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기념사업위 ‘청년, 4.3의 미래’ 토론회서 청년세대 자성 목소리 관심

제주4.3의 다양한 분야에 ‘청년’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2030 청년세대의 4.3 참여가 현저히 부족한 것과 관련, 기성세대와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4.3운동의 재생산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제주시 용담이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4.3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4.3운동 방향성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21년 만에 통과된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이후 제주4.3의 남은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청년들의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김명식 시인의 특강으로 진행된 1부와 ‘4.3운동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4.3 단체의 2부 토론에 이어 4.3의 미래 대한 청년들의 가감 없는 생각이 펼쳐진 3부가 진행됐다.

토론은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태연 씨가 좌장을 맡고 △박건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청년위원장 △신동원 (사)제주다크투어 시민참여팀장 △임그린 제주여민회 4.3과여성위원회 위원 △조수진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사진 오른쪽부터 죄장을 맡은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태연 씨, 박건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청년위원장, 신동원 (사)제주다크투어 시민참여팀장. ⓒ제주의소리

‘청년, 4.3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시작된 토론에서 박건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청년위원장은 “4.3분야에 청년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청년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정명이 남았다. 이 두 과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4.3의 완전한 해결로 가는 길은 4.3운동의 재생산체계를 마련하고 과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주체가 형성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2030 청년세대는 4.3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들의 청소년기에 4.3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다”며 “이후 교육을 통해 4.3을 알게 됐다고 한들 4.3운동에 참여하려고 할까는 의문도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박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이 4.3영역과 더불어 사회영역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조적 측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생존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자신의 안정된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을 동기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한다”고 청년을 대변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청년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이어서라고 문제 원인을 진단한다면 해결될 수 없다. 복잡하고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고 거기서부터 해결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며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를 탓하지 않고 4.3운동의 재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4.3의 완전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동원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 시민참여팀장은 기행을 통해 제주4.3을 알리고 있는 제주다크투어를 소개하고 참여자들의 반응에 따른 본인 생각을 풀어냈다.

신 팀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기행을 통해 제주4.3을 알아가지만, 짧은 기행 동안 7년 7개월에 걸쳐 전개된 복잡한 4.3을 얼마나 알고 돌아갈까는 의문이다”라며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과연 4.3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주도의회 4.3특위에서 발표한 ‘제주4.3에 대한 인식 및 해결과제에 대한 도민여론조사’에서 20대는 학교 교육을 통해 4.3을 알게 됐다고 76.6%가 응답했다”라며 “하지만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교과서 중 4.3이 차지하는 비중은 반 페이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4.3을 직접 겪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학교 교육을 통한 4.3 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교과서를 통해 배운 교육이 교과서 속 텍스트로 머물지, 아니면 내 가족과 이웃이 겪은 우리 역사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3 세대 전승의 주체는 청년이다.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 것 같다”라면서 “교과서로 배운 4.3을 이런 활동들을 통해 나 자신의 역사로 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팀장은 “청년들이 그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추모하고 기억하는 활동들을 펼칠 때 4.3은 건강하고 왕성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임그린 제주여민회 4.3과여성위원회 위원, 조수진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제주의소리

이어 임그린 제주여민회 4.3과여성위원회 위원은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다며 4.3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청년들의 4.3에 대한 경험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4.3은 에코백, 컵홀더, 뱃지 등 상품으로 우리 곁에 있다. 다양한 상품이 제작되고 소비자는 그것을 구매함으로서 4.3을 일상에서 지니게 된다”면서도 “판매하는 청년 주체는 새롭게 등장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라진다. 이들은 결국 4.3활동가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에서 청년들은 주로 문학공모전이나 예술제를 통해 4.3운동에 참여하지만, 이를 역사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상품화하는 프로젝트들처럼 이들은 이후 활동을 지속할 장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4.3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야 한다. 4.3을 기억하고 알리는 거대 담론에 소환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경험한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4.3과 연대할 수 있다”며 “청년들이 4.3의 의미와 정신을 일상에서 실현하도록 지원하고 양성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은 최근 3년간 제주4.3에 대한 언론 보도 경향을 분석해 언론인으로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공유했다. 

조수진 협회장은 “2019년에는 도민과 희생자 유가족 숙원인 4.3특별법 전부 개정이 가장 큰 과제로 개정안의 의미에 대해 보도가 많이 이뤄졌으며, 2020년에는 총선이 있어 4.3 공약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21년 만에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돼 관련 기사가 많았고 눈여겨볼 점은 큰 과제 하나가 넘어섰다는 것 때문에 특별법 이후 다양한 이슈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정명이나 미국 책임, 유해 발굴, 조작간첩사건 연루 등 이야기와 교육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개정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통과라는 큰 단계가 지나며 그 이후의 과제와 해결에 필요한 자료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언론 보도에 대해 “희생자나 유가족 인터뷰의 경우 대부분 억울한 사연에 집중하며 4.3의 증인보다는 억울한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문제가 있다”며 “당시를 살았던 희생자들을 타자화하고 4.3을 그들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 협회장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가두지 않도록 그들의 삶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살피고 고통의 근원 치유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며 “과거를 단절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입체적인 진실에 닿기 위해 필요한 질문과 관점, 시각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제주시 용담이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4.3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총 3부에 걸쳐 4.3운동 방향성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마지막으로 현재 4.3교육의 당사자인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4.3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청년세대의 학문적 노력이 이어지기 위해 청년 관심을 존중하고 4.3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경준 학생회장은 “정기적 논의를 통해 청년 연구자의 연구주제 등 중장기적 목표를 수립하고 지속 지원을 통해 4.3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성과에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누구나 4.3 연구에 장벽을 느끼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청년의 학문적 접근은 극소수 특정 연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미래세대에 관심을 가져 상호보완적으로 목표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문적 노력과 동시에 실천적 노력도 해야 한다. 제주4.3은 국회 앞 1인 시위, 4.3 희생자 추념식 등과 같은 실천적 노력을 통해 전 국민이 공감하는 역사가 됐다”라며 “학문적 노력과 실천적 노력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특별법 개정이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실천적 노력은 4.3의 대중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4.3을 담아 의미를 전하고 청년세대의 튀는 발상과 아이디어로 미디어를 통해 4.3을 표현한다면 대중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경준 학생회장은 “4.3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평화의 상징, 화해의 상징이 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역사로 국민 정서에 다가갈 것”이라며 “4.3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돕는다면 진정한 해결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