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임기 1년2개월 앞두고 불출마 선언...레임덕 지적에 “새로운 리더십이…”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대권 도전을 겨냥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차기 도지사 불출마 선언으로 1년 2개월이나 남은 민선7기 제주도정의 앞길도 험난해졌다.

현직 시절의 민선 역대 도지사들 사퇴 선언 시점만을 놓고 비교해본다면 약 1년 가량 이른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퇴 발표다.

원 지사는 21일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3선 출마 의사를 묻는 양영식 의원(연동 갑, 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 사퇴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만큼 연내 제주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원 지사의 이날 불출마 선언은 측근들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원 지사의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은 도내 정가 역사를 보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단호한 결정이다.

2010년 민선4기 김태환 도지사는 그해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2월1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도청 기자실을 찾아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서면으로 대체했다.

당시 불출마 선언 소식에 지지자들이 이를 만류하면서 기자회견조차 열지 못했다. 김 지사가 인터뷰를 사양하며 도청 밖으로 나서면서 기자들이 이를 쫓는 등 한바탕 소란도 일었다.

그 당시 김 지사는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많은 갈등을 겪어 왔고, 제주 사회에 큰 부담이 됐다.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철저한 선거 중립으로 갈등 해소의 중심에 서겠다”고 밝혔다.

2014년 민선5기 우근민 도지사는 그해 6월4일 열리는 지방선거를 두 달 가량 앞둔 4월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우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 후보 중 한 명이 지금의 원희룡 지사다.
 
우 지사는 기자실을 직접 찾아 불출마 배경을 설명하고 “남은 재임 기간 충실하게 도정을 챙기겠다. 그간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저를 탓하고 너그럽게 용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해 원 지사는 소위 제주판 3김 시대를 청산하라는 도민의 선택으로 민선6기 도지사직에 올랐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면서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원 지사의 이른 불출마 결심으로 의회에서는 벌써부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2공항과 송악선언, 하수처리장 현대화, 광역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등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 지사는 “3선에 도전한다면 다시 5~6년짜리 사업을 벌이겠지만, 앞으로 장기적인 것은 새로운 리더십이 이어받을 것이다. 도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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