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맞선 당당한 항쟁....한국정부-미국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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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작가회의는 지난 1일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4.3문학기행 비석을 찾아서’ 탐방을 진행했다. 김동윤 평론가가 와흘리 마을운동장에서 열린 ‘제주4.3, 지금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워크숍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화해와 상생’이 제주 4.3 정신인 것처럼 둔갑했다. ‘무장대 수괴’로 불려서 4.3평화공원에서 지워진 이름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우리는 왜, 광주 5.18처럼 국가폭력에 저항했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 하는가.”

제주4.3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억울한 희생자인 게 중심이 아니라, 5.18처럼 당당하게 국가폭력에 맞선 항쟁이라는 입장이다. 73년 세월이 흐른 4.3을 다시 제대로 보자는 생각이다.

제주작가회의는 지난 1일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4.3문학기행 비석을 찾아서’ 탐방을 진행했다. 이날 부대행사로 와흘리 마을운동장에서 열린 ‘제주4.3, 지금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워크숍에선 김동윤 문학평론가가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4.3특별법 제정 전후였다”며 “제주4.3진상규명과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여년을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다보니, 어느새 그것이 마치 4.3 정신인 것처럼 둔갑하고 말았다”며 “따지고 보면 제대로 된 화해와 상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작 가해자들은 침묵하거나 발뺌하고 있는데, 피해자끼리 용서하고 화해하고 상생하자 게 아닌가”라며 “시시비비를 가리고 가해자가 용서를 구해야 화해하고 상생할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항폭력의 상상력이 문학에선 과감히 발휘될 필요가 있다”며 “물론 그 대상은 가해자로서의 성격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사례. 5.18 문학 송기숙의 장편 ‘오월의 미소(2000년)’. 광주항쟁 당시 항전파였던 인물이 군부의 일원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일본 오키나와 작가 메도루마 슌은 더욱 과감했다. ‘희망(1999년)에선 미군 아이를 납치해 살해한다. 기억의 숲(2009년)은 미군을 작살로 공격한다. 

김 평론가는 “4.3에선 좀처럼 그런 장면을 만날 수 없다”며 “상상적 보복조차 못한다면 어쩌란 것이냐”고 말한다. 

그는 “당시 제주도민들은 단순히 남로당의 선전에 넘어간 것은 아니”라며 “그들 스스로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고,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고자 나섰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희생자 혹은 추념 대상의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구별 짓기를 하는가. 무장대 수괴로 지목되어 평화공원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폭력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며 “폭력은 아래로 흐른다는 데, 폭력의 맨 위에 누가(미국과 한국정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토론에 나선 김성주 시인은 제주4.3과 광주5.18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시인은 “5.18은 국가폭력에 맞선 항쟁이라고 모두가 자신 있게 말한다”며 “하지만 4.3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남로당에게 이용당했거나, 토벌대에서 희생당했다고만 이야기 한다”고 했다. 

또 “무의식적인 정신적 충격이 기억을 바꿨다”며 “항쟁에 나선 사람들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무서워서) 그 한 마디를 못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열린) 4.3 재심재판에서도 4.3항쟁을 안했다고 해서 무죄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제주4.3문학기행은 제주작가회의 회원 창작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주제는 ‘사라진 기억과 삶, 문학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제주의 미래를 꿈꾸는 문학의 시간을 함께 하는 자리다. 

이날 기행에선 와흘리 4.3위령비, 조천지서에서 고문치사로 스물한 살 나이로 사망한 김용철 묘, 선흘리 4.3위령비, 외꼴절 승려 신흥연 위령비, 조천읍 충혼묘지 2연대 군인 추모비, 조천지서 앞 표지석, 김대진 묘비, 남매상봉 기념비 등을 탐방했다.  / 강정태 시민기자(소설가,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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