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67) miracle 기적

mir·a·cle [mírǝkəl] n. 기적(奇蹟)
기적은 느량 저끗디?
(기적은 늘 곁에?)

miracle은 mira- “경이롭다(=wonder)”와 –cle “작은”의 결합이다. 이 mira-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admire “--에 감탄하다”, mirage “신기루” 등이 있으며, 접미사(suffix) -cle에서 나온 낱말로는 particle “분자(分子)”, article “한 품목”, knuckle “손가락 관절(마디)” 등이 있다.

miracle의 어원적 의미는 말 그대로 “작은 경이(驚異)로움”이다. ‘기적(奇跡)’에 대한 사전적 의미(lexical meaning)는 “상식(common sense)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하고(unaccountable) 불가사의한(mysterious) 현상”이지만, 큰 것이라기보다는 의외로(unexpectedly) 작은 것이며 멀리 있는 것이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다쳐서, 아파서, 슬퍼서,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이 다시 가능하게 되면 그것이 기적이다. 출처=픽사베이.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다쳐서, 아파서, 슬퍼서,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이 다시 가능하게 되면 그것이 기적이다. 출처=픽사베이.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삐끗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했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는 일,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들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 박완서의 ‘일상의 기적’ 중에서

“인생에는 두 가지 삶밖에 없다. 하나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physicist) 앨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막(desert)에서는 물 한 방울 얻는 것도 기적이 아닌가. 식물인간(a person in a vegetative state)에게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기적이고, 시각장애인(a visually-handicapped person)에게는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기적이며, 청각장애인(a hearing-impaired person)에게는 새 소리 들리는 게 세상이 바뀌는 기적이다. 무감각한(insensitive) 대다수 사람들만 매일매일 일상에서 일어나고 그런 기적들을 놓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다쳐서, 아파서, 슬퍼서,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이 다시 가능하게 되면 그것이 기적이다. 어제 미워하던 사람을 오늘 다시 사랑하게 되면 그 역시 기적일 것이다. 이런 기적들을 믿든 믿지 않든 모두 본인의 소관(within your own jurisdiction)에 달렸지만, 적어도 가족과 식구들을 생각하는 가정의 달(Family Month) 5월에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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