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강성민 제주도의회 의원(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장)

강성민 도의원.ⓒ제주의소리
강성민 도의원.ⓒ제주의소리

어떤 일이든 더불어 함께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그 뜻은 항시 높게 평가한다. 그 지역과 특별히 관계도 없는 사업을 위해 일시의 성금도 아닌 정책적으로 예산을 편성·지원하는 것은 함께하려는 의지와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인가. 바로 지난달 29일 경기도의회가 ‘제주4.3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공연을 위해 1억5000만원 예산을 반영한 경기도의 제3회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아마도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제주와 관련해, 그것도 직접적으로 4.3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일은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기에 그 의지와 마음을, 제주는 높게 평가하고 고마움을 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유래 없는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는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경기아트센터와 제주4.3평화재단의 지속적인 교류협력, 그리고 ‘4·3의 전국화’라는 사명 아래 더불어 함께했기 때문에 이뤄낸 성과이다.

‘제주4.3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예산 1억5000만원 편성은 단순히 다른 지역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이외에 여러 함의를 갖는다. 이와 관련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해는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 및 유족들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등의 방안이 마련된 특별한 해”라며 “이번 공동기획 사업이 경기도민과 함께 가슴 아픈 근현대 역사를 공유하여 국가에 의한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 타인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국가 폭력의 역사 방지 등 더 나아가는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진정한 4.3 정신의 발현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지금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4월10일, 경기도는 경기아트센터에서 제주4·3 제73주기 추념 <봄이 왐수다> 공연과 전시회를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통해 4·3의 진상을 제대로 알게 됐다”며 “국가가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국가폭력의 대표적 사례가 제주4.3으로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국가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라고 주장했다.

그 전에는 지난해 4.3특별법 전면개정 과정에서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 등 전국 광역의회와 기초의회가 나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이는 4.3특별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붐을 조성했다고 본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지방의원에게는 명예제주도민증을 수여해 감사를 전하면서 든든한 제주의 우군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전국적 연대에 대해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단 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특별법 개정에 한 목소리를 냈고, 전국 곳곳의 시도의회에서도 각각 촉구결의안을 채택해 제주도민의 염원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다”라며 제주4.3의 지역협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동안 4.3도민연대와 유족회 사무국장, 도의회 4.3특위 위원 등을 맡아 4.3운동을 전개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4.3관련 예산 편성 및 의결, 4.3특별법 개정과정의 전국 지방의회 연대, 그리고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건의문 채택 등에도 직접 관여하고 힘을 보탤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자 보람이다.

필자는 일련의 이러한 사례가 제주4.3과 지역협력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4.3운동이 갈 방향을 말해주는 모범사례로 평가한다. 지난 1998년 제주4.3 제50주년을 맞아 열린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한국의 제주4.3과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대만의 2.28사건 등 동아시아 지역의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대해 동아시아 학계와 시민사회, 종교계 등이 평화정착과 인권신장 방안을 토론한 바 있다.

이렇듯 제주4.3운동은 동아시아 국제연대를 조성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국내 과거사 관련 단체와 지방의회가 연대해 여수·순천과 노근리, 거창, 그리고 대전 골령골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 일어난 반인륜적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지역 간 연대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제주와 전국 지방의회, 제주와 경기는 4.3특별법 전부 개정과 4.3의 전국화 과정을 통해 제주4.3과 지역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앞으로 지방의회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지역 간 협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획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기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것이 진정한 4.3정신의 발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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