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저지마을에 고미술 전시관 추진...제주 기증 중광스님 미술관도 생기나

저지예술인마을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저지예술인마을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조성 2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미완 상태인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저지예술인마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대표 갤러리 ‘가나아트’를 비롯해 도내·외 작가들이 저지예술인마을에 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의 피카소’라 불린 제주 출신 故 중광스님의 작품 120점이 제주에 오면서, 저지예술인마을에 가칭 ‘중광미술관’도 들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제주 안팎에서 활동하는 작가·갤러리가 저지예술인마을에 예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공간 마련은 신축, 기부채납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가운데 갤러리는 국내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영향력을 지닌 ‘가나아트(회장 이호재)’이다. 

가나아트는 1983년 설립한 이후 현재 ▲가나아트센터 ▲가나아트 사운즈 ▲가나아트 나인원 ▲가나아트 부산 등을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굵직한 작품들을 다뤄온, 국내 대표급 대형 갤러리로 평가받는다. 가나아트 설립자 이호재는 서울옥션 회장도 맡고 있다.

이호재 회장은 6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저지예술인마을에 고미술 전시관을 세우려고 한다”면서 “가나아트가 보유한 15~16세기 분청 작품들을 포함해 옛 공예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을 내 부지도 일찌감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아트의 제주 진출 소식에 더해, 중광스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설립도 저지예술인마을에 추진 중이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5월 28일 제395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제주출신 중광스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대표가 중광스님 작품 120점을 스님의 고향인 제주에 기증의사를 밝혔다. 작품기증 결정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좌남수 의장은 최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이중섭미술관 관련해서 이 회장과 몇 번 만남을 가졌는데, 그러던 중 중광스님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고향 제주에 중광스님 작품을 간직한 미술관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 서로 공감했다. 중광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예술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나아트가 자체 추진하는 전시관에 더해 중광스님 미술관까지 더하면, 이번 기회에 저지예술인마을이 보다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예술인마을이 조성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도민 사회 속으로 더욱 파고들도록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전 영화에도 출연했던 중광스님. 출처=오마이뉴스.
생전 영화에도 출연했던 중광스님. 출처=오마이뉴스.

본명 고창률, 중광스님은 제주 출신으로 1960년 26세 때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로 출가했다. 그리고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세간에서는 그를 “화가, 시인, 행위예술가, 도예가, 그리고 출가승려”라고 평가할 만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1997년 안그라픽스-제일제당이 선정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12선’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뉴욕 록펠러재단,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대영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법보신문은 2004년 8월 10일 특집 기사에서 “스스로를 걸레라 낮추고 행동마저 기이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스님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줄담배를 피우고 아무렇게나 꿰어찬 옷에 술과 여자문제까지, 도무지 거침이 없는 행적을 보였으므로 세간에서는 스님을 ‘그림 좀 그리는 파계승’으로만 여겼지만 어떤 이들은 그를 진정한 예술가, 종교인으로 추앙하고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제주에 기증할 중광스님 작품 120점은 도자 100점, 회화 20점이다. 중광스님은 일본에서 순회전을 열었는데 그 전시를 가나아트가 지원했고, 이후 인연을 맺어 작품 매입까지 이어졌다. 기증할 120점은 일본 전시 작품을 다수 포함한다. 중광스님은 2002년 3월 9일 타계하기 전, 마지막 전시 ‘달마전-괜히 왔다 간다’를 2000년 10월 가나아트센터에서 가진 바 있다.

중광스님의 작품. 출처=오마이뉴스.
지난 2011년 7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선보인 중광스님의 작품. 출처=오마이뉴스.
중광스님의 작품. 출처=오마이뉴스.
지난 2011년 7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선보인 중광스님의 작품. 출처=오마이뉴스.
중광스님의 작품. 출처=오마이뉴스.
생전 행위예술을 선보이는 중광스님. 출처=오마이뉴스.

이 회장은 “중광스님은 미술 교육을 받은 분도 아니고 작품 내용 역시 파격적이다. 아주 좋은 평가도 있지만, 전문 예술인이 아니기에 평가가 어색한 경우도 있다. 다만, 그 분이 아주 재미있는 작품을 남긴 사실은 분명하다”면서 “생전 한국의 피카소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중광에 대해서는 해외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광의 예술 세계를 잘 보여주는 공간을 기획하면 제주의 어떤 미술관보다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광스님 작품 기증은 좌남수 의장과 이호재 회장 간의 소통으로 물꼬를 텄다. 현재는 제주도까지 포함해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다. 전시 방법, 전시장 성격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지예술인마을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광스님이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행위예술 등 다양한 예술 족적을 남긴 만큼, 이런 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기증)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 가나아트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저지예술인마을과 연계해 기증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제주 안팎으로 4명 정도 된다”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관련한 용역을 추진하려고 한다. 애초 저지예술인마을 관련 용역을 준비했지만 기증 의사를 감안해 용역 규모를 키웠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이런 문화 자원들이 모이는 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故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일부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기증되면서 지역에 큰 화제를 모았는데, 중광스님 작품과 새로운 계획까지 잇달아 등장하면서 지역 미술계, 특히 저지예술인마을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제주현대미술관.
출처=제주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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