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89) 비목나무 (Lindera erythrocarpa Makino) -녹나무과-

내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장병들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66회 현충일입니다. 1950년 시작된 6.25전쟁으로 60만명이 넘는 군인들이 사망했고 백만에 가까운 시민이 피해를 당했습니다. 1956년 정부는 현충기념일을 정했고 그 이후 1975년 지금의 현충일로 이름을 바꾸어 그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습니다. 현충일만 되면 생각나는 나무가 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비목나무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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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로 시작하는 비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곡입니다. 이 노래는 1960년대 중반에 비무장지대 전투초소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였던 한명희가 백암산 부근에서 나무로 세워진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작사하고 장일남이 곡을 붙여 탄생한 곡입니다.

나무를 처음 접한 시기에는 이 비목나무의 꽃을 사진에 담으면서 우리의 가곡 ‘비목(碑木)’과 연관이 있는 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비목나무의 이름 유래를 찾아보니, 우리의 가곡과는 상관이 없는 나무이지만 발음이 같아 6월이 되는 호국의 달이면 생각나는 나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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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나무의 꽃은 암수 다른 나무로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 4~5월경 연한 노란빛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작은 우산모양의 꽃차례에 달립니다. 제주에서는 곶자왈이나 오름 사면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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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나무 수꽃차례. ⓒ제주의소리

비목나무의 꽃을 접사한 모습입니다. 수꽃은 6개로 갈라진 화피와 9개의 수술로 되어 있으며 암꽃은 1개의 암술로 되어 있는데 잎을 보면 마치 우리의 산철쭉의 잎을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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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나무의 수꽃차례. ⓒ제주의소리

비목나무의 껍질이 하햔 탓에 '보얀나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학명은 'Lindera'(린데)라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이름이고 속명인 'erythrocarpa'는 '붉은 열매'를 뜻하는 말로 마키노가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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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목나무는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도 특징인데 오래된 수피를 보면 껍질이 벗겨진 비목나무를 볼 수 있고, 오래 전부터 비목나무를 이용하여 나무못을 만드는데 사용됐다고 하며 일본명인 '가나꾸기노끼(金釘木)'도 나무못을 의미합니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이 되면 열매는 작은 콩알 정도의 크기로 녹색으로 익었다가 붉은색으로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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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나무의 꽃말이 '아픈 기억', '일편단심'이라고 합니다. 저도 매년 제주의 충혼묘지를 찾곤 하는데 올해는 제주국립묘지 조성 공사가 진행되면서 혼잡하고 참배객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를 대비하여 분산참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열매가 맺고 있을 비목나무를 떠올리며 선열들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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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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