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받는 제주 대중교통 개선 위한 국가적 지원 당연하다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모든 국민은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헌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교통권은 국민들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라는 측면에서 헌법적 기본권에 속한다. 국민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권의 확보, 즉 보편적인 교통서비스를 제공받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통수단 및 교통시설 등을 이용하여 이동할 권리가 중요하다. 

제주도민은 과연 대중교통을 이용함에 있어서 교통·이동권의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잘 향유하고 있을까?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권 시민들과의 차별은 없을까? 특히 관광객이 한 해 1500만 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관광대도시로 발전한 제주의 현실에서 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의 현황은 어떠한가? 제주의 환경수용력 등에 대한 논점은 제외하고 대중교통 이용 측면에서만 바라본다고 해도 제주는 과연 보편적 교통권을 누리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의 국민 대중교통 개선 계획에서 소외돼 차별 받고 있다. 변방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주도민은 관광대도시라는 허명만 갖고 있지 편익은 고사하고 비용과 불편만 부담하고 있다.

국토부의 ‘대중교통 기본계획’에 ‘제주도’는 없다 

대한민국의 교통체계를 다루는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각종 국토 개발 계획을 수립하며 대중교통 계획도 동시에 세운다. 국토부의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 2001~2020”은 여가․관광 교통수요가 급속히 증가하여 관광지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체증 발생 등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여가·관광 교통계획 수립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한 해 3000만 명의 국내 최대 이용객을 자랑하는 제주공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수도권 및 대도시와 비교하면 한참 낙후돼 있다.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국민’의 보편적 교통권은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국토부의 또다른 20년 단위 장기 교통계획인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에 제주도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5개 대도시권은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을 말하며 제주는 포함이 안 된다. 따라서 이 계획에서 제주도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당연히 지원도 없다. 국토교통부의 교통 관련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한 이후 국도가 지방도로 전환된 후 연간 300억 원의 유지관리비는 지방비에서 지출된다. 국토부의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 관련 예산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토부의 2020년 예산과 기금은 50.1조원으로 확정됐는데 이 많은 예산 중 교통 분야에서는  대부분 수도권 교통 체계 개선에 쓰였다. 수요가 집중되는 출퇴근 시간 광역급행버스(M버스) 노선에 2층 전기버스를 투입하여 수도권 도심의 주요 교통 혼잡지역 정류장 대기 시간을 줄이고 미세먼지 감소에도 신경을 쓸 정도다. 수도권 주요 지역 이동시간을 7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는 광역급행철도(GTX)노선, 신안산선, 별내선, 진접선, 서울 7호선 청라연장 등 광역철도사업도 추진됐다. 3기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 기본목표는 대중교통을 통해 ‘잠실·강남 등 서울 도심까지 30분’ 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는 2028년까지는 남양주~하남~강동을 잇는 도시철도 건설을 계획하는 등 이밖에 언급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교통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도시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가 구축되어 향후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을 현재의 64%에서 75%까지 끌어 올릴 수 있게 됐다. 4년 전부터 거의 매년 지방비 1,0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 붓고 있지만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이 15%대도 안 되는 제주와 비교해 매우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이용객이 많은 공항은 제주공항이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에는 제주공항이 국내 1위 공항이다. 그러나 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 체계와 정부 지원의 현실은 매우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접근교통체계의 장점은 지하철 연결성에 있다. 인천공항은 서울역으로부터 60km 떨어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해 있지만 공항철도와 공항버스가 직접 연결돼 있으며 KTX 고속철도와도 연계돼 있다. 서울 도심까지 직통, 일반열차로 구성돼 있는 공항철도로 최단시간내에 접근할 수 있고 운임도 저렴하다. KTX 운영으로 대전, 목포, 부산 등 지방의 주요 도시까지 직통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공항버스는 수도권 69개 노선, 지방 24개 노선을 연결하고 있고, 서울의 강남, 강북 방면으로 심야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김포공항은 5호선, 9호선, 공항철도가 연결되어 있고 환승 없이 서울 도심 곳곳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제주는 버스 외에 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제주 대중교통의 빈자리에는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렌터카가 자리 잡고 있다.        

제주공항의 이익만 추구하고 대중교통 개선을 외면하는 국토부

국토부가 저가항공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면서 강조했던 전 국민의 보편적 항공교통서비스 제공은 사실상 제주노선에 국한된다. KTX가 전국적으로 보급된 이상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에서 갈 곳은 제주 말고 별 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을 제외해 흑자를 달성했던 공항은 김해와 대구공항 뿐이었다. 나머지 10개 지방항공사는 모두 적자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공항은 코로나 이후 인천공항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가 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공항이 됐다. 거의 20여년 이상 지속적인 공항 운영 수익을 내고 있고 최근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1,000만 명의 관광객 입도를 유지했다. 국토부의 입장에서 제주공항은 김포에 비해서 작은 규모에다 시설투자도 적은 반면 수익은 김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어 국토부나 한국공항공사 입장에선 가장 효자 공항이다. 여기서 제주도민은 국토부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을 통해 국민적 교통편의 제공과 동시에 막대한 공항 임대료와 JDC 면세점 수익을 얻는 이중의 효과를 얻는 반면 제주도민의 교통 불편과 피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방이나 대책을 강구했나?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교통권은 얼마만큼 보장했는가? 

제주도민과 전 국민의 일상적인 항공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제주공항은 매우 중요한 국가기간교통망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공항을 둘러싼 대중교통 연계와 시스템 측면에서 바라보면 제주공항은 전국에서도 가장 낙후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70만 명의 제주도가 도합 인구 2천만 명을 상회하는 수도권과 서울에 버금가는 교통체증과 불편을 매일 겪고 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문제의 근원에는 공항을 둘러 싼 대중교통 시설 개선의 정부 차원의 투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깔려 있다.

제주도는 많게는 일일 15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의 체류관광객이 제주도 전역을 여행한다. 특히 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렌터카 이용 시스템과 버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의 단순화로 인해 방문이용객과 제주도민이 공통으로 이용하는 제주공항의 교통접근성은 매우 불편하게 편재돼 있다. 이는 버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의 근본적 한계와 더불어 제주공항이 갖고 있는 대중교통 연계 인프라가 매우 낙후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외부로 이어지는 교통 수단은 버스와 택시, 렌터카와 자가용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정시에 도착하더라도 공항 외부로 나가는 도착이용객이 공항 내부로 들어오는 출발이용객 동선과 겹치면서 항상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 상당수가 렌터카(77.7%)를 이용했으며, 버스(6.5%), 택시(5.7%) 등의 이용도는 매우 낮다. 관광객들의 렌터카 이용은  연쇄적으로 교통체증을 불러 결국 제주도민의 불편과 피해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을 통해 들여보내고 내보내는 공항이용객의 폭발적 증가에 맞춰 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의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투자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고 2005년 기준으로 하면 3배 가까이 이용객이 늘었다. 그러나 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의 개선은 없었다. 이것이 근본적인 제주 대중교통의 정체 원인이고 국토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주 대중교통 개선 계획들의 문제점

전국 17개 광역시도에는 있고 제주엔 없는 게 많다. 지하철과 일반철도, 고속도로가 없다. 유일한 대중교통은 버스인데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지만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5%대에 그치면서 실질적인 대중교통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22~2031년)에서 제주시 도심-제주공항-제주항을 연결하는 순환형 트램 노선 구축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제주도는 트램 등 신교통 수단은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이 20%에 도달한 이후 논의한다고 밝혀 당분간 추진할 의지가 없음을 자인했다. 

제주도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추진할 ‘제3차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진흥계획’에서 제주형 관광트램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도민의 교통권보다는 관광객의 이동을 중심에 놓고 계획한 것이다.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도 오는 2023년까지 트램 등의 신교통수단 도입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 재원은 총 3조3043억 원으로 국비 9500억 원(28.8%), 지방비 2조2519억 원, 민간 1023억 원으로 지방비 지출이 너무 많게 책정되어 있다. 공항과 연계해 국토부, 한국공항공사가 진작에 했어야 할 공항 대중교통 개선사항인데 상당 부분을 지방비로 충당한다는 건 잘못된 것이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JDC도 최근 '제주형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JDC 미래전략 수립 용역'을 수립하고 핵심 사업으로 '미래형 신교통수단 트램'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램사업은 JDC와 민간사업자가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후 SPC가 사업시행자 지위를 획득해 운영권을 확보하는 BTO방식으로 계획했다. 공공교통 수단으로서의 대중교통 트램이 아닌 JDC의 ‘신규 사업’적 측면이 강하다. 대중교통을 민간기업에 주도권을 넘기는 계획은 공공의 교통권과 이동권을 기본으로 한 제주도민의 교통복지 측면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계획이다.   

국토부가 트램, 도심공항터미널 건설 등 제주공항 대중교통 혁신해야

국토부는 지난 2019년 대도시권 광역교통의 정책방향을 담은 ‘광역교통 2030’을 발표하며 트램, 트램-트레인 등 신교통수단을 적극 도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역교통 2030을 들여다보면 성남 트램 등 GTX 거점역의 연계 교통수단 및 대전 2호선 트램, 위례 신도시 트램 등 지방 대도시와 신도시의 신규 대중교통수단으로 트램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주는 국토부가 지정한 대도시권이 아니다. 단지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서 연간 15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특수한 관광대도시일 뿐이다. 

오래도록 제주도에 요구됐던 신교통수단으로서의 트램 도입과 도심공항터미널, 복합환승센터 등은 제주가 대도시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돼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2015년도에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검토를 할 당시 도심공항터미널 도입을 계획했었고 원희룡지사도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에 정부지원의 트램과 복합환승센터 도입을 제안했었다. 제주 대중교통의 혁신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 제주만의 특수성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주공항은 코로나19 이후 인천공항이 사실상 셧다운 된 상태에서 가장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국내 1위의 대중교통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토부는 제주공항의 대중교통 연계 시설을 개선 안했다. 공항터미널도 대규모로 신축해야 하는데 옆구리 터지듯 증축만 요란하게 한 것에 그쳤고 관제장비나 인력, 시스템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공항공사가 최근 몇 년간 제주공항에 투자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기장, 유도로, 터미널 확장은 더 필요하다. 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개선은 시급하다. 공항공사가 렌터카 회사 배차공간을 공항주차장에 배치해 제주에 내려 온 공항이용객들과 도민의 불편을 가중시킨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제주공항과 연계한 대중교통이 혼잡하고 불편한 원인과 책임은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에 있다.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제주공항에 관광객만 늘렸지 관광객들로 인한 대중교통의 혼잡은 책임 지지 않았다. 정부차원의 제주 대중교통 지원은 국토부가 제주공항에서 번 이익을 제주도민을 위해 환원하는 것과 상쇄된다. 제주공항의 소음피해를 견디고 관광객 증가로 인한 온갖 폐해를 겪고 있는 도민들 입장에서 대중교통의 국가적 지원을 받을 명분은 충분하다. 제주도정은 제주도 대중교통의 혁신을 위해 국토부·공항공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선적으로 제주시내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트램과 공항도심터미널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심공항은 출국 여행객을 위한 항공사 탑승수속, 법무부 출국심사 등 서비스를 공항이 아닌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에서 제공하고 있다. 현재 탑승수속이 가능한 항공사는 5개의 국적항공사와 10개의 외국항공사 등 총 16개 항공사다. 제주공항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국내 1위의 대중교통 시설이다. 도정은 제주도 대중교통의 혁신을 위해 국토부·공항공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선적으로 제주시내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트램과 공항도심터미널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의 혁신 없이 공항인프라 완성은 없다. 사진 출처=한국도심공항 홈페이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의해서도 국가 또는 지자체는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다양화를 위해 필요한 소요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보조·융자가 가능하다. 제주도는 지금 전국에서 가장 항공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은 공항을 가지고 있고 입출입하는 이용객들로 인해 제주도민의 대중교통 체증 부하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국민만이 아니라 마땅히 제주도민의 교통권을 확보하고 제주를 찾는 전 국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적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최근 제주도민은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개발보다는 보전을 선택했고, 성장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선택했다. 이제 정부와 제주도정이 나서서 갈등을 마무리하고 진정성 있는 제2공항 갈등해소 후속조치에 나서야 할 때이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은 도민들의 숙원사업이고 대중교통의 혁신 없이 공항인프라 완성은 없다. 국토부의 정책 전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부는 제주도민에게 제2공항 대신 제주공항 시설 확충과 대중교통 혁신 개선을 줘야 한다.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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