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 ‘공직자 부동산거래 사전 신고’ 조례개정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행위가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부동산 거래 사전 신고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과 중앙언론은 물론 행정안전부에서도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정식 조례명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개정안’.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이 대표 발의한 이유로 일명 ‘김용범 조례’로 불린다.

조례안의 핵심은 도의원들이 소속 특별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한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의장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또 법령위반으로 의심되는 경우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윤리특위에 회부해 신분상 조치(징계, 고발 조치 등)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의원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신고하도록 해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행위를 근절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문제는 조례의 실효성이다.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는 의무 신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제때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에 따른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김용범 위원장은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도의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매년 1회 재산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나중에 문제 되면 선출직 공직자로서 더 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개정조례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건 부동산 투기근절에 대한 의원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 아니겠나. 의원들은 믿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사전신고제가 ‘예방적’ 조치라면, 법령 위반이 의심될 경우 징계 또는 고발조치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더 촘촘히 짜야하는 건 남은 과제다.

그 동안 의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전무, ‘유명무실’ 지적을 받아온 윤리특위 운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개정조례는 외부 통제를 위해 민간위원들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했다”며 “각계 전문가들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부 통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김용범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11대 의회 후반기 의회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찌 보면 의회운영과 관련해 안방마님과 같은 역할인데, 지난 10개월 어떻게 보냈나.

코로나19로 인해 비회기 때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원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상당히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런 속에서 이번에 의원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개정해 청렴하고 모범적인 의원상을 정립하는데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본다. 지난 10개월 동안 의회사무처 공무원들의 외부 강의 기준을 마련해 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간 회의일수를 130일에서 150일로 확대해 일하는 의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 자치경찰제 특례조항 신설 건의문 채택을 이끌어냈고, 위성곤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해서 잠자고 있던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조속 처리하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것 같다.

Q. 이번 제394회 임시회에서 처리된 안건 중 눈에 띄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개정안’이다. 일명 ‘김용범 조례’, 어떤 내용인가.

이번 개정안의 큰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도의원들이 소속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소관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매수했을 때 사전에 의장에게 신고하도록 한 내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동산 거래 행위가 법령위반으로 의심될 경우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는 내용이다.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Q. 사실 도의원들은 매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한다. ‘김용범 조례’가 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자 재산신고는 매해 같은 시기에 한 차례 한다. 제가 대표 발의한 개정조례안은 이를 보완해서 의원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거래가 있을 때마다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자발적 신고를 유도해 개발 예정지든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예방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Q. 개정조례안의 핵심은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거래 사전신고’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신고대상은 어떻게 되나.

신고대상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의원 본인은 물론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개정조례안은 의원 본인의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포함시켰다. 잘 알겠지만 조례 제·개정이라는 게 상위법과 충돌해서는 안 되는 한계가 있다.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확대했다.

Q. 의원과 배우자야 일심동체라는 점에서 당연히 신고대상이 될 테지만,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들도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것인가.

공직자윤리법 제4조는 재산신고 대상을 신고자 본인 외에 배우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까지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2조 4항을 살펴보면 본인의 직계존비속과 직계존비속 중에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상위법령 규정을 개정조례안에도 적용해서 의원 본인과 배우자 이외에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신고사항을 고지 거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Q. 조례안을 보니까 신고한 내용이 위법으로 의심될 경우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듣고 윤리특위에 회부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신고 자체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만약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벌칙을 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부동산거래 사전 신고제도인 만큼 의원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중요한거다. 조례 제·개정 등 입법 활동을 하고 법을 더 잘 지키려 솔선수범해야 하는 의원,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신고하지 않을까. 만약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다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1년에 한번 공직자 재산신고를 할 때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원들은 믿는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용범 의회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Q. 개정조례안 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윤리특위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나.

최근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윤리심사자문위 구성과 운영을 회의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본 개정조례안도 윤리심사자문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해서는 제주도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도록 해놓았다. 결국 회의규칙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사실 그동안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있으나마나,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차제에 외부통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검토하겠다. 행정안전부에서도 표준권고안이 나올 예정인 만큼 표준권고안이 나오면 그것까지 감안해 구체적인 구성방안을 논의하도록 하겠다.

Q. 개정조례안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해충돌방지법도 부대의견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6개월 이내 각종 반부패 법령 등을 통합 정비하도록 하고 있고, 최근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 역시 내년 1월13일 이후 시행된다. 제가 발의한 개정조례안도 그런 준비기간을 고려해서 내년 1월 13일 이후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Q. 법망을 촘촘히 하더라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있더라. 개정조례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일 텐데, 마지막으로 동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동료의원들께 감사드린다. 지난번 제2공항 관련해서 성산읍 주변 토지 투기 행위에 대해 전수조사를 함에 있어서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작성해준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잘 알다시피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차명 거래하는 것까지 의회에서 막을 수는 없다. 이번 조례 개정은 예방적 관점에서 의회가 공직사회에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지난 4월30일 본회의에서 개정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주신데 대해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드리겠다. 제주도의회가 부동산 투기만큼은 근절하자는 의원들의 자발적 실천의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례 개정이 전국 지방의회 최초여서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중앙언론, 심지어 지방의회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의원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개정안이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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