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반대 촛불집회 '허황된 일자리 지표' 문제 집중논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통해 질 높은 일자리 5만 개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국무총리에게 건넨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정상 추진 건의문'에 포함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주장.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 것일까.

촛불을 든 제주지역 시민들이 제2공항이 내건 경제성장 지표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5만명'이라는 숫자, '질 높은' 일자리라는 수식어가 허황되고 과장돼 결과적으로 제주도민을 속인 꼴이라는 문제제기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일대에서 '제주를 지키는 촛불광장 -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라는 타이틀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이날 집회는 제2공항을 둘러싼 여러 논란 중 '일자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참석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 박찬식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가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근본적으로 "5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음표를 띄웠다. 한 시민은 "5만개의 일자리는 과연 어디에 투입되는 것이고, 그중 제주도민은 얼마나 되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옆 자리의 또 다른 시민은 "정책이 현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5만명 일자리 창출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보다 신랄한 입장을 보였다.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박찬식 대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제주지역에 농업이 근간 산업인데, 농민 일자리를 다 합해봐야 7만명 정도 된다. 제주도 건설업의 규모가 상당한데, 건설업 일자리는 3만5000명이다. 5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 거론되고 있는 5만명이라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에는 공항 운영이 들어갔을 때 일자리가 2만5000명도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마저도 2만5000명이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고 1년 평균을 30년 동안 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2만5000명이라는 일자리가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약 800여명이 제2공항에서 30년간 일하는 상황을 가정한 수치라는 것으로, 실제 제2공항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800여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800여명의 일자리를 30년으로 곱하고, 거기서도 2배로 뻥튀기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창출이 예상되는 800여명의 일자리도 세분화 했다. 이중 300명 정도는 보안 관련 업무를 맡는 이들로 경찰, 국정원 등 국가공무원이고, 공항에서 일하는 항공사 직원 등이 100명 안팎일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제주 사람으로 새롭게 뽑을 수 있는 일자리는 200명에 남짓할 것으로 봤다.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광장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참석한 시민들은 지역 내 일자리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개중에는 제주도내 또 다른 대형개발사업으로 일자리를 약속받았던 지역 주민들이 1년, 6개월, 심지어 3개월짜리 일자리를 얻는데 그친 사례들도 소개됐다. 그러면서 제2공항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했다. 농민들은 농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걱정했다.

일부 시민들은 원 지사의 일자리 창출 공약이 '대도민 사기극'이라고 평가 절하하며 강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강원보 신산리장은 "댓글을 보면 지역균형발전, 경제활성화 될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5만개의 일자리는 1년간 1700개 정도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공항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공항청사 관리 등 직접적인 일자리 말고 파생적인 일자리도 생길거라 주장할 것 같다. 랜터카 회사 직원으로 취직하거나, 식당에 취직하거나, 그런 것들을 불려서 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제2공항 발표해서 일자리 많이 생기긴 했다. 성산읍에 부동산 업체가 몇십개 생겼으니까 업소마다 2명씩 있으면 1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긴 것 아니겠나"라고 풍자하며 "관광객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 없이는 기존의 일자리를 나눠갖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앞으로는 제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경과 관련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입도세로도 불리는 환경보전기여금과 JDC 등의 면세점 수익을 통해 연간 기금을 만들고, 제주 환경을 가꾸는 일자리를 1만개 정도로 만드는, 그런 방향성을 갖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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