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3년이어 세 번째...날씨·기계결함·조작미숙 등 사고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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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 30분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에코랜드에서 관광객 36명이 타고 있던 관광용 열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도되면서 중경상자 24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10년 사이 제주에서 보기 힘든 열차사고가 세 건이나 발생했다. 물론 관광용 열차이지만 잇단 사고에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2일 오후 2시 30분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에코랜드에서 관광객 36명이 타고 있던 열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전도되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교통사고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이어서 열차 전도 사고 소식에 도민사회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에코랜드 관광용 열차가 빗속을 달리다 미끄러져 4량 가운데 2량이 탈선, 전도돼 기관사를 포함한 탑승객 총 37명 가운데 중경상자 24명이 병원 이송됐다.

이 사고로 허리를 다치는 중상을 입은 A(55)씨를 포함한 총 24명의 중경상자들이 119구급차와 에코랜드 측 버스를 통해 서귀포의료원과 제주시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전도되지 않은 다른 칸에 타고 있던 승객 가운데 12명은 진료를 거부해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에코랜드 버스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사고 당시 열차는 곡선 구간을 달리던 중이었으며, 기관차 바로 뒤 첫 번째 객차와 두 번째 객차가 언덕 진행 방향 왼쪽 아래로 전도됐다. 세 번째 객차는 선로만 이탈했으며, 네 번째 객차는 그대로였다. 

탑승자 진술에 따르면 “열차가 내리막길 곡선 길을 돌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쏠리면서 넘어졌다”고 말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기관사 박모(64) 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돼 사고 이후 곧바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박 씨는 경찰 진술에서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에코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박 씨는 약 10년간 에코랜드에서 관광열차를 운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에코랜드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1년에 한 번씩 열차에 대한 정기점검을 받고 있다. 또 선로 점검은 매일 육안으로 진행하며 분기마다 한 번씩 정기점검을 한다”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이런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대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강한 비와 바람, 기관사의 조작 미숙 등 세 가지를 주요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될 때까지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사 차원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보상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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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랜드의 관광용 열차는 지난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추돌 사고가 발생했었다. 2011년 사고 당시 열차에 탔던 승객들이 선로 주변에서 다른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에코랜드 관광열차 사고는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발생한 바 있다. 

2011년 5월 15일 오후 5시 35분께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같은 레일을 달리던 두 열차 가운데 앞선 열차가 동산을 오르지 못하고 멈춰서는 바람에 뒤 열차에 부딪히며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어린이 등 승객 5명이 부상을 입고 119구급대에 의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승객은 “앞서 출발한 열차가 사고 지점에 이르러 동산을 오르지 못하고 멈춰서는 바람에 우리가 탔던 열차가 뒤에서 추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뒤인 2013년에도 두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기관사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2013년 4월 16일 오후 4시 40분 승객 110여 명을 태우고 운행하던 열차가 기관 고장으로 정차 중인 열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관광객 3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당시 기관사인 문모(58) 씨는 승객을 다치게 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에코랜드는 2010년부터 생태공원 66만여㎡를 순환하는 총연장 4.5㎞의 철로를 설치, 관광궤도열차를 운행해 왔다. 열차는 모두 영국에서 들여온 가스엔진식 열차로 1800년대 볼드윈(Baldwin) 증기기관차를 모델로 해 만들어진 수제품이다. 

이처럼 제주에서 10년 사이 세 차례나 관광용 열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열차 전도사고의 경우 경찰 등 조사에 따라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행정 차원에서 조치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기관사를 비롯한 탑승객 진술을 토대로 날씨·기계결함·조작미숙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도된 에코랜드 관광열차. ⓒ제주의소리
12일 관광객들을 태운채 전도된 에코랜드 관광열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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