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원 지사, 도민 여론조사 결과 무시 지적에 "프레임 씌우기 불과" 항변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난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제2공항 강행 의지를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민의를 역행했다'는 지적에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민의'라고 표현하는 것이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폈다.

원희룡 지사는 22일 제394회 임시회 제주도의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과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민의역행이라는 주장은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홍명환 의원은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제2공항에 반대한다는 민의가 나왔다"며 "(제주도가)해석을 여러가지로 하고 있어서 논란인데, 적어도 대권 후보를 준비하는 지사가 민의와 역행되는 개인의 의견을 밝혔다. '과연 민의를 역행하는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가' 하는 도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월 제주도와 도의회, 국토부의 사전 합의로 도내 9개 언론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2개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2개 기관 모두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한 기관의 조사에서는 제2공항 반대 47.0%, 찬성 44.1%로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지만, 또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는 제2공항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1.1%로, 찬성 43.8%에 오차범위를 벗어나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원 지사는 홍 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의 역행이라는 것은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본다. 그게 어떻게 민의냐"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성산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있었고, 전체 도민 여론조사도 있었다. 이해관계와 걱정 등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고, 이것을 참고해서 걱정하는 것은 보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성산 주민을 대상으로 함께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2개 기관이 각각 제2공항 찬성 65.6%에 반대 33.0%, 찬성 64.9%에 반대 31.4%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 원 지사는 "성산 주민조차 반대가 컸다면 문제가 심각했겠지만 이런 것을 놓고 국토부에 의견 제출하기로 해서 그대로 하지 않았나"라며 "(국토부에서) 제주도지사로서의 의견이 뭐냐, 물었는데 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제 의견처럼 전달할 수 없지 않나"라며 제2공항 강행 의지를 밝힌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원 지사는 "제 의견이 갑자기 변화한 것도 아니고, 2014년 제가 도지사 올 때부터 했던 약속"이라며 "마무리까지 지었어야 했는데 다음 지사에게 넘길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무겁다. 그걸 민의라는 말로 프레임을 안 씌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미래세대와 미래경제 생각해 보시라. 저는 분명히 역사적으로 돌아볼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와 도의회 합의로 실시된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자의적·주관적 해석을 곁들이며 사실상 민의를 왜곡했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핵심이었던 도민 전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도민 조사 부분은 뒤로 슬쩍 빼놓고 찬성 여론이 높은 성산읍 주민 조사부분만 집중 부각시켜 견강부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2공항 도민여론 수렴을 통한 갈등해소를 위해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 설계와 관련해, 우선 2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각 2000명의 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도민 여론조사'에 합의했으면서도, 원지사의 끈질긴 요구로 별도 실시된 '성산읍 각 500명' 조사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 제주공항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다.

홍 의원은 "제주공항이 포화돼 지연·연착이 만연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지난 18일 항공기 지연은 딱 한 건이었다. 그조차 김포공항에서 출발이 지연됐기 때문에 도착이 지연됐던 것으로, 사실상 도착 지연이 한 건도 바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항공기 출도착관리시스템과 협동운항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공항 포화 문제는 활주로 상의 문제가 아니다. 터미널의 부족한 부족함, 주기장 숫자 부족, 계류장 혼잡 등 부분적인 것으로, 얼마든지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국토부 등이 내부적으로 검토해 공항 갈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심도있는 토의나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원 지사는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이미 국토부의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 다 들어가 있다"며 "제주공항을 번잡하고 궁색하게 아슬아슬하게 쓰는 것보다 보다 쾌적하게 쓰자고 결론이 나온 것 아니냐. 추가수용에 대한 안전성을 생각하면 지금 시설을 100% 다 쓰는 것은 위험하다. 보통 70~80%로 써야 변동성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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