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 선도프로젝트서 좌초된 '아울렛 사업' 재개, 지역상권 거센 저항 우려

2005년 4월 쇼핑아울렛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쇼핑아울렛 철회쟁취 범상인 비상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5년 4월 쇼핑아울렛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쇼핑아울렛 철회쟁취 범상인 비상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민사회의 극심한 진통을 샀던 '쇼핑아울렛' 유치 사업이 제주 최상위 법정계획에 재등장했다. 이미 수 차례 좌초된 사업을 재차 계획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국토연구원과 제주연구원 컨소시엄은 중간보고 용역보고서의 '전략별 핵심사업'에 쇼핑아울렛 조성 사업을 포함시켰다. 지역상권의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관광제주 육성을 위해 필요한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렛(Outlet)란 이월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쇼핑몰로, 해당 브랜드의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쇼핑아울렛이 제주사회에 최초 등장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통해 제시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7대 선도프로젝트에 '국내외 관광 활성화를 위한 쇼핑아울렛 설립'이 제시되면서다. 사업비 731억원을 들여 제주시 애월읍 일대 33만여㎡에 쇼핑아울렛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을 주도한 JDC와 제주도는 제주관광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쇼핑아울렛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연경관 위주의 단순관광으로는 시장 유지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었다.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랜드가 겹치지 않도록 명품 위주의 아울렛을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 등에 있어 도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지역 중소상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후폭풍은 거셌다. 기존의 지역상권은 대단위 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거대 독점자본으로 인해 지역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고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나날이 거세졌고, 반대 여론도 찬성 여론을 압도했다. 

JDC가 2005년 추진하다 무산된 쇼핑아울렛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JDC가 2005년 추진하다 무산된 쇼핑아울렛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업자 공모에도 적합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때마침 맞이한 총선 시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들이 '쇼핑아울렛 유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쇼핑아울렛 사업계획은 3년간 극심한 진통만을 겪다가 2005년 결국 유보됐다.

잠시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쇼핑아울렛 계획은 2011년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도 '제주형 프리미엄아울렛'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랜드마크형 복합리조트' 내에 들어서는 것으로 우회 설계되면서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인 것은 기존 상권의 브랜드와 겹치지 않도록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겠다는 나름의 계획이었다.

민선5기 제주도정도 강한 의지를 지닌 채 아울렛 유치에 힘을 보탰다. 2011년 제주발전연구원은 프리미엄아울렛 유치 및 운영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고, 2012년에는 프리미엄아울렛 추진 TF팀이 구성되기도 했다. TF팀은 이 아울렛이 변두리가 아닌 도심에 위치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주시청사 이전이 무산된 시민복지타운 부지가 언급되기도 했다.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제주도는 민자 유치로 프리미엄아울렛을 추진하기도 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4년 제주개발공사 등 공공기관과의 업무협의 결과 아울렛 유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에 2015년에는 민간자본으로 도심형 프리미엄아울렛 추진을 결정했다.

실제 2016년에는 롯데백화점에서 도심형 아울렛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상권과 협의를 추진했으나, 사업부지가 협소하고 보상비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 차례 큰 고배를 마셨음에도 쇼핑아울렛 사업은 제3차 국제자유도시계획에도 다시 등장했다. 용역진의 의지와는 달리 사업계획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지역상권의 거센 저항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신화월드 내 프리미엄아울렛 조성 사업과 관련해서도 중소상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물리적인 거리로 수십km가 떨어져 있음에도 제주시내권 지역 상인들이 단합해 한 목소리로 아울렛 유치를 반대했다. 상인들은 거리로 나서 아울렛 조성에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전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JDC를 위시한 공공기관이 컨트롤하는 대규모 쇼핑아울렛 조성계획이 가시화될 경우 거센 저항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연구용역 담당자인 조판기 국토연구원 연구실장은 "이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서 아예 진전이 없는 사업도 있다. 쇼핑아울렛 사업은 그중 하나"라며 "다만 평가단의 대다수는 '언젠가는 제주에 아울렛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제외시킬거면 영원히 추진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실장은 "결국은 아울렛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금 단계에서는 일단 넣어놨다. 용역 중간보고와 최종보고,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논의하고 '절대 안된다'고 하면 뺄 사업은 빼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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