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고냥 들러진 사름 빈복헌다
코고냥 들러진 사름 빈복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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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20) 콧구멍 치켜오른 사람 빈복한다
얼굴 관상에서 코는 재물을 담당하는 곳이다. 코가 잘생기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영화 관상 포스터. 출처=네이버.
얼굴 관상에서 코는 재물을 담당하는 곳이다. 코가 잘생기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영화 관상 포스터. 출처=네이버.

* 코고냥 : 콧구멍
* 들러진 : 치켜오른

선인들은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을 두루 눈여겨 살폈다. 자신과 의기투합해 의리를 지킬 사람인지 아닌지를 오랜 경험칙에 의해 요리조리 눈을 굴리고 머리를 돌렸던 것이다. 관상에 전문적 조예가 없더라도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는, 일반화된 인식을 기준 삼아 알음알음 판단했으리라.

‘코꼬냥 들러진 사름 빈복헌다’ 제주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며느리 감을 구하면서 설왕설래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이고게. 메누리 고심이엔 허연 어렵게 먼 디서 물 질언 나오는 걸 보아신디, 게메이 코고냥이 들어젼 버룽헌 것만 눈에 들어와라. 코가 너미 들러져서라. 코 너미 들러진 사름 빈복허덴 호지 않으냐게. 어떵허민 좋고 이?
(아이고, 며누리 감이라 해서 어렵게 먼 데서 물 긷고 나오는 걸 보았는데, 글쎄 콧구멍이 치켜 올라 훤한 것만 눈에 들어오더라. 코가 너무 치켜오른 사람 빈복하다 하지 않느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눈에 들어오는 코의 생김새를 보고 사람의 운세를 내다보고 있다. 하필 비바리 코가 유난히 위로 치켜져 구멍이 훤히 드러난 들창코였던 모양이다. 어려운 걸음인데 그만 낙망해 한숨이 새어 나오는 판국이다. 그런 코는 남녀 할 것 없이 재물이 들어오지 않아 가난을 면치 못하는 빈복한 팔자라 해서 첫인상부터 좋게 보질 않았다.

탤런트 고소영의 코에 큰 점이 있는 걸 다 알고 있다. 여자의 얼굴에서도 코에 점이 있으면 일단 매력 포인트라 한다. 보는 눈을 제각각이라, 그 점이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러 메이크업할 때 점을 찍어 넣기도 한다고 하는 세상이다.

얼굴 관상에서 코는 재물을 담당하는 곳이다. 코가 잘생기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다른 곳이 못생겼다 해도, 적어도 굶지는 않는단다. 일반적으로 콧구멍이 보이지 않고 코 뿌리가 꺼지지 않고 미간까지 연결돼 있으며, 넉넉히 풍만해 보이면서 작지 않아야 좋은 코다. 

콧등이 중간쯤에 일어서면 멧부리코라 해 성격이 무난하지 못해 좀 가탈스럽다고 해 더러 경계하는 사람도 있다. 제 눈에 안경이라지 않는가.

귀 좋은 동녕바치(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동녕바치는 없다고 한다. 사람과 마주할 때, 정면에서 콧구멍(비공, 鼻孔)이 보이지 않아야 좋다고 한다. 재물이 풍족한 사람들 얼굴을 보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느 시골 할머니들이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무슨 쑥덕공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이고, 이번 대통령은 잘못 뽑아선게 이. 그 코 바래보아. 코고냥에 비 들엄직 허연게.(아이고, 이번 대통령은 잘못 뽑았어. 그 코 봐 봐. 코고냥에 비 들 것 같던데.)”

故 김영삼 대통령을 두고 이른 말이다. 한데 제주 노인들 관상을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한 말이다. 김 대통령의 콧구멍이 돋보인 것은 사실이나. 그 코는 보통 코가 아니었다. ‘용코’다, 용코!

코가 좋다 나쁘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저만씩 타고나는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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