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7) 포스트 코로나, 학교 역할 확대한 재설계 필요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사회적 불평등,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상황에서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학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됐다. 사실 코로나19는 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 삶 자체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지난달 13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불평등의 심화, 코로나19 상황 학교의 역할 확대와 교육공무직의 위상’(주관 정민구 도의원)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는 한신대학교 교수이자 사회공공연구원 원장으로 있는 송주명 교수가 했다. 

지난 기사에서는 토론회 발제 중 교육내용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학급당 학생수 축소를 주로 거론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학교 교육의 역할 확대에 따른 교육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위상 문제, 민주적 교육공동체로서 학교의 재구성 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난달 13일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송주명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 부모의 노동으로 인한 가정돌봄 공백 등이 학교 기능의 역할 확대와 복합화를 불러 왔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없었던 보편적 교육복지가 학교에서 실시됐다. 무상급식의 제도화와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상급식 도입은 학교 내 보편적 교육복지로서의 위상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보편적 복지 도입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코로나19로 학교는 단순히 수업만을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돌봄의 공백을 학교가 긴급돌봄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원격수업의 한계와 가정돌봄의 차이로 학력 격차는 더 커졌으며,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났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4월 12일 발행한 혼디맵주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4월12일 발행한 혼디맵주

보편적 교육복지의 일환인 학생 상담과 학교 복지 기능의 한 축을 전문상담사, 교육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4월12일 학생 맞춤형 교육복지 통합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자원 활용 안내서인 ‘혼디맵(Map)주(珠)’ (‘함께 묶다’의 제주어로 함께 엮어가는 아름다운 마을지도를 뜻함)를 제작해 도내 초·중· 고등학교로 보급했다. 

제주도교육청은 ‘혼디맵주’는 학교 및 도교육청, 교육지원의 교육복지사가 중심이 돼 지자체 및 지역 내 복지자원에 대해 전화, 현장방문 등을 통한 조사 및 확인과 편집, 교정 등 여러 차례의 협의 과정을 갖으면서 일궈낸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강승민 도교육청 안전복지과장은 “혼디맵주는 한 눈에 봐도 교육복지에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학교에서 보다 쉽게 지역사회와 연계해 신속하게 위기 학생을 지원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해 촘촘한 교육복지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교육복지사가 주축이 돼 지역 복지자원 통합 안내지도를 만들었다.

이제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돌봄의 역할, 그리고 불평등 및 차별, 학대로부터 안전망이자 공동체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학교는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입시교육이 아니라 지식, 통찰력, 민주적 삶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교육과 교육내용의 질적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교육내용 업그레이드에 따른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협력 교육 영역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학교육실무원, 특수교육실무원,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이 협력 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행정실무원, 전산교육실무원 등 교원업무경감을 통해 교육중심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교육청 소속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오후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치원방과후과정전담사가 없으면 유치원을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종일 운영할 수 없다. 

송주명 교수는 지난달 13일 토론회에서 “학교의 역할 확대 속에서 코로나 이후 학교의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확대된 교육 기능들을 담당하는 주체인 교육공무직에 대한 공식적 지위 및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단순히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관계를 맺고 공동체성을 키워가는 곳이라면, 학교에서 일하는 구성원 간의 존중과 신뢰부터 형성돼야 한다. 민주적 교육공동체로서 학교가 재구성 될 때, 학생들도 그 속에서 민주적 시민으로서 공동체성을 키울 수 있다.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선전국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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