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동 하늘길도서관 운영 주체 갈등...비대위 구성해 집단행동

 

 

제주시 용담동 공항소음피해 주민공동체의 숙원으로, 6년여 간의 준비를 거쳐 개관을 앞두고 있는 마을 내 도서관이 운영 주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운영기관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묵살돼 본래의 설립취지에 어긋났다는 주장이다.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30분 도서관 앞에서 천막시위를 갖고 "주민참여를 묵살하고 졸속으로 점철된 민간위탁 선정 하늘길도서관을 주민 품으로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제주시 용담2동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천막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용담2동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천막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비대위에는 용담2동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8개 마을회장단협의회, 23개 통장협의회, 용담2동 청년회·부녀회, 인근 학교 운영위원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마을을 대표하는 주체들이 대부분 참여한 조직이다.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은 제주시 용담3동 면적 748㎡ 부지에 지상 3층 건물로, 지난해 5월 착공해 이번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하늘길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명칭을 정한 것으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관문으로서 용담2동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개관에 앞서 지난 4월 8일부터 12일까지는 운영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거쳤다. 수탁 신청 자격은 '독서문화 향상, 문화예술 활동, 운영·지역·주민의 발전' 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한정했다. 

그 결과 A법인이 운영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주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평가 기준이 특정 단체에 유리하게 설정됐고, 해당 법인도 도서관 부지 매입부터 용역 설계, 주민간담회 등 수 많은 주민소통 기회에서도 단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제주시 용담2동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천막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용담2동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천막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비대위는 "작은도서관의 민간위탁 평가기준을 졸속으로 만들어 사업자를 선정한데 대해 주민들은 분노한다"며 "제주시는 특정단체의 선정에 유리한 기준으로 배정해 평가함으로써 평가 결과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시켰다"고 반발했다.

이어 "주민의 손으로 이룩한 숙원사업에 대해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주민 참여도 묵살한 행정기관은 주민들에 대한 희망고문식 행정을 벌이고 있다"며 "평생 공항소음에 시달리고 낙후된 문화 볼모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그나마 희망이었던 '주민공동체의 문화공간'마저 빼앗아가는 것이 주민행정 방식이냐"고 성토했다.

특히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제주시 관계자가 '지역주민들에게 운영 참여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주민들이 배제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비대위는 "잘못된 평가기준을 만든 공무원과 이를 묵인해 결재한 공무원들을 징계하고, 이 평가기준으로 선정된 사업자를 취소하라"며 "도서관 설립 취지에 맞게 공항소음대책지역 등의 주민에 대한 지원조례와 작은도서관 운영지원 조례를 반영한 민간위탁 선정을 재공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제주시는 객관적인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수탁 기관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가 없으니 이를 번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하늘길도서관의 경우 인근에서 운영되던 기적의도서관보다 규모가 크고 장서전문 관리 등을 위해 역량이 있는 법인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도서관의 규모가 큰 편이어서 조성 취지에 맞게 지역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서 분류나 프로그램 운영이 원활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이달 준공이 마치는대로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더 진행돼야 할 절차가 있어 개관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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