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대학교 사거리 트럭 사고는 7년 전 20대 대학생 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대병원 사거리 사고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이번 사고는 6일 오후 5시59분쯤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5.16도로를 내려오던 4.5톤 카고트럭이 1톤 트럭과 서행 중이던 시내버스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서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또 다른 시내버스를 들이받고 높이 2~3m의 도로 아래 옆 토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정차 중이던 버스에 탑승한 20대 등 3명이 숨졌다. 중상 5명과 경상 54명을 포함해 총 사상자는 62명이다. 하굣길에 사고가 나면서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 발생은 2008년 4월3일 제주시 노형동 1100도로 수학여행 전세버스 사고다. 당시 브레이크 과열로 전세버스 2대가 부딪쳐 학생 등 56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의 의문점은 왜 대형트럭이 5.16도로를 이용했냐는 점이다. 도내 화물운송업자들은 경사도가 심한 5.16도로와 1100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S자 곡선 형태의 굽은 길이 반복되고 내리막 구간이 길어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할 경우 제동력을 상실하는 베이퍼 록(Vapor lock)이나 페이드(Fade)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트럭은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한라봉과 천혜향을 싣고 평화로를 향하던 중 산록도로로 진입해 관음사를 지나 5.16도로로 내려왔다. 목적지는 제주항이었다.
경찰은 다른 지역 출신인 화물차량 운전자가 제주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5.16도로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8월14일에도 5.16도로를 내려오던 4.5톤 카고트럭이 브레이크 과열로 제주대병원 교차로를 지나 넘어지면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기사와 20대 제주대 학생 2명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택시에 타고 있던 대학생 4명은 아라동에서 학교 축제 준비를 하다 함께 택시에 올랐다 변을 당했다.
트럭 운전기사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생수공장에서 삼다수 14팰릿을 싣고 제주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번영로를 이용하지만 사고 차량은 5.16도로를 내달렸다.
당시 트럭 운전기사는 경찰조사에서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하던 중 시동이 꺼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도 제동장치 제어 불량에 따른 유사 사례로 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7일 사고 트럭이 보관 중인 제주시 화북동의 한 공업사를 찾아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과 차량 제작업체도 참여해 베이퍼 록이나 페이드 현상 발생 여부를 조사중이다. 경찰은 운전기사를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제주대 입구 귀갓길 참변 “아이 올 시간이 지났는데…”
- 4.5톤 트럭 브레이크 과열 추정...3명 사망, 심정지 1명 다행히 '회복'
- 제주대 입구서 트럭·버스 4중 추돌…‘퇴근·하굣길 날벼락’ 3명 사망
- 제주대 입구 사거리서 퇴근길 대형 교통사고…4명 심정지 중상
- [속보] 제주 아라동서 4중 교통사고…버스 도로 아래로 추락
- 제주대 사고 화물트럭 기사 ‘입건’… “브레이크 말 듣지 않았다”
- ‘멈춰지지 않는 브레이크’ 제주대 입구 사고 CCTV 보니 ‘참혹’
- 휴가차 한라산 등산 왔다가 봉변…“잘 있다고 전화했는데”
- 사상자 62명 제주대 사고 트럭운전기사 구속영장 신청
- 제주대 ‘버스정류장-횡단보도’ 위치 조정 건의 나서
- “제주대 입구 사거리 회전교차로 복구하라”
- 62명 사상 제주대 입구 교통사고 "운전자 과실 무게"
- 사상자 62명 제주대 사고 “반성·사과 없는 관계자 처벌” 국민청원
- 검찰, 62명 사상 제주대 사고 운전자 금고 5년 구형
- 62명 사상 제주대 사고 트럭운전자 ‘금고 4년’ 선고
- 62명 사상 제주대 사고 유족 “항소라니…” 엄벌 요구
- 4명 사상 덤프 운전자 입건…제주서 반복되는 내리막 대형차량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