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말로 받앙 족은 말로 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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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21) 큰 말로 받아서 작은 말로 판다

* 받앙 : 받아서, 거둬들여서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한 상행위다. 어떤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장사속이다.

하지만 그 물건을, 혹은 곡식을 생산자로부터 거두어들일 때는 큰 말에 ‘얼마’에 사다가 손님에게 팔 때는 사들일 때 썼던 것보다 훨씬 작은 말로 팔면서 꼭 같은 값을 받는다면 이건 분명 이상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눈 감고 아웅 하는 게 아닌가.

정상적인 상행위라고 할 수가 없다. 사들일 때 사용한 말(斗)보다 작은 말을 썼다면, 그 말의 양의 차이만큼 큰 차익을 챙기는 것이 된다. 

아마 오랜 옛날 물물교환을 하던 때는 그랬을 것 아닌가. 도량형(度量衡), 길이와 부피와 무게를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대충 가늠했을 것인데, 그런 습관이 눈을 속이는 속임수로 나타났을는지도 모른다.

도량형을 속이는 악덕 상인을 대놓고 힐책하는 말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서 할 일이 아니다. 출처=픽사베이.
도량형을 속이는 악덕 상인을 대놓고 힐책하는 말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서 할 일이 아니다. 출처=픽사베이.

손가락 길이로 한 뼘 두 뼘, 부피는 양 손바닥으로 가득 담을 수 있는 양으로서 한 줌 두 줌 하는 식으로 시작했을 것이란 얘기다. 자(尺)로 몇 자 몇 치라 눈금을 읽어서 재거나, 되(升)로 몇 되면 한 말이라 분량을 매기면서 도량형이 제도화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게 된다. 눈대중이니 대충으로 재고, 눈어림으로 되었을 게 아닌가. 

저울도 손에 들어보고 이건 듬직하다, 이건 그것만큼 무겁지 않겠다, 또는 비슷하다는 식이었을 테니 허술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습관이 도량형이 제도화한 후에도 사고파는 거래 과정에 나타나 상행위가 극도로 문란했을 것인데, 안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잇속을 크게 하려는 욕심을 갖게 마련 아닌가. 곡식을 큰 말로 사들여서 내다 팔 때는 양이 적게 들어가는 작은 말을 쓴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장사는 남기는 맛에 한다지만 세상에 그런 폭리(暴利)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커 올 때만 해도 도량형이 반듯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곡물을 되는 되가 큰 것 작은 것이 있어 헷갈리는 경우를 눈으로 보았다. 고구마나 곡식, 우뭇가사리를 큼직한 저울에 달 때 저울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 했다. 손이 빠른 장사치는 순간순간 저울눈을 속일 수가 있다. 농사짓는 시골 사람들 얼마나 순진한가. 그래서 남기는 돈이 엄청난 것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되를 속인다, 저울눈을 속인다’는 말이 귓전에 생생하다.

지금이라고 상행위가 정상적인 건 아닌 것 같다. 정확한 길이와 분량과 무게를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 속임수라는 게 고차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음료수, 라면 등 값을 인상하지 않은 대신 그것들을 담는 병을 줄이거나 포장지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크기가 어느 날 갑자기 작아 있다면 그게 속임수가 아니고 무언가. 소비자는 물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 먹을 수밖에 없다.

중국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파는 것이 다 한가지다. 이폭(利幅)이 작지 않을 것이다. 혼란스럽다.

‘큰 말로 받앙 족은 말로 폰다’

도량형을 속이는 악덕 상인을 대놓고 힐책하는 말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서 할 일이 아니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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