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그녀들의 Am ‘바다가 활짝 피었습니다’

제주 극단 '그녀들의 Am' 단원들. ⓒ제주의소리
제주 극단 '그녀들의 Am' 단원들. ⓒ제주의소리

올해도 절반 가까이 지난 5월, 제주 극단 ‘그녀들의 Am’이 다소 늦은 기지개를 켰다. 지난 2일 쇼케이스를 가진 ‘바다가 활짝 피었습니다’는 인형극과 정극을 섞은 1시간 분량의 창작 가족극이다. 장연심 작, 김선희 연출.

이날 공연은 제주 극단 ‘두근두근 시어터’ 소속 장정인과 성민철, 극단 파수꾼 조성진 대표 등 동료 연극인들 몇몇을 초청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렀다. 정식으로 선보이기에 앞서 보완점을 찾기 위함이다. 

특히 간담회까지 함께 해준 ‘두근두근 시어터’는 제주 유일 가족극 전문 극단으로 국내외 여러 무대에 초청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단체다. 그녀들의 Am이 2015년 정식 창단 이후 정극만큼이나 ▲똥통귀신 노일저대(2018) ▲꽃님이와 미밋동산(2019) ▲제주를 품은 거대여신 설문대(2019) 등 인형극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공개 쇼케이스는 보다 예리한 조언을 얻기 위한 각오(?)라고 볼 수 있겠다.

예상대로 공연 이후 간담회에서는 격려만큼이나 제법 날카로운 조언들이 이어졌다. 1시간이라는 공연 길이, 활용도를 더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무대 배경, 종종 군더더기가 느껴진 배우의 동선, 효과적인 조명 기기 선택, 인형 재질에 따른 차이, 배우가 등장할지 혹은 인형을 올릴지 여부까지 세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동료 연극인들이 하나 둘 조언을 꺼내놓을 때마다 그녀들의 Am은 진지하게 때로는 웃으면서 자신들이 무엇을 고치고 반영해야 할지 논의했다. 따끔한 지적도 있었지만 참석자 모두 이번 작품을 ‘놀라운 발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다가 활짝 피었습니다’는 할머니,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해녀의 길을 걷는 어린 소녀 ‘해주’의 이야기다. 물질 도중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그런 딸을 대신해 물질을 멈추지 않으며 손녀를 키운 할머니, 그런 집안 분위기에서 운명처럼 해녀가 되는 해주. 이 같은 ‘해녀 3대’라는 설정 속에 “해주의 꿈과 성장”을 그려낸다.

작품은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접근과 함께 해주가 바다 속 존재들과 만나는 ‘판타지’를 더하면서 가족인형극을 추구한다. 덕분에 아이를 둔 성인은 성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주목할 만 한 요소가 함께 녹여져 있다. 

엄마 해녀가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주인공을 돕는다는 구조는 그림책 ‘숨비소리’(2017)를 포함해 익숙한 소재로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크기를 달리한 주인공 인형을 비롯해 강아지·해파리·돌고래 등 소품과 세트 규모를 한층 키웠고, 동시에 정경희·임영숙·김은정·나선희 등 출연진의 열정적인 연기, 무난한 줄거리가 더해져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앞선 지적대로 세세한 부분에 있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제법 보였지만, 내용부터 연출까지 진일보 했기에 한 목소리로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여성들로만 이뤄진 제주 극단 그녀들의 Am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연극동아리로 시작해 2012년 첫 공연을 열고 2015년 정식 창단했다. 첫 공연부터 시작하면 10년차인 나름 관록의 극단이다. 이번 새 창작극 공연과 이어진 간담회를 지켜보면서 그녀들의 Am이 가진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끈끈한 유대감, 그리고 무대에 대한 꾸준한 열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단원마다 가정을 책임지거나 주어진 본업이 있기에 완성도를 기준으로 전문 극단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실력 향상을 위해 전문가 초청 자체 워크숍을 열고, 다른 극단에 조언을 구하기도 마다하지 않는 등 쌓이는 시간 만큼 저력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바다가 활짝 피었습니다'는 그녀들의 노력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생활예술 동아리로 출발해 10년 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온 제주 여성 극단.

그녀들의 Am은 제주 연극계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다. 속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특유의 팀워크와 열정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전진하는 그녀들의 Am을 기대한다. 창작극 ‘바다가 활짝 피었습니다’ 본 공연은 5월 말로 앞둔 김영수도서관 개관 2주년 행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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