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①] 천미천 정비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도외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질·생태·경관적 특징을 갖고 있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져, 물이 스며드는 특성과 급경사로 인해 하천의 물이 급속도로 바다로 흘러가버려 도외지역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없지만, 용암암반 위에 형성된 수많은 소(沼)가 오아시스처럼 수없이 흩어져있다. 

또한, 도외지역의 강처럼 수변 지역이 수생식물대가 아닌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으로 형성돼 기나긴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독특한 제주의 하천은 그동안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원형이 무참히 훼손됐다. 특히, 제주도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인 천미천은 대표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천정비사업에 의해 파괴됐지만 최근 또다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난 하천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도당국은 토건중심의 하천정비사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천미천을 중심으로 하되 더불어 제주도 하천정비의 전반적인 문제점도 돌아보고자 한다. 기고는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의 순으로 6회에 걸쳐 싣는다. 

고병련 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87년 수질 개선에 중점을 둔 오염하천 정화사업을 시작으로 2002년 자연형 하천복원에 중점을 둔 하천복원 사업으로 전환해 하천을 관리해 오다가 2009년부터 수생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초점을 둔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 환경부는 수질오염, 건천화, 복개, 직강화, 구조물설치 등에 의해 훼손된 하천의 수생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물 환경보전법 제27조의 2에 따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생태하천복원사업』에 대해 사업계획 수립 시 유의사항, 지방보조금의 지원 대상·범위 및 절차와 사후관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 자연성 회복을 위한 생태하천복원사업 업무추진 지침을 개정(12차)했다.

‘수생생태계’란 공공수역과 이에 영향을 주는 수변 지역의 식물.동물 및 미생물 군집들과 무생물 환경이 기능적인 단위로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인 복합체를 말한다. 여기에는 수생생태계의 건강성과 연속성이 요구된다. ‘수생생태계 건강성’이란 수생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물리적.화학적.생물적 요소들이 최적으로 유지돼 온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수생생태계 연속성’이란 공공수역의 상류와 하류 간 또는 공공수역과 수변 지역 간에 물, 토양 등 물질의 순환이 원활하고 생물의 이동이 자연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수질이 오염되거나 생물 서식 환경이 훼손 또는 교란된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사업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제주의 하천은 어떤 상태인지, 생태하천으로서의 기능과 복원은 어디까지 왔는지 뒤돌아보고 제주도의 하천인 경우 생태하천복원을 위해 수생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수생생태계 복원 효과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제주하천의 발달특성을 보면 제주도의 지형 특성으로 하천은 한라산의 영향으로 남북방향인 제주와 서귀포 지역에 집중된 방사선 형태로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대정과 성산지역인 동서 방향에는 하천 형성보다는 오름이나 동굴, 곶자왈이 발달되어 있어 하천을 찾아보기 귀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주 섬에서 가장 긴 하천이며 제주의 대표성을 갖는 하천인 천미천이 흐르고 있다. 또한, 제주의 하천이 육지부 하천과 확연한 차이점은 그림1과 같이 하상이 해안가까지 암상으로 되어 있는 하천이 대부분으로 강우 시 경사진 계곡의 기반암 위로 물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림 1. 암으로 형성된 제주하천의 하상(한천)

천미천은 흙붉은오름에서부터 한라산 1100m 이상 지점인 돌오름, 어후오름, 물장올 등지에서 발원해 제주시 동남부지대, 조천읍, 구좌읍, 표선면, 성산읍에 걸쳐 흐르다가 표선면 하천리 해안에서 바다와 만나는 총 길이 25.7km로 도내 143개 하천 중에서 가장 길다. 또한 60여 개의 지류를 갖는 하천 차수가 6차까지 나타나는 복잡한 하천이다. 천미천의 하계망은 나뭇가지 모양의 수지상으로 지류가 많이 발달한 수계상을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둘러싼 하천 하계망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하천형태가 계속 진화되고 있는 뱀 모양의 사행천으로 유・청년기에 해당하는 하천이라 할 수 있다. 

천미천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지역의 하천에 비해 비가 많이 내리는 유역으로 크고 작은 소(沼,웅덩이)의 발달이 활발한 특성이 있다. 이런 하천의 특성으로 하천 하류가 시작되는 성읍에서부터 하천이 끝나는 하천리까지 상습적인 하천범람으로 여러 차례 하천정비를 하면서 중・하류 지역에서 하천이 변형되거나 하상이 파괴됐다. 이런 파괴는 천미천만이 아니라 제주의 하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홍수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하천정비로 하천 하상의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하천들은 많이 파괴되고 있다.

이런 파괴는 제주 전역의 모든 하천에서 자행되고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홍수방지를 위한 정비가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한 하천파괴가 가중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천정비는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 등 하천에 무성했던 다양한 식생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하상에서 채취한 암석으로 하천 사면을 석축 쌓기로 감싸면서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하천은 점차 인공사면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런 하천정비가 하천의 자연성 차원에서 그리고 홍수 예방이라는 치수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림 2. 최근에 파괴된 하천 하상과 석축 쌓기(한천 오라내-오라동주민센터 부근)

이처럼 제주의 하천은 파괴가 가중되면서 하천 변형으로 인해 자연적인 모습에서 점차 멀어져 하천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 제주하천은 하천 개수로 얻을 수 있었던 이득에 비해 지나친 파괴와 과도한 변형 등 하천의 자연성을 훼손함으로써 하천을 토대로 살아가는 식생과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자정 능력이 약화해 하천 본연의 생명력 상실로 인한 우리와 미래세대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가치를 상실시키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천정비는 그림3과 같이 하도(물길)의 직강화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하류의 홍수 가중과 생태계의 서식처 교란, 서식처 간 연결성 상실로 생물서식처의 질적 저하와 생태계 다양성 감소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3 하천 개수에 의해 직강화된 하천(금성천 하류)

지금 우리는 제주의 하천은 건천이라는 이유로 제주만의 하천이 갖는 특성을 왜곡하고 하천 생태계를 무시한 단순히 치수적 관점에서 하천을 파괴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연성 회복을 위한 하천의 자생력보다 인위적으로 치수적 하천정비만 치중해 하천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제주의 하천이 주는 독특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제주하천이 자연성을 잃게 되면 자연적인 하천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잃게 되어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시급히 제주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하천정비로 전환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제주하천의 문제점을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제주하천의 특성이 복원하는 회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천 하상의 암반 파괴식 하천정비는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제주하천의 특징은 육지부 하천과 달리 폭포와 계곡이 발달하고 하상은 해안까지 암반으로 형성된 제주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제주만이 갖는 독특한 하천 경관은 제주 섬이 자랑할 수 있는 자연자원으로 반드시 보전돼야 하지만 현실은 도시화와 홍수범람, 침수 예방 차원에서 치수에 치중한 하천 정비로 많은 하상 암반을 파괴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천(오라천)과 천미천에서 무분별한 파괴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하천정비는 제주만이 갖는 하천의 자연성을 영구히 훼손하는 것으로 제주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고 있다.

하천의 하상파괴는 하천의 직강화를 초래하고 하류의 하천범람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 예로 한천에서 2007년 태풍 나리 내습 당시 하천이 범람하면서 4명이 숨지고 차량 200여 대가 폭우에 떠밀리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 수십여 채도 침수 피해를 봤다.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때에도 차량 침수피해 등이 발생해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큰 유실위험 재해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도 하천 하상파괴와 이로 인한 하천 직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하천 하상의 암반 파괴와 하천의 직강화는 하류의 홍수피해를 더욱 가중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하상의 암반 파괴는 하천의 물을 저류할 수 있는 기능 상실로 소(웅덩이)가 파괴되어 물 보관 창고가 사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지반 교란이 가중되어 지하수 함양량 감소라는 지하수 장애를 유발하며 물을 근거로 살아가는 식물과 동물들의 생존에 위협이 돼 생태계를 교란하게 된다. 

또한, 소의 파괴로 하천의 기능 중 하나인 습도조정 기능 상실로 열섬화를 가중시켜 기후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국지적 기후변화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하천의 홍수 유출 시 하상에 노출된 토사가 유출돼 해안조간대의 오탁물 증가로 탁수오염이라는 2차 오염으로 조간대의 어폐류 등의 감소라는 심각한 해안생태계의 파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그림 4)

그림4 하천의 직강화와 하상파괴로 인한 유속과 토사 유출량 가중
(종합운동장 e-편한 APT 옆 병문천)

하천에서의 암반의 기능은 그림5와 같이 하천 자정작용의 강화이다. 대부분의 제주 하천은 건천이지만 강우 시 하천유출과정에서 암반의 폭기(공기 공급) 기능으로 물에 산소를 주입해 건강한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하며, 해안유출 이후에 웅덩이 등에 저류되는 하천 내 물을 맑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만약 하천 암반 제거로 이 기능이 깨진다면 자정작용이 상실돼 하천의 계곡과 함께 폭포, 하천의 절경이 사라지게 돼 제주만이 내세울 수 있는 하천 비경은 옛 사진 속에서만 볼 수밖에 없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가 내세우는 생태관광자원의 소멸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도 발생할 것이다.

그림 5. 제주하천에서 암반에 의한 폭기작용(병문천 중류)

하천에서의 생태계는 살아 있는 생명체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수변 지역의 식물.동물 및 미생물 군집들과 제주만이 갖는 하천 하상의 암반이라는 무생물 환경이 기능적인 단위로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인 복합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하천의 암반 보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중립 차원에서 생태계를 윤택하게 해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이 강화돼 기후위기를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생태적 관광적 자연자원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천 하상의 암반 파괴식 하천정비는 더 늦기 전에 전면 중단돼야 한다. 

하천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하천의 하상파괴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하천정비 공사를 위해서는 부분적인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과연 하천정비 공사를 위해 하천 암반을 제거해야만 공사가 되는 건지 이해가 어렵다. 이는 하천을 관리하는 제주도의 직무유기로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묵과하고 지나치는 하천정비를 빙자한 하상의 암반 파괴는 하천의 자연성을 무참히 무너뜨리는 묵시적 범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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