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5) 제주 초등스포츠강사 전국서 가장 열악한 처우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제주의소리에 2020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하면서 먼저 떠오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있었다. 매년 계약을 반복하는 기간제 노동자인 초등(특수)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운동부지도자 등이다.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초등스포츠강사 김연희(가명, 39세)씨를 만났다.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는 지난 2019년 11월 3일 동안 파업을 했다. 전국 초등스포츠강사 중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 처우가 가장 열악하다. 당시 구육성회 조합원들도 초등스포츠강사와 함께 파업을 했다. 구육성회와 초등스포츠강사 조합원들은 전국 꼴지들의 투쟁이라고 불렀다. 

구육성회 노동자들은 2019년 파업을 통해 33년 동안 넘지 못했던 9급 1호봉의 벽을 넘었다. 4일 파업 해서 고작 월 3만원 임금인상을 이뤘지만, 기본급을 9급 1호봉에서 2호봉으로 올렸다. 반면 초등스포츠강사는 안타깝게도 어떤 성과도 없이 파업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 초등스포츠강사 조합원 여러 명이 학교를 떠났다. 사직서를 낼 필요도 없었다. 매년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기간제 신세. 계약만료로 초등스포츠강사를 그만두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김연희씨 역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직을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며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고용은 불안하고, 임금은 팍팍하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는 지난 2019년 11월 3일 동안 파업을 했다. 전국 초등스포츠강사 중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 처우가 가장 열악하다. 이미지=pixabay

초등스포츠강사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할까. 학교체육진흥법은 “초등학교에서 정규 체육수업 보조 및 학교 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체육전문강사”라고 정의한다. 초등스포츠강사 사업은 2008년부터 담임교사 체육수업 업무부담을 경감하고, 초등학교 체육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체육수업은 학생 지도에 있어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이 강하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대학 4년 동안 체육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능을 연마하고 수련하기가 힘들다. 초등스포츠강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체육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들이며, 대학에서 체육 관련 전공을 해서 전문성이 높다. 

초등스포츠강사를 학교에 배치한 후 교육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95% 이상의 교사, 학생, 학부모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교육부는 초등스포츠강사의 배치가 체육수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고, 학교 현장도 초등스포츠강사의 사업을 지속하고 확대를 바라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연희씨는 “올해 학교에서 36명의 초등스포츠강사를 구한다고 채용 공고가 났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초등스포츠강사를 구하지 못하면 난리가 나요. 스포츠강사연합회에 전화를 해서 사람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초등스포츠강사는 1년 계약직이다. 학교장 채용이다. 학교에서 10년을 일하더라도 매년 신규채용 원서를 내야 한다. 모든 교육청들이 제주도교육청처럼 하고 있을까. 아니다. 학교장 채용이 아니라 교육감 채용으로, 또는 학교장이 뽑더라도 신규채용 절차 없이 근무평가로 재계약을 하는 등 사실상 계속 근로를 인정하고 있는 교육청들도 적지 않다.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들은 1년마다 학교장 신규채용을 하면서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초등스포츠강사들은 부당한 업무지시와 대우(초과수당 미지급, 출장비 미지급 등)가 있어도 다음 해 재계약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힘들었다.

2019년 10월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 설문조사 결과.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2019년 10월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 설문조사 결과.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체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학교 스포츠클럽으로 모두가 즐거운 평생 체육 기틀 마련’을 꼽고 있다. 초등스포츠강사는 학교체육진흥법 제2조 7항에 따라 ‘학교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체육전문강사’로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등스포츠강사가 평생 생활 체육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연희씨는 “학교 현장은 스포츠강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알고 있다. 교장 선생님이 스포츠강사가 무기계약직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이어 “고용이 불안하다 보니 삶마저 불안정하다”며 “학교장 채용 공고에 초등스포츠강사 임금이 다 공개되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제주지역 초등스포츠강사 설문조사 결과.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초등스포츠강사는 4대 보험을 떼고 나면 월 급여가 2백만원이 되기 힘들다. 초등스포츠강사는 다른 직종의 교육공무직노동자 임금과 비교했을 때 급여가 가장 낮은 직종에 속한다. 특히 근속수당이 없다 보니 올해 새로 들어온 초등스포츠강사나, 10여 년을 학교에서 일한 김연희씨나 임금이 같다.   

제주도교육청이 교원업무경감과 학교 체육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삼으면서도 이를 실현할 방안 중 하나인 초등스포츠강사를 홀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때 초등스포츠강사 113명이 제주지역 학교에서 일했지만, 현재는 36명으로 대폭 줄었다. 

우리 노조가 초등스포츠강사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스포츠강사는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청년 일자리는 왜 계약직이어야 하고, 저임금이어야 하는가. 제주도교육청이 생각하는 청년 일자리가 그렇다면, 교육 혁신은 가능한 것일까. 

올해 초등스포츠강사들이 더 이상 절망 속에 학교를 떠나는 사람 없이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변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청년일 때 초등스포츠강사로 일을 시작해 10여 년을 학교 교육에 기여했다는 것을 교육청은 인정하기를 바란다.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선전국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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