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집 서울대 객원교수, 스마트 이벨리포럼서 ‘적극적 추진력’ 역설

 

“제주에서 대형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울 기회는 이미 늦었다.”

“제주 카본프리아일랜드를 개념이나 말로만 이끌어서는 안된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희집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에너아이디어 대표)는 냉정하게 제주 재생에너지 사업의 현 상황을 꼬집었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라·경상·충청 등 타 지역 사례를 강조하며, 2030년을 목표로 삼은 제주 카본프리아일랜드가 구호로만 남지 않기를 당부했다.

25일 오전 7시 제주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제주 smart e-valley(스마트 이벨리) 포럼’은 김희집 교수를 강사로 초빙했다. 김 교수는 뉴욕 10년, 서울 16년 포함 미국의 다국적 경영 컨설팅 기업 ‘accenture(액센츄어)’에서 26년을 근무했다. 이후 산업부, 녹색정상위원회, 국가경제자문회의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국무조정실 규제개선 및 에너지 신소재 분과위원장 ▲전력시장 개편위원회 실시간시장 설계 위원회 위원 ▲산업부 제9차 전력수급계획위원회 위원, 제14차 가스수급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정부 에너지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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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 스마트 이벨리 포럼에 강사로 나선 김희집 교수. ⓒ제주의소리

김 교수는 인류 최대 산업인 에너지 산업이 최근 들어 큰 지각 변동을 겪는다고 바라봤다. 그 이유는 바로 기후 변화. 어쩔 수 없이 탈 탄소와 탄소 중립이 요구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기화·수소의 등장, 그리고 관련 기술 역시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 사례를 봐도 이미 탄소 배출에 있어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 100% 청정에너지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08년 10%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10년 만에 30% 수준 가까이 끌어올렸다. 덴마크는 현재 8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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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인 김희집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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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배경은 고도화되는 기술 덕분이다. 태양열, 풍력, 배터리 가격 모두 가파르게 내려가는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와 비례한다.

김 교수는 특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에너지 산업 전체, 그리고 세계 경제 패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화석 연료보다 재생 에너지에 무게가 실리고, 자원 국가 대신 기술 국가, 기존 에너지 대기업 대신 혁신 기업, 에너지 독과점 대신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산업의 흐름을 짚었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원자력,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방향은 동일하다. 가장 최근 수립된 ‘제9차 전략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석탄 발전은 설비 용량이 줄어들지만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은 늘어난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는 2020년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무려 57.7GW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LNG발전도 2034년까지 17.8GW 늘린다는 목표지만, 9차 기본계획을 세운 지난해 12월과 비교할 때 벌써부터 LNG발전 증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력 시장 개편 ▲지역주도 에너지 시스템 실현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최소화 ▲차기 전력시장 도입 위한 시장제도 개편위원회 재구성 같은 제도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라남도를 필두로 한 비수도권 지역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주목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새만금 수상태양광(300MW), 당진 초락도리 태양광(238MW), 영광 육상 태양광(100MW), 해남 솔라시도 육상 태양광(98MW) 등이 꼽힌다. 풍력발전 역시 신안, 태안, 여수, 삼척 등이 잇달아 추진 중이다.

김 교수는 “특히 전라남도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보면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과는 스케일에서 비교가 안된다. 전기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신청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매달 200~300MW급 재생에너지 사업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2034년 목표 설비용량을 1817MW로 잡아놨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 확정 설비용량이 1802MW까지 차버렸다. 신규 필요설비 용량이 17MW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간단히 요약하면 제주에는 더 이상 전력 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카본프리아일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제주도정의 냉정하고 철저한 현실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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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교수의 강의. ⓒ제주의소리

김 교수는 “제주 카본프리아일랜드를 위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면 늦었다. 개념이나 말로만 이끌어서는 안된다. 가슴 아프겠지만 분발해야 한다”면서 “대정 풍력 사업도 의지가 있었다면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야 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가 생기면 배후 산업 단지가 따라온다. 대정 풍력 사업이 정상 추진됐다면 산업단지는 충분히 현실화 됐을 것이다. 아마도 재생에너지 배후 산업 단지는 전라남도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이미 늦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주도가 에너지 산업에 의지가 남아있다면 도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를 맡던, 에너지공사에 권한을 부여하든 움직여야 한다. 투자를 기대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제주 안에서 있어야 한다. 여러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형 실리콘밸리 구축을 위한 제33차 제주 스마트 이벨리 포럼'은 (사)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주최하고 제주 스마트 이벨리 포럼 운영위원회, 한국엔지니어연합회제주가 주관한다. 유튜브 채널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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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차 제주 스마트 이벨리 포럼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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