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69) fiance·fiancee 약혼자·약혼녀

fiance/fiancee [fìːaːnséi, fiάːnsei] n. 약혼자/약혼녀
두갓 날에 부쳐
(부부의 날에 부쳐)

fiance/fiancee에서의 fi-는 “믿음/신뢰(=trust)”의 뜻을 갖는다. 이 fi(d)-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fident “확신(確信)하는”, diffident “자신 없는”, fidelity “충실성(忠實性)” 등이 있다. fiance/fiancee의 어원적 의미는 “믿음을 약속한 사람”인데, 여기서의 믿음은 무조건적인(unconditional) 것이다. 이성적으로(rationally) 믿을만해야 믿겠다는 조건적(conditional) 믿음이 아니라, 믿을만하지 않더라도 아플 때나 슬플 때나 굳게 믿겠다는 무조건적 믿음인 것이다. 

We make a mistake when we think that the only two people marry. We say, “The two shall become one.” That’s fine, but the trouble is that four people marry, and sometimes things get crowded around the house. There are the two adults, and there are the two children of the past. It is perfectly all right as long as the adults are running things. But home is where we relax, where we let ourselves go and become again those little children of the past. Pretty soon that hidden inner child of the husband or of the wife wants to run the home, and that’s when things get interesting. When all four start acting according to their differing family backgrounds, the fun really begins!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다. 우리는 흔히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네 사람이 결혼을 하며, 그로 인해 집안이 종종 시끄러워진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어른 두 사람과 그 두 어른의 과거인 두 아이가 있다. 두 어른이 집안을 이끌어 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집은 우리가 편히 쉬게 되는 곳이고, 긴장을 풀어버리면서 다시 과거의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되는 곳이다. 그러면서 이내 남편과 아내의 내면에 숨어있던 두 아이가 나와 서로 자기가 집안을 이끌어가려 하게 되고, 그때부터 집안일들이 재미있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네 사람이 서로가 다른 성장배경에서 나오는 행동을 하게 되면서 진짜 웃기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 D. A. Seamands의 ‘The Hidden Child in Us All’ 중에서

이 세상 모든 부부싸움(quarrel between husband and wife)에는 한 가지 공통적 특징(something in common)이 있다. 그 싸움이란 게 말 그대로 유치(childish)하다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남편과 아내가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편과 아내의 내면에 숨어있던(hidden) 두 아이가 불쑥 나와 서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부부생활은 둘이서가 아니라 넷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듯 둘이 아니라 넷이서 살아가기 때문에 ‘참으면서 산다는 것(life of endurance)’도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우자(partner)가 된다는 건 서로의 다름(difference)을 통해 뭔가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뭔가를 배우려면 반드시 참아야 한다고들 한다. 참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때 나오는 질문이 “그럼 도대체 얼마나 더 참아야 합니까?”인데,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결(simple)하다. “배우자를 믿어야 합니다. 믿는 만큼 참을 수 있고, 믿지 못하는 만큼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촬영한 물질 가는 제주해녀 부부. 출처=서재철, 제주학아카이브.
부부의 날은 부부로서의 믿음과 참음의 삶을 ‘돌아다보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1970년대 촬영한 물질 가는 제주해녀 부부. 출처=서재철, 제주학아카이브.

그렇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부라는 관계가 그렇듯 믿음과 참음도 동반자적 관계(companionship)인 것이다. 둘(2)이 서로 결혼하여 하나(1)의 부부가 된다는 뜻으로 가정의 달 5월 중의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였지만, 그날은 ‘기념하는 날(anniversary)’이라기보다는 둘이서 사는 게 아니라 넷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면서 부부로서의 믿음과 참음의 삶을 ‘돌아다보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