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중계] 4.3특별법 전부개정안 배·보상 관련 보완입법 과제 토론회 열려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배·보상과 관련한 보완입법 방향과 과제를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제주4.3관련 단체, 제주지방변호사회, 제주지역 국회의원 송재호·오영훈·위성곤 등이 주최 주관한 ‘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입법 방향 및 과제’ 토론회가 1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4.3특별법에 따라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이 진행하는 위자료 관련 연구용역과 관련해 유족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이를 보완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제주4.3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점에 있다. 4.3특별법의 보완입법을 통해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며 “보완입법은 유족과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충실하고 완전한 내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국회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토론회는 결의의 장이다. 4.3특별법 보완입법 발의와 정부 예산 반영 결의를 다짐하는 장”이라며 “토론회 내용이 후속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자 4.3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인수 제주지방변호사회장은 “개정 법률이 실질적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구체적인 후속입법이 필요하다. 변호사회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토론회는 한국 과거사의 초석을 다지는 자리다. 우리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고 지혜를 모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위원장 역시 도의회 차원의 동참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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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입법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한 정의로운 4.3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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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부터 토론회 좌장으로 참여한 이재승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문성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고문변호사,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제주의소리

이어진 토론은 위자료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오랫동안 4.3희생자 유족들을 위한 변호에 앞장서온 문성윤 4.3유족회 고문변호사가 각각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배·보상 조항 보완입법 방향 및 과제를 주제 발표했다.

 위자료 용어, 국가책임 명확한 ‘배상’ 수정돼야

김대근 연구위원은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 ▲배·보상의 성격 및 용어 ▲지급대상 ▲배·보상액 산정 및 지급방식 ▲기타 등 네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유족간담회, 집단 심층면접(FGI) 등 면담에서 나타난 희생자와 유족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배·보상의 성격 및 용어와 관련해 “4.3특별법 개정안에 명시된 위자료에 대해 대부분 참석자는 부정적으로 배상이나 배·보상으로 수정되길 희망했다. 국가책임을 명확히 드러내는 ‘배상’ 등 용어가 사용되길 바라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급대상과 관련해서는 △사회통합과 화해를 위한 지급대상 선정 필요성 △현행 민법에 따른 상속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시급성 △유족 없는 희생자의 경우 상속인 범위의 확대 등이 의견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또 금액 산정과 배분에 대해서는 “배·보상금 규모에 대한 유족 의견은 다양했으며, 희생자 1인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해 지급하고 민법상 상속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산정기준과 규모는 최소 과거사 관련 재판 지급 규모 이상,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급의 경우 희생자 유형에 따른 금액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일한 규모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보상금 지급과 관련해선 일시·일괄 지급을 바라는 의견이 절대다수였다. 필요성과 관련해 유족 고령화가 강조됐으며, 특히 당사자와 배우자의 경우 일시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일괄 지급이 불가능한 경우 연로자 순, 희생자와 가까운 세대 순, 연금형태 등이 의견으로 제시됐으며, 순차 지급할 경우 이자가 가산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표에서 문성윤 변호사는 “4.3희생자의 경우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기간이 길었던 점,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불법행위 시점부터의 지연손해금을 따지지 않고 배상금을 정하고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2015년 4.3수형인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통해 배·보상 금액을 산정하는 것은타당하지 않다. 지연이자와 화폐가치 상승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판결 금액보다는 상향된 금액이 산정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상금 지급은 1인당 지급액을 정해서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는 현행 민법을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구관습법을 따랐을 때의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구관습법을 따를 경우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이 아닌 4.3과 관련 없는 엉뚱한 사람들이 배·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

문 변호사는 “배우자 및 직계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지급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제일 좋은 방법은 보상금 지급 당시 상속이 개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또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 “4.3 당시 출생과 입양, 사망신고 등 친권 관계가 잘못 신고되거나 제대로 된 호적이 많지 않아 혼선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관련 시행령과 규칙 등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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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한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 허상수 재경4.3유족회 공동대표, 오화선 제주4.3연구소 자료실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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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 ⓒ제주의소리

이어 이재승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좌장을 맡고 △허상수 재경4.3유족회 공동대표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오화선 4.3연구소 자료실장 △김창범 4.3유족회 상임부회장이 토론에 나섰다.

 배·보상 당연…희생자 나이 고려해 일시 지급

허상수 재경4.3유족회 공동대표는 “배·보상 금액은 지급 기준을 정함에 있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피해회복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희생자 피해배상 위자료는 1인당 2억 원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인당 2억 원은 대한민국 판사들이 상정하는 불법행위 유형 중 대형재산사고 기준금액, 영리적 불법행위 기준금액의 70%~80% 수준으로 교통사고 가중금액, 명예훼손 중대 피해 가중금액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민간인을 체계적으로 학살한 것에 대해 배상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국가가 도민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운을 뗐다. 

이어 “4.3의 완전해결이라는 표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참혹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되돌릴 수 없고, 어린 나이 비참한 삶을 살았던 기억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완전이라는 말은 부적절하다”며 “피해보상은 정의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배·보상 지급 방법에 대해선 “희생자가 대부분 고령인 데다가 생존수형인 무죄판결 받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일시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당시 마을과 집안에서 불리던 이름으로 수형인 명부에 기록된 것도 많아 감안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위자료는 국가책임이 명확히 드러난 용어의 배·보상이라는 단어로 정해져야 한다”며 “지급대상 역시 문 변호사가 말한 대로 현행 민법이 반영돼야 하며 일시지급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은 과거사 해결에 있어 하나의 기준이 돼야 한다. 배·보상액 역시 70여 년 넘게 빨갱이로 살아오며 당한 명예훼손 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또 4.3으로 피해본 분들에 대한 목숨값을 매겨 차등지급해선 안 된다. 일괄지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에는 특별재심과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조항이 한 줄도 기재돼있지 않다. 오영훈 의원이 신경써서 마련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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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발열검사를 비롯한 방역수칙에 따라 진행됐으며, 유튜브 채널과 제주의소리 [소리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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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최된 ‘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입법 방향 및 과제’ 토론회. ⓒ제주의소리

 현행 민법 바탕 상속 범위 설정…소외되는 희생자 유족 없어야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너무 많은 분이 고생하고 70여 년 아픔을 겪었지만 법 체계와 유족 소망을 다 담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큰 틀에서는 같은 마음이겠지만 법의 한계 등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보상 금액 등은 70여 년의 아픔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해져야겠지만 현장의 혼선을 고려할 때 전체 일시금 지급방식이라는 전제 속에서 지급방식과 순서 등은 행정에 맡겼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법을 바탕으로 한 상속 범위를 정하는 것이 좀 더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화선 4.3연구소 자료실장 역시 현행 민법에 따른 상속순위로 지급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등 절차를 마친 뒤 위자료 신청이 이뤄질 수 있어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국가가 4.3희생자에 대해 위자료 등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제주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던 여러 지역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소외되는 희생자와 유족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4.3유족회 상임부회장은 “배·보상 보완 입법은 민주국가에서 강조하는 인간존엄의 가치원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따라 보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배·보상 금액 및 산정기준으로 △한국전쟁 전후 방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희생자 및 유족에게 법원판결로써 지급한 위자료 총액의 평균액 △이후 국민소득 성장률과 최저임금 인상률, 물가상승률 감안 △위원회 지급결정시까지의 민법 제379조 법정이율 적용 등을 제시했다.

또 “현행 민법에는 사실상의 배우자가 상속순위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당시 호적정리의 어려운 시대상황을 감안해 희생자의 법률상 배우자로 간주해 상속인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뒤 김대근 연구위원은 “지급대상에 대한 의견이 얼마나 타당한지 고민하고 있다. 법이 가진 한계도 분명하지만, 법이 일반법이 아니라 특별법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목할 것”이라며 “제주 특수성을 담아내기 위해 원론적이지만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씀 드린다. 오늘 내주신 의견을 잘 담아가서 연구용역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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