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유지 이어 국유지 임야까지 텐트 점령...이호동, 동백나무 심어 야영객 원천 봉쇄

본격적인 봄 피서철을 앞두고 제주시내 도심지 대표 휴식처인 제주이호해수욕장에서 때아닌 텐트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5일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한 이호해수욕장을 주변을 확인한 결과 백사장을 경계로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로 2곳 주변에 텐트촌이 형성돼 있었다.

텐트촌 입구는 보란 듯이 ‘텐트 설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해수욕장 진입로는 물론 올레길로 이어지는 탐방로와 주차장 인근 곳곳에 야영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즐비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나무다. 최근 텐트촌 일대 임야에는 동백나무와 야생화 수십 그루가 심어졌다. 정자 쉼터 주변에는 도리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이름표까지 내걸었다.

현수막과 나무 식재와 아랑곳없이 일부 야영객들은 나무를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텐트를 설치했다. 소나무에 줄을 묶어 침구류를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장기간 텐트를 쳐놓는 소위 ‘알박기’가 의심되는 야영객도 있었다. 설치가 용이하고 전망과 접근성이 좋은 장소를 독차지해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었다.

나무를 심은 주체는 다름 아닌 이호동주민센터다. 최근 국유지는 물론 사유지까지 무분별하게 텐트촌이 들어서면서 식생 훼손과 쓰레기 투기 등 민원이 이어진데 따른 대응 조치다.

사유지 임야에 설치된 텐트의 경우 통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부지 중 다수는 이호유원지 사업을 추진하는 주식회사 분마이호랜드와 학교법인인 한양학원 소유다.

도심지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에 텐트 칠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야영객들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내가 아닌 야외활동을 즐기는 캠핑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협재와 금능해수욕장이 있는 협재유원지의 경우 최근 늘어난 야영객들이 임야를 침범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지정 야영장 면적을 확대하는 경계지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호해수욕장은 협재와 함덕, 김녕해수욕장과 달리 백사장은 물론 유원지 27만6218㎡ 부지 내에 지정 야영장이 없다. 

야영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하수도와 화장실, 소방시설, 긴급이동 차로 등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고모(36) 씨는 “금지된 장소에서 야영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수욕장에 텐트 칠 공간조차 없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재와 김녕해수욕장의 경우 인근에 야영장이 별도로 설치돼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에게 야영을 즐기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동주민센터는 이와 관련 “텐트촌에서 인명사고와 화재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쓰레기 투기 등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사고 발생시 적절한 대응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텐트가 사유지는 물론 기재부 소유 임야까지 침범해 부득이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나무를 심었다. 텐트 금지 현수막이 설치된 곳에서는 야영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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