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도민 A씨, 안전시설 미흡한 제주 안덕면 한전 지중화 공사현장으로 '쾅'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 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도민 A씨는 지난 12일 오후 10시16분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길인 서귀포시 안덕면 본태박물관 옆 도로에서 한전 지중화 공사장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평소처럼 차를 몰던 A씨는 갑자기 ‘덜컹’하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차가 갑자기 내리막 경사로 거칠게 내려가기 시작해 길 끝 막다른 곳에서 커다란 쇠기둥을 들이받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해가 저문 후 어두컴컴하긴 했으나 라이트를 켜고 정상적인 도로를 주행하던 A씨의 차는 갑자기 도로 한복판의 지중화 공사를 위해 파둔 경사로로 쏠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내리막길인 공사현장 끝까지 자동차가 하염없이 흘러들어갔고, 커다란 철제 H빔에 부딪히고서야 겨우 멈춰서게 된 것입니다.

이날 사고는 A씨의 차가 폐차될 만큼 큰 사고였습니다. 다행히도 안전밸트를 메고 있던 A씨는 사고에 비해 크게 다치진 않았으나 공사장 안 H빔이 없었다면 굴착 해둔 구멍 아래로 추락해 자칫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에 제보해 온 A씨 사고 당시의 한전 지중화 공사 현장 모습입니다. A씨는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공사현장이지만 인근에는 공사 현장임을 예고하거나 차량 서행을 알리는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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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날 정상적으로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가 갑자기 지중화공사 현장에 내리막 경사로가 나타났고 이를 피하지 못해 그대로 도로 아래쪽의 철제 기둥을 들이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A씨는 “사고 당시 공사장 앞을 가로막거나 공사를 알리는 시설물도 전혀 없었고 어두운 밤, 비까지 내려 사고를 피하기 힘들었다”며 “안내도 없고 공사장 앞을 가로막는 안전시설물도 없는 상황에서 도로를 주행하다가 무슨 수로 저런 곳을 피하겠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시커먼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일단 현장을 빠져나왔고, 현장 안내판에 나와있는 시공사 현장 대리인에게 다음날 전화하니 '안전조치를 잘 해뒀는데 운전을 잘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라면서 “다친 사람은 없냐, 몸은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운전자 탓만 하니 분통이 터졌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사람부터 생각해야지 운전자부터 탓하는 게 말이 되나. 만약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나”라고 되물으며 “공사 현장의 대리인이라는 사람도 안전조치를 다 했다고만 말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불감증이 너무 심각해 제보한다. 최근 도내에서 대형 교통사고도 있었던 만큼 제2, 제3의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 제보에 따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해당 공사장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본태박물관 옆 ‘154kV 한라-안덕T/L 일부구간 지중화공사’ 현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중화공사는 철탑과 전신주 등 공중선로로 연결된 고압송전선과 가정용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작업입니다. 해당 공사는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가 발주한 공사현장입니다.

제보자가 보내준 사고 당시 사진에 따르면 공사장 입구에 별다른 조치가 없어 공사장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컸습니다. 더불어 공사장이 전체 4차선 가운데 편도 2차선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어 안전 조치가 없을 경우 맞은편 차량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사고가 발생한 지중화 공사현장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최대 2미터가량 도로가 파헤쳐진 공사장이 또 한 곳이 나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주행 차량들에게 공사현장을 알리는 시설물 없이 공사현장 주변으로 원통형 안전시설물만 설치돼있어 사고 위험이 커 보였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사고가 난 지중화 공사장 도로의 바로 남쪽에도 또 다른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A씨는 이곳도 원통형 시설물만 설치돼 있어 어두운 밤, 주행다던 차량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난 시설물을 보더라도 미리 인지되지 않은 이상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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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다음날 오전 현장 모습입니다. 지중화공사 도로 현장에 특별한 안전시설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난 A씨는 자신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다시 이와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A씨는 “이번 사고를 당하고 나서 공사 발주처나 시공사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대해 알게 됐다. 공사장은 안전 시설물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관계자도 부족함 점을 찾기보다 안전조치를 다 했다고 반론하는 등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 측 관계자는 “해당 공사장 입구 바로 앞쪽에 본태박물관 출입구가 있어 펜스를 연장한다거나 시설물을 더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사진으로만 보면 안전시설이 없는 것 같은데 입구에 라바콘을 두는 등 나름대로 조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공사장이 본태박물관과 바로 옆 호텔 출입구 근처라 시설물로 방해할 경우 민원이 자주 들어와 난감한 상황이다”라며 “근로감독관이 요구한 대로 안전 펜스 길이를 연장하는 등 안전사고 관련 보완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인명사고는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으니 사전 예방만이 최선입니다. 한전의 지중화 도로공사 현장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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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H빔을 들이받고 멈춰선 A씨의 차량 모습입니다. A씨의 차량은 이날 사고로 폐차되었습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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