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 제주MBC 공동기획] ② '기울어진 운동장' 형평 어긋난 규약에 상인들 '부글부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제주MBC가 더 나은 제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 탐사보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플랫폼이 서로 다른 지역매체 간 특성을 십분 살려 독자 여러분들께 더 정확하고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첫 걸음으로 호황의 이면에 가려진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청년 창업가들의 좌절 사례를 네 차례에 걸쳐 집중 탐사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시국에도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은 그 명성에 걸맞는 선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방역지침에 따라 포장만 가능하게끔 하고 현장 취식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영업 중이다. 찬바람만 불던 지난해 고난을 딛고 올해는 적지 않은 관광객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호객 행위와 음악소리로 시끌벅적한 입구쪽 몇몇 매대와는 달리 반대편 매대는 조용하다 못해 한산하기까지 했다. 같은 지붕을 공유하면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었다.

동문시장 내부에서 야시장으로 들어서는 진입로에 위치한 7개 매대. 점포 2곳을 각각 4개, 3개로 쪼개 운영중인 이 곳에는 강한 스피커 사운드가 고막을 울렸고, 호객을 전담하는 직원 수 명이 입구에 서 있었다. 

이들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능수능란하게 줄 세웠다. 자신들이 '원조 야시장 맛집'이라고 외치며 행여 손님들이 대오를 이탈할까 미리 계산까지 마치도록 도왔다.

화려한 불쇼가 벌어지고 있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건너편 상인 매대. ⓒ제주의소리
전문 호객 직원을 운용하고 있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건너편 상인 매대. ⓒ제주의소리

관광객들의 줄이 닿아있는 곳에서는 화려한 불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매대 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강한 불꽃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비트에 맞춰 춤을 추듯 고기를 굽는 요리사들과 번쩍이는 싸이키 조명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엄밀히 따지면 이 7개 매대는 기존 시장 점포를 재임대한 매대로 정식 야시장에 속하지 않았다. 즉, 야시장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곳으로 호객 행위도, 강한 스피커 소리도, 과도한 불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대구에서 관광차 제주를 방문했다는 정인오(24)씨는 "화려한 곳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고, 손님들이 많이 모여있길래 '이 곳이 맛집이구나' 싶어서 줄을 서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일행도 "처음 줄을 섰을때는 직원이 자연스럽게 줄을 세우길래, 여기가 야시장으로 들어가는 줄인 줄 알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제주시민 유소정(39)씨도 "제주에 살면서 몇 차례 야시장을 찾아오곤 했지만 당연히 (7개 매대도)야시장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저 장사 기술이 좋은 곳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매대 '정식 야시장'은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좋게 표현하면 질서정연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목을 끌기엔 무언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스피커 소리도 작았고, 호객 행위를 하는 이들도 없었다. 

정식 야시장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7개 매대와 마주보고 있는 첫번째 줄 매대는 행인들이 북적였지만, 반대편인 두번째 줄 매대는 같은 시간대에도 상대적으로 휑한 모습이었다. 손님이 없을 때는 그저 오가는 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동문재래시장 상인회와 청년 상인들 간 맺은 매대 위·수탁 협약 상의 규약. 제재 사항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동문재래시장 상인회와 청년 상인들 간 맺은 매대 위·수탁 협약 상의 규약. 제재 사항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동문재래시장 상인회와 청년 상인들 간 맺은 매대 위·수탁 협약 상의 규약에는 제재 사항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다. △불꽃이 가슴 높이 이상 올라가는 경우 △품목을 임의로 변경 또는 추가할 경우 △현장에서 각종 광고·홍보용 음향기기 사용에 따른 음량이 심해 소음민원이 발생하는 경우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현장에 상주하며 감시하는 상인회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주의를 준다. 주의나 경고가 쌓이면 퇴출까지 가능하다. 결국, 최소한의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정해놓은 약속이지만, 정작 엉뚱한 곳에서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구조다.

야시장 매대 운영은 동절기는 오후 6시, 하절기는 오후 7시부터 가능하다. 5월 1일부터 하절기로 적용돼 영업시간은 7시부터 약 3~4시간만 운영이 가능하다. 이 역시 대낮부터 운영되고 있는 7개 매대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아무런 사정을 모르고 입점한 야시장 청년 상인들의 고충은 컸다. 이들은 장사가 안되는 것이 단순 요리 실력이 모자라다든가 아이디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수긍했겠지만,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상인 A씨는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다. 손님도 불러오고, 줄도 잘 세워야 그나마 장사가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돼있다.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인 B씨도 "호객이나 스피커 송출을 서로 경쟁적으로 하다보면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 반대편 (7개)매대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주거나, 그렇지 못하면 우리 상인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대응할만한 여지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필연적으로 매출액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야시장에 입점한 매대의 경우 위치나 매대에 따라 하루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 가량 벌어가는 반면, 규율 밖의 7개 매대의 경우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한 불쇼가 벌어지고 있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건너편 상인 매대. ⓒ제주의소리
같은 시간 상대적으로 한산한 야시장 매대. ⓒ제주의소리

야시장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상인회도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뗀 실정이다. 김원일 제주동문재래시장 상인회장은 "상인회도 그저 비영리 단체일 뿐 시장 논리에 따라 개별 상인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것은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김 회장은 "상인회에서 협조를 구하거나, 상도를 지킬 것을 권했지만, 협조가 잘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행정에서 관리가 이뤄진다면 보다 수월할 것 같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운영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개 매대 점주도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이 곳에서 지난 3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상인 C씨는 "저 역시 청년 상인이고, 이 곳에 자리잡기 전에 야시장 매대에 입점해 있었다"며 "야시장이 지난 3년간 규율이 많이 강화된 점이 있지만, 마치 우리가 야시장과 적대관계에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C씨는 "우리 역시 야시장이 성공해야 장사할 수 있는 상생 관계다. 개인 점포라는 특성 상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메뉴도 업그레이드 하고, 간판과 조명도 설치하니 새로 들어온 분들은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은 전혀 없다"며 "정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야시장 상인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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