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터파기 현장서 지하수 추정 물 솟구쳐...제주시 “콘크리트로 응급조치 중”

제주시 중앙로사거리 일대 승강기-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 현장.

37년 논쟁 끝에 추진되는 제주시 중앙로사거리 횡단보도 설치가 복병(?)을 만나 늦어지고 있다.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터를 파던중 바닥에서 솟구친 물(水)이 문제다. 

7일 오후 제주시 중앙로사거리 ‘중앙지하상가 및 중앙사거리 보행환경 개선사업’ 현장. 중앙지하상가의 네곳 입구 중 2곳에 철재구조물이 설치돼 승강기와 에스켈레이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일부 방면에 임시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었다. 2곳 중 1곳에서는 한창 터파기 공사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다른 한쪽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이 배치돼 있다. 자세히 보니 길다란 고무관이 인근 우수관로와 연결돼 있었다. 공사 중 땅에서 물이 솟구쳐 배수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터파기를 진행하던 중 땅 속에서 지하수로 추정되는 물이 흘러나와 공사가 지연됐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고무관이 주변 우수관로와 연결돼 있다.

제주시는 지난 3월30일부터 ‘중앙지하상가 및 중앙사거리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착수했다. 

약 2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앙로사거리에 횡단보도와 함께 중앙지하상가 입구에 승강기 4개, 에스컬레이터 6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시는 응급처방으로 물이 새어 나오는 곳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물을 막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 물이 나오면 다시 콘크리트로 새는 물을 막고 있었다. 

제주시는 공사에 앞서 시추조사를 통해 공사 구간에 물이 흐른다는 사실을 확인해 차수(遮水) 공법을 고민하다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물을 막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고, 현재와 같은 공법을 도입했다.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물은 지하수로 추정될 뿐, 어디서 물이 새어 나오는지 정확한 발원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길을 찾기 위해서는 주변에 땅을 파 천연색소 등을 뿌려 물의 색을 보고 파악해야 하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는 상가와 차도, 주택 등이 밀집해 있어 공사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제주시는 공사 구간이 해수면과 높이가 비슷해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것으로만 추정하고 있다. 

긴 고무관은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물을 퍼내는 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제주시 중앙로사거리에 임시로 설치된 횡단보도.

이로 인해 당초 올해 상반기 마무리 예정이던 공사는 올해 내 완공으로 지연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제한적이라서 물길을 찾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물이 새는 곳을 막아 다른 곳으로 새는지 관찰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 안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24시간 공사해 6월중 마무리하려 했지만, 각 시간대별로 인근 주민과 상인 등의 소음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공사 시간이 제한돼 완공 시기가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시공사 측은 이날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공간이 협소해 대형장비를 투입하기 힘들어 공사에 어려움이 많다. 또 지하상가 시설 노후화 등으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어 공사 전반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최대한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로사거리 횡단보도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38년간 이어진 제주시 원도심 논쟁거리중 하나였다. 

중앙로사거리 횡단보도는 1983년 중앙지하도상가(지하상가) 설치와 함께 사라졌다.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지하상가를 이용하거나 100m 정도 떨어진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돼 장애인 등 노약자의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돼 왔다. 

제주도는 2007년 6월8일 교통시설심의를 열어 중앙로사거리 횡단보도 설치를 의결했지만, 지하상가 등 상인을 중심으로 시민 찬·반 갈등으로 번졌다. 반대 주장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지하상가로 유입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이유다. 

고희범 전 제주시장과 안동우 현 제주시장은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횡단보도와 함께 승강기,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설치하는 방향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당시 안동우 시장과 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중앙로상점가상인회는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2021년 6월까지 설치 마무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공사도중 솟구쳐나온 물로 인해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주시 중앙로사거리 일대 횡단보도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설치 조감도.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