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총연합 “가입 보류는 회관 신축 이유” vs 뇌병변협회 “조직 이용해 감정 표출”

제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의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 회원단체 가입과 관련해 규정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넘게 납득할만한 설명없이 가입을 반복 보류시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두 단체 대표간 개인적 감정 문제로 가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가입 허가권한을 가진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의 전현직 회장은 취재기자에 "그렇게 (취재)할 일이 없나, 대표가 누구냐" 등 상식 밖의 반응으로 목청을 돋우거나, 반복된 답변 요청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보편적·합리적 평등권과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가 정작 내부에선 보편과 합리, 평등과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제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뇌병변협회)는 최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보를 통해 지난 2017년 (사)제주장애인총연합회(이하, 제주장총) 가입 기준을 충족하고, 2018년부터 회원단체 가입을 꾸준히 신청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번 가입을 거절 당했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제주장총은 ‘가칭 장애인회관’ 신축을 이유로 2018년 8월 뇌병변협회의 신규 단체회원 가입을 보류했다. 장애인회관이 신축되면 내부 정리를 거친 뒤 심의를 거쳐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유다. 

장애인회관은 탐라장앤복지관 남쪽 맞은편 3048㎡(922평) 부지에 지하 1층에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지며, 회의실과 강사실, 교육실, 공연장, 협회 사무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사업비 213억원이 투입돼 올해 2월 착공하고,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제주장애인총연합회 가입을 사적 이유로 보류당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뇌병변협회 천선자 회장은 반복되는 회원단체 가입을 거부 당하는 이면에는 당시 제주장총 회장이었던 부모씨와 자신과의 감정 다툼으로 인해 가입이 보류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이 보류이지 사실상 거부당한 것이란 항변이다. 

뇌병변협회 천선자 회장은 취재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회장이었던 부 모씨와 다툼이 있었다. 그 이후에 가입 신청을 보류당했고, 뒤에서는 '시끄러운 단체는 가입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무성히 들려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천 회장은 제주장총 측에 회원단체 가입 보류 이유를 말해달라고 요구하자, 장애인회관 신축을 이유로 내세우며 회원가입을 보류시킬 뿐,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장총 정관 제5조에 따르면 ‘장애범주 안에 포함된 장애 유형별 단체로서 도내에서 대표성을 지닌 장애인단체외의 사단법인 장애인단체의 가입 요청이 있을 때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가입을 승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원단체 가입규정은 ‘제주도에 주소와 사무실이 가입단체 명의로 임대계약서 등 관련서류가 있어야 할 것’과 ‘사무실에는 가입단체 명의 전화, 팩시밀리, 최소한의 인원 사무인력 1명 이상이 상주해 업무를 하고 있어야 할 것’ 등이다. 

뇌병변협회는 이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가입을 요청했으나 이사회 의결이 아닌 회장단 회의에서 가입을 보류당했다고 주장했다. 회원가입을 보류하는 정확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제주장총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장애인회관 신축’이 유일한 이유였다.

이와 관련 제주장총은 우선 회장단 회의에서 심의를 거친 뒤 이사회에 상정하도록 돼 있다는 설명을 부연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에서 조차 장애인회관 신설과 회원 가입 보류를 한 데 묶어 근거로 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제주장총에 가입돼있는 단체장 중 일부는 이런 사실을 뇌병변협회로부터 전해듣고 ‘유형 별 단체로서 장총에 가입한 권리가 있다’, ‘뇌병변협회가 가지고 있는 권리 행사가 당연시 된다. 가입 취지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제주장총 소속 기관인 제주DPI 고영완 회장은 “장애인회관 신축과 신규가입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 뇌병변협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도 장총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며 “만일 일각의 지적처럼 감정다툼 때문에 대의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장애인 단체가 하나로 뭉쳐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빠른 수습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이슈가 되면 행정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개입해야 할 텐데 제주도가 방관하고 있다”며 “또 뇌병변협회가 제주장총에 가입할 경우 장총의 규모와 권한이 확대되는 등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제주도의회 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이 보류되는 것은 이해해도 장애인회관 건립을 이유로 회원단체 가입을 보류하는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내용은 확인해봐야겠지만, 회관 건립을 이유로 가입이 보류됐다고 하면 해당 단체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행정에서도 장애인단체들이 소통과 화합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천 회장 역시 “2018년 최초 가입 보류 이후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장애인회관 신설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장애인회관 신설이 회원 가입 보류와 무슨 연관이 있나. 가입은 차치하고 이면에 있는 정확한 이유라도 제대로 알려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회원단체 추가 가입시 보조금 분할 등 제주장총에 손해가 있냐는 질문에는 “장애인 복지예산 등 보조금은 제주장총이 지급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 단체와는 연관이 없다. 우리가 가입했을 때 나눠야 하는 게 있다면 장애인회관 사무실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천 회장을 비롯한 뇌병변협회 회원들은 올해 초부터 제주도청 앞과 탐라장애인복지관 앞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직접 피켓을 들고 나섰다. 매일같이 뙤약볕 아래서 가만히 앉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이 문제에 대해 천 회장이 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에 올린 글에 대한 답변으로 “사단법인은 정관에 의해 운영되는 법인이며, 사단법인의 회원가입과 관련해서도 정관에 의해서 진행되는 사항으로 행정에서 강요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뇌병변협회원들. 이들은 휠체어에 몸을 싣고 부당한 처사를 알리기 위해 도청 앞까지 나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인단체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장애인총연합회의 횡포를 간과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2018년 뇌병변협회의 회원단체 가입 요청 당시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장이었던 부 모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뇌병변협회 천 회장이) 민원을 많이 넣는 등 머리 아픈 사람이라서 안 받아 줬다”고 답변했다.

더군다나 부씨는 취재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뇌병변협회’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당신들이 뭔데 그 문제를 말하나. 기자들이 그렇게 할 것이 없냐”라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재차 통화를 시도했더니 “당신들이 사회단체에 대해 뭘 알고 말을 하나. 그리고 그 사람(천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나. 청와대까지 민원 넣고 머리 아픈 사람”이라며 “다른 거나 보도하라. 그렇게 할 일이 없나”라고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다시 전화를 끊었다. 

특히 입장을 듣기 위해 이뤄진 기자와의 세번째 통화에서는 [제주의소리] 대표가 누구냐며 묻고, 제주지역 언론에 대해 “제주도 신문들이 할 것 없으니까 신문들이나 만든 것 아니냐”라는 상식 밖의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뇌병변협회의 회원단체 가입 보류 이유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현 제주장총 회장 한 모씨에게 [제주의소리]가 사무실과 개인 연락처 등으로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남겼으나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취재기자가 제주장총 사무실 관계자를 직접 만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제주장총 관계자는 “가입 보류는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 장애인회관이 신설되는 대로 내부 체계를 정비한 뒤 신규 단체를 받기 위해 보류한 것”이라며 “개인적 감정 때문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이며, 가입 보류는 앞서 말한 이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를 설명해도 뇌병변협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시 함께 신청했던 두 단체가 더 있었는데 해당 단체들은 이유를 납득하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단체인데 이렇게 논란이 생겨 난감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는 홈페이지 기관 소개 글에서 “우리 장애인총연합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장애인들을 대표하여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여 보편적, 합리적 평등권과 참여권을 보장하고 기본적인 국민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각기 다른 장애인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여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선진복지사회 제주를 건설함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운영 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편견과 차별을 제거하고, 보편·합리·평등·참여를 보장하며, 서로 다른 장애인들이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선진 제주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한다는 골자다.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와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간 지금의 갈등과 잡음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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