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0) 노동자로서 임금체불에 대응하는 방법

임금은 노동자에게 있어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법은 각종 임금보호 법제도를 설정하고 있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지방노동관서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 혹은 고소할 수 있고 사건이 접수되면 사법경찰관인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조사하여 해결을 도모한다. 최근 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했다가 겪은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이 임금체불 상황에 놓여 다급히 노동부의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노동부에서 겪은 황당한 사연

지인을 통해서 상담이 들어온 것은 얼마 전이었다. 내담자는 코로나로 휴업이 반복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1년간 버티다가 퇴사했다. 20대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꽤나 오래 일한 30대 초반의 노동자였다. 오랜 기간 친하게 지냈던 사장은 퇴사를 하면서 그간 밀린 최저임금지급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자 돌연 태도를 바꾸었다. 휴업기간 중의 삭감된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관련법에 따라 수입이 급감된 휴업기간을 제외하고 퇴직금을 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사장과의 협의가 되지 않자 결국 노동부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동부에 가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조사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그간 근무일지나 기록에 대한 증거가 당장 떠오르지 않았고, 사장은 줄 돈이 없으니 임금지급 대신 벌금을 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감독관은 근무시간에 대한 증명도 없고, 당사자 간 합의도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임금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당사자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은 퇴직금이라도 받으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서는 현재 제출한 진정서를 취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당사자는 조금 더 알아보고 나중에 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오늘 취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퇴직금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취하서 작성안하는 걸로 알겠다. 취하서 작성 안하는 것 맞죠?’라며 다그치듯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당사자는 임금체불을 신고하러 갔다가 진정 취하서를 작성하고 나왔다. 진정취하서에는 “임금체불에 대하여 다시는 진정, 고소를 제기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사용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임금을 체불했다고 사장을 신고했는데, 임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사장만 용서하고 나온 꼴이 된 것이다. 

임금이 체불된 경우 “노동부에 신고한다”는 내용은 알지만, 실제로 신고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경우에는 잘 알 수 없다. 출처=오마이뉴스.
임금이 체불된 경우 “노동부에 신고한다”는 내용은 알지만, 실제로 신고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경우에는 잘 알 수 없다. 출처=오마이뉴스.

위 사례에서 여러 가지 부분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근로감독관이 잘못 표현했거나 법률용어나 진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가 근로감독관의 대화 내용을 잘 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임금체불이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는 데 취하서를 작성함으로 인해서 사장은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 졌고, 노동자는 이제 더 이상 노동부의 문을 두드릴 수 없게 되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감독관은 민원인을 친절히 대하고 근로조건의 실태를 파악하여 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제4조), 임금체불이 발생한 경우에 신속히 청산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제27조), 임금체불은 ‘反의사 不벌죄’로서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이다. 이는 처벌에 대한 결정권한을 체불당사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신속한 체불임금청산을 위해 도입되었다. 위와 같이 사장이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뻐기는 상황이라면 당사자가 취하서를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관이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말렸어야 했다. 

앞 선 사례는 극단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상담소에 많은 내담자가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을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동부의 임금체불 진정 처리과정

임금이 체불된 경우 “노동부에 신고한다”는 내용은 알지만, 실제로 신고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경우에는 잘 알 수 없다. 아래에서는 임금체불시 진정사건 처리과정을 안내하고 유의할 사항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체불임금 진정 처리절차. 출처=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임금을 정해진 날짜에 전액직접 지급받지 못한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된다. 퇴사를 하는 노동자가 14일이 지나도 퇴직금등 금품을 청산 받지 못한 경우에도 임금체불에 해당된다. 임금에는 기본급 이외에 시간외 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연차수당, 휴업수당, 퇴직금 등 일체의 금품을 포함한다. 

임금이 체불되면 노동자는 노동부에 ‘진정’제도를 통해 구제절차를 진행 할 수 있다. 고소를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절차는 진정제도와 유사하다. 사건이 노동부에 접수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사건 번호와 진정내용, 담당 조사관 등이 명시된 문자를 받게 된다.

담당조사관과 조율하여 조사날짜를 정하면 해당되는 날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다. 조사관이 사실관계확인을 위해 대질조사를 요구하는데 사용자와 대면하는 것이 힘든 경우 근로감독관에 이야기하여 단독조사로 진행 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근로감독관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여 해소되거나 합의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게 되면 종결절차에 들어간다. 보통 이 과정에서 체불액과 입금이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취하서 작성여부를 결정한다.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체불임금을 청산하지 않는 경우 사실관계의 조사를 통해 체불임금액을 확정하고 근로감독관은 임금을 지급할 것을 사용자에게 지시한다. 부지급된 경우 근로감독관은 노동자가 임금채권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도(제27조 제4항 제5호)해야 하고,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의 발급이다.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는 노동자의 신청으로 발급되고, 고용노동부에서 발급한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는 민사 재판의 증거가 된다.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확보하고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는 경우 변호사가 무료로 소송을 지원한다. 민사 소송비 등에 부담을 갖는 노동자의 경우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반드시 챙겨 소송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는 노동자가 발급신청서를 작성하여 받아야 한다. 사진=김경희.

이 과정까지도 임금체불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근로감독관은 사업주의 임금체불 범죄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하여 검찰에 송치한다. 여기에서 체불임금 노동자의 의사가 반영된다. 나의 노동력 제공에 대한 대가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사용자를 용서해야 할지 말지. 

임금이 체불된 경우 부득이 하게 노동부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우선 임금체불 진정과 고소 절차 시에 합의서의 작성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임금지급을 약속하며 합의서를 작성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 입금을 확인한 후 서명하거나 문구에 신경을 써 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부에 사건을 접수하기 전에 가까운 무료 노동 상담 기관을 방문하여 임금체불의 구제절차에 대하여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에서는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 도민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민주노총제주본부도 별도의 법률 지원 센터를 두고 일하는 도민을 대상으로 공인노무사 무료 노동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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