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사 터 위치 재규명-국립공원 신축 불허 등 난제...道 "연구용역 추진"

제주 법정사항일운동을 기리고 법정사 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지사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의열사 전경. 법정사지 인근에 지난 2004년 건립됐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 법정사항일운동을 기리고 법정사 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지사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의열사 전경. 법정사지 인근에 지난 2004년 건립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19년 3.1운동보다도 반 년이나 앞선 무오년(戊午年, 1918년), 제주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을 기리고 이를 성역화하는 사업이 추진중에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 열린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 당시 강시백 교육의원이 서면으로 질의한 '제주 법정사 성역화 사업 추진상황'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관련 사업에 대한 애로사항을 밝혔다.

제주 법정사 성역화 사업은 2019년 10월 수립된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종합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항일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추진중인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의열사와 기념탑 등이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법정사 항일운동 참여자가 추가로 국가유공자에 등록되는 등 올해 기준 66명의 법정사 항일운동 참여자 중 39명이 포상자가 됐다. 지난 2월에는 서귀포시교육지원청과 협력해 법정사 항일운동 홍보 리플렛 2000부를 제작해 각 학교와 관공서, 공항만 등에 배부했고, 제주도인재개발원에는 관련 교육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제주 법정사항일운동을 기리기 위해 법정사 성역화 사업 과정에 세워진 상징탑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법정사항일운동을 기리기 위해 법정사 성역화 사업 과정에 세워진 상징탑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반면,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복원 사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우선 법정사 사역(寺域)에 대한 명확한 위치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귀포시 도순동 및 하원동 일대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는 지난 2003년 11월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됐고, 이후 위패봉안소와 관리사, 상징탑 등이 조성됐다.

다만, 유적지와 항일운동 발상지의 위치가 떨어져 있다는 일부 학계의 의견에 따라 법정사 터를 비롯해 주변 사찰에 대한 매장문화재 조사 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올해 본예산에 관련 예산 1억원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어려움도 표출했다.

또 지난해 10월 법정사 내 위패가 봉안된 '의열사'와 '기념탑'이 현충시설로 지정됐지만, '보훈업무 시행지침' 상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현충시설일 경우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기념관 건립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법정사 터의 위치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건축행위가 제한된 곳이라는 점에 있어 건물 신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발 약 700m 고지에 있는 법정악 능선의 경우 국토계획법 상 개발행위 허가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한편, 제주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보다 5개월 앞선 1918년 10월 법정사 일원에서 일어난 항일운동이다. 당시 법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 주민 등 총 700여명이 일본인의 축출과 국권회복을 주장하며 일으킨 제주도내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자,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기도 하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단순한 종교적 차원의 운동이 아닌 일제의 경제적 침탈에 대해 제주도민의 국권회복 운동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었고, 더 넓게는 민족 항일 의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선구적 역할로 평가받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법정사에 대한 용역을 통해 법정사 터 발굴을 진행하고, 건축물 신축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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