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D-1년] 제주도지사 선거, 여·야 10여명 자천타천 하마평

내년 6월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방선거의 꽃인 제주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서는 여·야에서 10명 정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제주의소리/그래픽=최윤정 기자
내년 6월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방선거의 꽃인 제주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서는 여·야에서 10명 정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제주의소리/그래픽=최윤정 기자

풀뿌리자치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한발 앞서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와 함께 정치지형을 정하는 역사적인 이벤트다.

제주에서는 제주도지사, 제주도교육감, 교육의원(5명)을 포함한 제주도의회 의원 43명 등 총 45명의 풀뿌리자치 일꾼을 뽑게 된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입법 등 정치일정상 내년 지방선거 때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내년 지방선거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제주도지사 선거다.

3년 전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의 아성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국을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이며 압승했지만 제주는 당시 ‘무소속’ 깃발로 혈혈단신 선거를 치른 원희룡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되면서 여·야는 전에 없던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도지사 후보군은 대략 10여명 정도다. 주변에 직접 출마 의지를 밝힌 정치인들도 있고, 아직은 ‘~카더라’ 수준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다만,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제3지대에서 관망하던 후보군들이 이합집산하며 변화무쌍한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김태석 전 도의회 의장(노형갑), 문대림 JDC 이사장,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한림),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김태석 전 도의회 의장(노형갑), 문대림 JDC 이사장,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한림),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제주의소리

◇ 민주, 김태석·문대림·박원철·오영훈·위성곤 출마의지…대선결과 따라 송재호도 등판?

제주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기록하는 민주당이지만 유독 제주도지사 선거만큼은 예외다.

7년 전 6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사실상 정치적 유배를 당한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59.97% 득표)에 완패했고, 3년 전에는 17개 시·도 중 14곳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지만 제주에서는 ‘무소속’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재선 도전에 나선 원 지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제주도청 청사를 접수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당내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뒤 여의도에서 내공을 키운 오영훈(제주시을), 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이 경선을 염두에 두고 활발한 물밑 행보를 보이고 있다.

3년 전 도지사선거에 나섰던 문대림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도 재도전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3선 도의원으로 지방정치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원과 박원철 의원도 경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훈 의원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대통령선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4.3 보완입법 등 의정활동에 충실하면서 지역현안과 경제 관련 정책을 구상하고 가다듬고 있다”는 말로 출마에 무게를 뒀다.

위성곤 의원도 “대선을 중심에 두고 일하고 있다. 주말이면 제주에 내려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두루두루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해보려고 한다”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동갑내기로 두 의원 모두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에, 지방의원을 거쳐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까지 닮은꼴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제주로 내려와 지역민들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지금은 국가공기업 이사장으로서 현안인 첨단과기단지,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예례휴양단지 등 멈춰있는 현안을 풀어내는데 집중하려 한다”면서 “‘현안해결사’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민들이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에둘러 재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의정(도의원·의장)과 국정(청와대 비서관) 경험 외에 자회사 포함 2천명의 직원을 둔 기업(JDC)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환경가치에 바탕을 두고 제주의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태석 전 의장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그 누구보다 제주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자부한다”며 “사람 중심 제주, 따뜻한 제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의장까지 했다”고 선을 그은 뒤 “행정의 연속성 보장 차원에서 내가 러닝메이트(행정시장)를 예고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은 “3선 도의원을 하면서 도정을 지켜봤다. 지금까지 도민들은 관료형 리더십도 경험해봤고, 낙하산 정치인 리더십도 경험해봤다. 그런데 지금 제주는 어떤가”라고 반문한 뒤 “도민들은 이제 지역밀착형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공직선거법 족쇄(벌금 90만원)를 푼 송재호 의원(제주시갑)은 “도당위원장으로서 당내 후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경선 관리자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라며 경선 참여에 다소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당에서 요청한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고 등판 가능성을 열어놨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은 “(도지사선거 관련) 말할 처지가 못 된다. 나중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문을 닫았다.

왼쪽부터 장성철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고병수 전 정의당 도당위원장,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장성철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고병수 전 정의당 도당위원장,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제주의소리

◇ 국민의힘 인물난에 장성철 또 차출?…불출마 원희룡 지사, ‘점찍은’ 제3의 인물 있나?

원희룡 지사의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내가 나서겠소’하는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을 업고 민주당을 압승하는 등 최근 정당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제주에서만큼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장성철 도당위원장의 ‘차출설’이 또 나온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도지사선거보다는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미련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위원장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도지사선거는 중앙당에서 신경 쓸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대선 준비에 올인하는 상황”이라며 “아마도 대선이 끝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라 변화무쌍할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승리하면 후보들도 줄을 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당원으로서 ‘선당후사’ 입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려 한다. 나서야 할 상황이라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방정가 일각에서는 ‘불출마’ 선언을 한 원희룡 지사가 ‘점찍은’ 인물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주목 받는 인물이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다.

오현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33회)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맡기 전 기재부의 핵심인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출신 중량급 인사에게 도지사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설(說)이 있지만, 그가 문 사장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문 사장은 원 지사와 동갑(64년생)이다.

문성유 사장은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나의 정체성을 확립해 준 제주에 내려가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지금이 그 시점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는 출마에 무게를 둔 신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정의당 고병수·고은실, 제주가치 박찬식·강경식도 거론…대선결과 따라 변화무쌍 전망

제주지역 진보진영에서도 도지사 후보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원희룡 지사가 갈등해결사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한데다, 제주사회가 각종 공공갈등으로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일단 정의당에서는 고병수 전 도당위원장이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제주시갑)에 출마했다가 패배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병과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모임’ 결성을 주도하며 정치적 재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도민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도당위원장인 고은실 제주도의회 의원(비례대표)도 당내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양당 위주의 정치를 견제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정치지형을 만들겠다며 닻을 올린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도 도지사선거에 적극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진보정당과의 연대까지 염두에 두고 선거대응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후보를 낸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과 강경식 전 제주도의회 의원의 이름 정도가 거론된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도 장성철 전 도당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말을 바꿔 탄 뒤 사실상 와해됐지만, 최근 각 시·도당 재건에 나서면서 후보자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수정당에서 3선 도의원을 지냈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허진영 전 의원이 최근 국민의당 입당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의원은 도지사선거와 도의원선거(송산·효돈·영천동) 출마 가능성 모두를 열어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부지사와 행정시장 등 원희룡 지사로부터 2번의 부름을 받은 안동우 제주시장은 “지금은 공무원으로서 시장 직을 수행하는데 충실하겠다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가에서는 원 지사가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않을 경우 독자 노선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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