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제주MBC 공동기획] ① 공정 잃은 제주동문야시장 속사정, '한 지붕 다른세상'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제주MBC가 더 나은 제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 탐사보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플랫폼이 서로 다른 지역매체 간 특성을 십분 살려 독자 여러분들께 더 정확하고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첫 걸음으로 호황의 이면에 가려진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청년 창업가들의 좌절 사례를 네 차례에 걸쳐 집중 탐사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전국적으로도 전례 없는 수범 사례로 꼽히며 연일 성공가도를 달리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날이 저물면 즐길거리가 태부족했던 제주에서 동문야시장이 지역 대표 야간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범 운영 당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정식 운영이 시작되면서부터 더 큰 성장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지역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지역사회가 한 마음으로 응원하게끔 하는 기제가 됐다.

2020년 12월 공고된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매대운영자 2차 모집 공고는 새로운 꿈을 펼칠 기회였다. 최초 신청한 125개 팀은 서류심사를 거쳐 60개 팀으로 추려졌고, 현장조리 품평회를 거쳐 최종 입점할 32개 팀이 선정됐다. 약 넉 달 간의 준비기간을 지낸 상인들은 지난달 말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약 4대 1이라는 녹록지 않은 경쟁률을 뚫어낸 청년 창업자들의 기대는 더욱 부풀어올랐다. 그동안 아껴왔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기회가 온 듯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내 매대가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청년 창업주로 인해 텅 비어있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내 매대가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청년 창업주로 인해 텅 비어있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쓰디 썼다. 고생을 각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궁지로 몬 근본적인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일상을 영위하기도 힘들 정도로 옥죄는 강력한 제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반대편 매대와의 괴리감은 절로 맥이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6개의 매대가 청운의 꿈을 접었다. 전체 매대의 5분의 1이다. 도망치듯 야시장을 뛰쳐나온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동문재래야시장의 폭발적인 성공은 다양한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2018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야시장 조성 및 골목경제 활성화사업' 성과분석 및 전략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의 일일방문객은 평균 9500여명에 달했다. 연간방문객 수로 환산하면 171만명이다.

1개 매대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60만원, 야시장 전체 하루 매출액은 1920만원, 연간 매출액은 7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나란히 줄지은 32개 매대에는 한 매대당 2명씩 총 64명의 인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롭게 창출된 청년 일자리인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야시장 조성 및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 성과분석 연구용역' 자료. 제주동문재래시장의 두드러진 성과가 한 눈에 드러난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야시장 조성 및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 성과분석 연구용역' 자료. 제주동문재래시장의 두드러진 성과가 한 눈에 드러난다.

일찍이 야시장을 운영해 왔던 타 시도 사례와 비교했을때도 동문재래야시장의 성공은 독보적이다. 같은 기간 부산, 전주, 부여, 목포, 경주, 울산, 인천, 동해 등 전국 11곳의 야시장 평균 연 매출액은 14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제주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올린 전주 한옥마을 야시장의 연 매출도 20억원 안팎이었다.

2019년 제주연구원이 '제주지역 야간관광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야시장이 성공적인 안착 사례임을 보여준다.

야시장 방문객 표본 200여명을 추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야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그렇다' 59.1%, '매우 그렇다' 8.3%로, 부정적인 답변 '전혀 아니다' 1.5%, '아니다' 4.4%를 크게 웃돌았다.

야시장의 성공은 곧바로 주변 상권에도 선순환을 불러왔다. 야시장과 연계한 재래시장 내부에도 활기가 돌았고, 중앙로 상점가까지 효과가 번졌다. 기존 전통시장의 전체 매출도 1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야시장 청년 상인들이 일궈놓은 밭에서 정작 열매를 따가는 것은 특수한 몇몇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시작 단계부터 야시장 청년 창업자들은 '절대 을'의 위치에 놓인, 한 지붕 아래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현장. 같은 시간대 매대 위치에 따라 인파가 몰려든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현장. 같은 시간대 매대 위치에 따라 인파가 몰려든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야시장 상인 A씨의 하루 벌이는 평균 20~30만원 정도다. 이중 40%는 재료비로 떼놓고, 아르바이트 1명을 고용하는데 일당 5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관리비 등 제할 것을 제하자 손에 쥐어진 돈은 7만원 남짓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A씨의 근로시간은 야시장이 열린 3~4시간이 아니었다. 당일치 재료를 미리 사두고, 기본 조리를 하는데 매일 약 4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결국 한 나절을 온전히 쏟아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번 하루 7만원. 돈을 벌 욕심을 떠나 가족을 건사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는 계산이 섰다.

상인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50%를 재료비로 빼놓고, 인건비·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하루 10만원이 되지 않았다. 비싸고 싱싱한 재료는 그의 메뉴의 경쟁력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차라리 장사를 접자는 마음에 그는 일찌감치 짐을 뺐다.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든 것은 공정한 기회를 잃어버린 영업 환경이었다. 강한 규율의 영향권에 있는 32개 야시장 매대는 메뉴를 바꿀 수도 없었고, 홍보를 강화할 수도 없었다. 

반면, 야시장의 규율에서 벗어난 바로 길 건너편에 상점에서 매대를 일부 상인들이 같은 규격의 매대를 설치하고 영업하기 시작했다. 청년 창업가들의 아이디어 식품으로 야시장이 활성화되자 이를 도용한 사례도 발생했다. 임대한 상점을 3개, 4개로 쪼개 재임대를 주는 꼼수도 마다치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야시장의 가면을 쓴' 7개 매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상인들의 매대는 야시장 매대와 출발선상에서부터 차이를 보였다. 이미 야시장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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