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 제주MBC 공동기획] ④ 야시장 민원 무책임 일관...보도후 뒤늦게 "개선방안 검토"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제주MBC가 더 나은 제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 탐사보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플랫폼이 서로 다른 지역매체 간 특성을 십분 살려 독자 여러분께 더 정확하고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첫걸음으로 호황의 이면에 가려진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청년 창업가들의 좌절 사례를 네 차례에 걸쳐 집중 탐사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비어있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매대. ⓒ제주의소리
비어있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매대. ⓒ제주의소리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은 그간 성공적인 모습만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그야말로 '불야성'인 동문재래야시장은 해마다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방문지가 됐다. 야시장 조성 담당 공무원과 상인회 직원은 각각 장관 표창을 받는 영예까지 누렸다.

그러나, 그 이면의 그림자는 철저히 감춰져 있었다. 내부자가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도 컸다. 그 중심에는 행정당국의 방관이 있었다. 

야시장 청년 창업가들의 사용자는 제주시다. 제주시가 야시장 매대 운영자 모집을 공고했고,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 것 역시 제주시였다. 

제주시는 동문재래시장 상인회와 야시장 운영 전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운영·관리 권한을 상인회에 일임하고 있다. 판매대 운영자 관리, 야시장 관련 시설물 및 물품 등의 유지관리 내용 등이 협약서에 담겼다. 사실상 위탁 운영이다.

제주시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 야시장 매대를 관리하는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운영위원회'는 동문재래시장 내 상인들로 구성돼 있다. 야시장 공모가 상인회를 통해 시작됐고, 야시장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동문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라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야시장 청년 상인들을 관리하는 것은 곧 인접한 시장 내 상인들이다. 이들은 야시장 상인들과 공생 관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경쟁 관계에 더 가깝다. 훼방을 놓을 일은 없다손 쳐도, 야시장 상인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이유도 딱히 없다.

제주시가 야시장 관리감독을 상인회에 일임한 후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순간 야시장 상인들은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길이 없어진다.

'7개 매대'로 대표되는 정식 야시장 밖의 상인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처지에도, 현실적으로 '절대 을'의 위치에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도 문제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취재 과정에서는 최근 2차 모집공고 직후 7개 매대가 줄줄이 시장을 떠나기 전인 2018년도에도 7명의 야시장 상인들이 중도 포기한 것이 확인됐다. 이 또한 상인회와의 갈등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3년 간 야시장을 떠난 청년 창업가의 수만 14명에 이르렀다.

2018년 3월 열린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개장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3월 열린 제주동문재래시장 야시장 개장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에는 야시장 상인과 동문재래시장상인회와의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다. 경고가 누적된 매대 상인에 대한 퇴출 통지를 두고 민사 소송을 주고 받은 결과, 상인회 측이 패소했다. 2차 모집을 통해 입점한 상인들에게 더 강한 규약을 적용한 배경이다.

야시장 입점 상인 A씨는 상인회와의 불공정한 협약과 일방적인 지도·관리 행태에 대해 제주시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나름 1인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달라지는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제주시에 아무리 문제를 얘기해도 '상인회랑 협의하라'는 입장이었다. 상인회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는데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상인회는 야시장 상인 간의 사모임까지 일절 금지시켰다. 소위 단톡방을 만드는 것도 제한했다. 그 흔한 비상연락망조차 상인들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A씨는 "야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것이 불안했던 것인지 규제가 상당했다"며 "32개 매대 상인은 모두 비슷한 처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통이 제한되다보니 서로 견제하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상인 B씨도 "그래도 나라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니까 체계적이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니 나라가 하는 사업이 아닌 상인회가 독단적으로 하는 사업이었다"며 "제주시 담당부서에 이의를 제기해도 '상인회에 위탁을 맡겼기 때문에 상인회에 말하라'는 대답만 계속 반복됐다. 마치 상인회를 무서워하듯이 대응하더라"고 토로했다.

즉, 제주시 역시 야시장 내부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상인회의 권한이라고 떠넘겼던 것이다.

재래시장 활성화 기여로 담당자가 장관상까지 받는 동안 관련 민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이 몇 건인지 조차도 집계되지 않았고,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은 민원 관련 기록도 없다시피 했다.

야시장이 운영됐던 지난 3년간 야시장 상인들과 그 흔한 간담회 자리 한번 마련하지도 않았다. 소통의 창구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호객행위와 스피커 소음 등에 자유로웠던 속칭 '7개 매대'에 대한 관리 권한 역시 행정의 책임임에도 그간 방기돼왔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야시장을 떠난 청년 상인들은 개인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상인들의 사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 일일이 행정기관에서 관여할 수는 없어 상인회와 점주 간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상인회의 관리 능력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강한 규약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다만, [제주의소리]와 [제주MBC]의 공동보도로 지적된 야시장 점주들의 기본권 침해 문제나 시장질서 교란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개선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협약 내용을 완화라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상인회와 야시장 회원과의 만남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강선보 제주시 경제일자리과장은 "관내 22개 시장을 관리하는 제주시가 직접 야시장까지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영을 상인회에 위탁한 것"이라며 "업주들에 대한 규약은 상인회와 야시장 상인 간의 의견 차가 있겠지만, 함께 의논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제약을 덜 받으면서 잘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야시장 밖의 (7개)매대와 관련해서는 상인회에서도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호객행위나 소음민원 등에 대해 관련 부서와 협력하고, 도로 점용 등의 문제가 없는지도 지도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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