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원희룡-민주당 도의원 간 치열한 설전..."지사가 갈등유발" 성토

 

22일 속개된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공방을 주고받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22일 속개된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공방을 주고받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 해결방안을 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간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특히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이후 '갈등야기 행위 금지' 합의를 깨고 원 지사가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강행한데 대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22일 속개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은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일문일답 도정질문을 통해 제2공항 문제를 언급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발표했던 출마선언문을 낭독한 이 의원은 "원 지사도 처음에는 어떤 갈등이든 도민과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소신이 있었다고 봤다"며 "앞으로 남은기간 도정을 운영하면서 제주도 갈등 현안을 중앙정치의 도구화하면 안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7가지 조항에 합의했다. '도민의견수렴 후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갈등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노력한다'는 문항이 포함됐는데, 지사가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사항에 대해 약속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원 지사는 "도민의견 수렴을 마쳐서 국토부로 제출했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제2공항 갈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원 지사는 "의견을 얘기하는게 왜 갈등이냐. 그저 침묵해야 하나"라며 "제2공항 철회하라는 주장은 공공연히 하면서 제2공항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은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의원도 굽히지 않고 "그러면 이 합의를 왜 한 것이냐. 합의하지 않고 어떤 정책도 가능하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과정에서 "합의문 이거 찢으면 되겠나"라며 손에 쥐고 있던 도-도의회 간 제2공항 합의문을 찢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은 2014년부터 도지사 공약이었고, 7년간 제주도 백년대계를 위해 모든 피와 땀을 흘려서 만든 국책사업"이라며 "이걸 무산시킨다면 도민이 무산시키거나 국토부가 무산시킬 것이지, 저의 소신과 약속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프레임이고, 이런 식으로 압박해선 안된다"고 맞섰다.

급기야 회의를 진행하던 강연호 부의장이 "상호간에 존중이 필요하다"고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 의원은 "갈등 해결 과정에서 숙의과정을 거치고 찬반의 입장을 잘 듣고 문제를 풀어야 할 것 아니냐. 도지사로서 심사숙고하면서 해 나가겠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미 원 지사는 '대통령과 국토부가 알아서 하라'고 주의주장할만큼 했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원 지사는 "의원님이 제 주장을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수용하지만, 왜 (제2공항에 대한) 발언 자체를 못하게 하려 하나. 의사의 억압"이라며 "제가 잘못한 것 아닌가 돌아볼 마음은 있지만 발언을 하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하나. 표현의 자유가 있고 서로 생각이 다른 것 뿐"이라고 역시 물러서지 읺았다.

이 의원 역시 한발 더 나아가, 제주도가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책자를 발간하면서 찬반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2공항 홍보)책자를 보면 2021년 3월 주요 추진과정을 정리하면서 제2공항 적극 추진 입장을 담았다. 이런 내용이 갈등을 키우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추진하면 갈등이고, 무산시키면 갈등이 없을 것 같나. 도민의견 자체가 갈린 상황에서 어떻게 하더라도 갈등 해소는 과제다. 무산시키고 만세 불러서 갈등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산됐을 시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답변했다.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앞서 원 지사는 이날 오전에는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제2공항을 두고 충돌을 빚었다.

홍 의원은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제2공항에 반대한다는 민의가 나왔다"며 "(제주도가)해석을 여러가지로 하고 있어서 논란인데, 적어도 대권 후보를 준비하는 지사가 민의와 역행되는 개인의 의견을 밝혔다. '과연 민의를 역행하는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가' 하는 도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에 원 지사는 홍 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의 역행이라는 것은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본다. 그게 어떻게 민의냐"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성산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있었고, 전체 도민 여론조사도 있었다. 이해관계와 걱정 등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고, 이것을 참고한 것"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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