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사용 일시 중지 ‘연간 유지비만 8억’...친수공간-제한구역 국방부 갈등도 여전

연간 지역파급효과만 6000억원을 넘는다며 제주해군기지와 함께 호기롭게 문을 연 서귀포 강정 크루즈 터미널이 개점휴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제주의소리]가 서귀포 강정 크루즈 터미널 준공 3년을 맞아 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한 결과 올해 1월부터 터미널 내 모든 시설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강정 크루즈 터미널은 2009년 4월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관광미항 건설에 합의하면서 15만톤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국내 첫 민군복합항으로 만들어졌다.

제주도는 2014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총사업비 601억원을 투입해 제주해군기지 서측 7339㎡ 건축부지에 연면적 1만1170㎡ 규모의 최신식 터미널을 건축했다.

사무실과 입국장, 출국장, 대합실은 물론 크루즈 승하강 시설과 여객운송 양방향 무빙워크, 울타리 보안시설, 선박급수시설 등 운영지원 시설도 연이어 들어섰다.

제주도는 16만t급 크루즈선이 연간 250차례 입항해 항만수입과 민간수입, 쇼핑금액을 합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60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7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이른바 ‘한한령’이 내려지면서 중국발 크루선의 발길이 끊긴 것이 직격탄이었다.

개항 9개월만인 2019년 3월 퀸 메리 2호(14만8천t)가 첫 방문이었다. 두 달 뒤 마제스틱 프린스호(14만2714t)가 찾았지만 이후 2년간 단 한 대의 크루즈선도 강정에 하선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크루즈선은 자취를 감췄다. 발길이 끊긴 크루즈선 터미널은 입주업체가 없어 내부시설이 텅텅 비어 있다.

제주해양관리단 소속 청원경찰과 해운조합 관계자들만 현장을 오가고 있다. 크루즈 승하강 시설과 태풍에 침수까지 겪은 무빙워크 등은 3년간 가동 자체를 하지 못하고 신세다.

크루즈선 없는 크루즈 터미널 운영을 위해 쏟아붓는 운영비만 연간 8억원을 넘어선다. 2019년에는 8억3500만원, 2020년에는 7억7500만원을 운영비로 지출했다.

올해 준공한 방파제 친수공간 관리・보수 비용을 두고 최근에는 제주도와 국방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해군기지 준공 5년이 지나도록 크루즈 선회해역의 제한보호구역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민군복합항 서방파제와 남방파제에 조성된 산책로 ‘강정해오름노을길’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자, 최근 해군은 친수공간 유지·보수를 맡은 제주도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제주도는 서·남방파제 관리운영 사항을 임의대로 해석해 비용 부담 주체를 제주도로 특정하면 안 된다며 항의성 공문을 보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해군은 통제보호구역을 제외한 남방파제 끝 지점과 내부 수역 모두를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하며 제주도와 대립하고 있다.

최근 해군 간부가 원희룡 제주도지사 함께한 면담 자리에서도 이 같은 언급이 있었지만, 제주도는 각 부서별 의견 수렴을 통해 수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크루즈 선사나 여행사의 관광객 모집 성사가 여전히 불투명해 올해도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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