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14일 제주문화예술섬 상반기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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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예술섬 상반기 포럼'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20년’ 성년을 맞이한 제주문화예술재단(문예재단)에 대한 지역 예술인들의 조언은 결국 가장 기본적인 ‘현장과의 소통’이었다.

문예재단은 14일 산지천갤러리에서 ‘제주문화예술섬 상반기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현장 진행과 함께 유튜브로도 생중계했다. 포럼 주제는 ‘스무살의 꿈, 제주 문화 예술의 가치를 더하다’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문예재단의 지난 과정을 평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다.

지역 예술계를 대표해 포럼에 자리한 참가자들은, 예산·조직 등 외형적인 확장과는 별개로 재단이 지금까지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보다 속도감 있고 실효성 있는 소통, 그리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방향의 전환을 촉구했다.

# 규모? 체감할 수 있는 소통 중요해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고, 정책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현장 예술인들에게 체감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예를 들어 제주 문화 예술인들을 표본으로 모아 (사안별) 여론조사를 진행해보자. 결과를 과감히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적어도 재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성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냉정히 지난 20년 동안 이런 소통 노력들이 미흡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포럼으로 끝내지 말고 어떻게 현장 예술인과 소통할지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수열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은 다양한 제주 예술 구성원들이 모이는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김 부이사장은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예술가들, 예총, 민예총, 제주도, 문예재단 등이 모이는 원탁회의를 생각해본다. 중요한 사안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열리는 구조를 만들어서 시간과 재정 낭비를 줄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 원탁회의를 재단이 중심이 돼서 열어 달라. 이것이 20주년을 맞는 재단이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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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수열, 이종형, 이선화, 김선영, 강태군. ⓒ제주의소리

더불어 “정해진 예술 지원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보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코로나19로 힘겨운 모든 도민들에게 힘주는 역할이 예술이라면 재단과 행정은 예술가들을 어떻게든 이끌어 세워서 도민들을 위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도민 1인당 문화 관련 예산이 50만원에 가깝다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자료가 있는데 이 사실을 접하는 도민, 예술인들은 박탈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제주도 전체 예산의 3%가 문화 예술 예산이라는 통계도 있는데, 이런 수치적 접근은 현장 예술인들을 슬프게 만드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체감이다. 체감이 되지 않는데 예산 규모 3%, 4%, 5%가 무슨 의미인가. 예산이 어떻게 피부로 와 닿는지 체감하기 위해서도 예술인, 단체, 재단, 행정 등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제주 문화예술의 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그것은 행정이 끌고 가는 과정이 아닌 모두가 더불어 가는 과정”이라고 당부했다.

김선영 제주예총 회장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예술 환경 속에서 제주예총의 역할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구비문학, 해외역사서, 기록문헌 속에서 나타나는 제주와 탐라의 원형이 주는 영감은 다시 인문학, 관광, 캐릭터 산업과 연결돼 전승·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제주예총은 창작지원금 제도, 플랫폼 구축, 각종 교육사업, 타 단체와의 협업 등의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주예총의 비전은 창작자와 예술인들의 요람으로서 제주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현장 혼돈주는 정책 변화 안돼

김석범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전문위원은 ‘스무살의 성장사로 돌아본 향후 (문예재단의) 지속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 전 전문위원은 무엇보다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과 사업의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꼽았다. 조령모개는 아침에 명령을 내리고 저녁에 다시 바꾼다는 뜻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입장을 의미한다.

더불어 “재단 20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하면서 지속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이제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등 법정 계획과 재단 자체의 비 법정 계획도 연계돼야 한다”면서 “제주도 문화예술관련 조례를 계획·수립할 때 재단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문예재단의 주체적인 역량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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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추미경, 강헌, 최도인, 이승택, 김석범. ⓒ제주의소리

이승택 이사장은 현재 재단의 역점 사업인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제주 문화 예술에 대한 산남과 산북의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읍·면 등 문화 소외 지역의 문화 공간을 발굴하고 균등한 문화 참여 기회를 제공하면서 민선 6기부터 계속해서 추진 중인 ‘문화예술의 섬, 제주’라는 브랜드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프로젝트의 다섯 가지 큰 줄기를 ▲유휴공간 활용을 통한 지역 문화 재생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 ▲읍·면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확대 ▲문화예술섬 포럼, 네트워킹 구축 ▲문화예술섬 문화지표, 과제 발굴 등으로 꼽았다.

토론에서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는 “문예재단의 지난 20년은 성장의 역사라고 본다. 예산, 직원, 업무를 양적으로 몰아간 경향이 있다. 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 향유, 공간이라는 공급 중심의 정책이었다”면서 “다만 시대적인 맥락을 보면 성장·공급 중심은 더 이상 큰 힘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주체·협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아마 지금도 재단 내부에는 여전히 성장 중심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남아있으리라 본다. 예를 들어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등 주요 거점을 만들면서 운영에 대해서는 얼마나 섬세하게 고려됐나. 예술가와 참여 시민들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예산이 들어가고 사업을 하는지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질적으로 성숙하고 유연하게 함께 만들어가는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대표가 바뀌어도 중장기 계획을 세워도 조직 전체는 바뀌지 않는다. 체질 자체를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꿔 유연하게 만드는 것은 일면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더불어 사업을 현장 밀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리고 문예재단 전체를 묶어내는 가치, 철학, 신념이 전제가 된다면 조직은 의미있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헌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장(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은 “제주도는 평화 예술의 성지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자원이 충만하다. 문예재단이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20년에 임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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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은 산지천 갤러리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한편, 이날 포럼은 특별 세션과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했다. 

특별 세션 주제는 ‘위드 코로나시대,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꿈꾸다’이다. 이선화 제주도문화예술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김선영 제주예총 회장,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발표하고 김수열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강태군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이 함께 토론했다.

첫 번째 세션 주제는 ‘(재단) 스무살, 새로운 만남과 모헙을 꿈꾸다’이다.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김석범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전문위원과 이승택 이사장이 발표하고 강헌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장과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가 함께 토론했다. 

두 번째 세션 주제는 ‘제주청년들, 슬기로운 문화예술을 꿈꾸다’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배효정, 문휘빈, 노현동, 이소희, 박민희, 강건, 강세운, 박주애, 이유진, 곽고은)과 이승택 이사장이 온라인(zoom)으로 함께 대화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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