.22%)에 비해 제주도는 공연건수와 매출액 모두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국내 전역 문화예술계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제주 문화예술계의 현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만 말 할 수 있을까? 특히 청년들의 문화예술 향유 문제, 창작자들이 겪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타지역에 비해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다양한 청년들과 만나 다양한 예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월 청년을 만나다 기획의 첫 번째 인터뷰 기사에서 만난 청년들이 한 이야기다.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배우 배진주.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배우 배진주.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아름다운 제주 자연 나누고 싶었다” 

연기, 연출,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배진주(28)씨를 만났다. 그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바탕으로 영화 ‘도토리묵’을 연출했고, 이 작품은 2019년 충무로단편영화제 수상작이 됐다.

“2018년 가을, 제주에 와 살면서 혼자 도내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자연과 독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에 벅차오르는 감동이 컸고 이 감상을 나 혼자만 느끼고 지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제주 자연과 마주하면 떠오른 생각은, 바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영상으로 담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 시간이 흘러 2019년 2월 다시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며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제목은 ‘도토리묵’이다.

“함께할 팀원이 구해지지 않았다면 단지 음.. 이렇게 하면 재밌겠구나 하고 지나갔을 거 같아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저의 발상을 믿고 함께 하기로 작정해 준 팀원들이 있었기에 제작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제작 과정에서 주연 인물에 대한 배우를 선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제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는데 원래는 주연을 맡으려 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캐릭터는 제 자신을 이입해서 만든 캐릭터였고 저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필요했어요. 팀원 중 저의 이미지와 비슷한 친구가 없어 육지에 있는 친구들을 떠올렸지만, 시.공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도움을 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제주 자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도토리묵’은 같은 해 2019년 충무로단편영화제에서 청년, 대학생 부문 대상과 촬영상의 영예를 안았고, 2020년에는 제주혼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도토리묵은 엄청난 고퀄리티의 영화도 아니고 이야기의 짜임성이 아주 훌륭한 영화도 아닙니다. 단지 영화에 대한, 그리고 바다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큰 획을 그은 것은 아니지만 제주에서의 예술, 제주 청년분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금은 제시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에서 도토리묵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올 거라 생각이 돼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따라비오름 정상에 오른 배우 배진주.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따라비오름 정상에 오른 배우 배진주. /사진제공=배진주 ⓒ제주의소리

“지역 넘는 협업”

“협업시스템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예술활동을 원하는 타지역 청년예술가와 다양한 예술활동을 원하는 제주 청년예술가의 협업이요. 아무래도 개개인이 팀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엔 재정적으로나 여러모로 부담이 클 거 같아요. 팀원을 구하는 일 자체부터 어려울 것 같고요”

배진주씨는 제주도에 필요한 점에 대해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 제주의 매력을 담은 공간에 대한 얘기다.

“기획안 공모로 이미 팀인 분들에게 지원해 주는 것도 좋으나 팀 자체를 경험 할 수 있는 지원 사업 체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지원 사업이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들과 짜임성 있는 예술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주 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는, 평소 우리가 떠올리는 딱딱한 분위기의 문화예술공간보다는요. 그 공간 중 한 곳으로는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카페라고 생각해요. 그냥 예쁜 카페가 아닌 사진을 전시하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카페 말이죠. 제주만의 특색이 담긴 멋진 공간이 생겨 그 안에서 예술 활동을 벌일 수 있게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편영화 '소연이의 주전자', '늬들이 뭘 알아', '다단계' 등의 주연을 맡은 그녀는 제주 곳곳에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영화 스터디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는 여러 가지 예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예술 매체를 향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시내 아닌 곳곳에 작은 영화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쉼이 필요한 분들이 한정적인 곳 만이 아닌 영화관에 들어가 힐링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곳곳에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 스터디에서 만든 작품을 상영한다면 제주에 찾아온 예술활동가와 제주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활동가의 소통도 이뤄지고, 도내 많은 청년들이 예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송민재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다짐을 실천할 때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여 작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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