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축산물 농약 잔류 살충제 방식 아닌 파리 천적 ‘배노랑금좀벌’ 보급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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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번데기에 기생하며 파리 유충의 부화를 막아 사멸시키는 '배노랑금좀벌' ⓒ제주의소리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고 청정 제주의 환경을 보호하면서 파리를 효과적으로 퇴치하는 방법이 있어 주목된다. 

파리 번데기에 알을 낳아 성충으로 자란 뒤 다시 번데기에 번식하는 방법으로 파리 유충을 사멸시키는 파리 천적 ‘배노랑금좀벌’이 주인공이다. 

파리 문제를 환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제주시는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파리류 구제 대책으로 천적 곤충인 배노랑금좀벌을 농가에 보급하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파리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할 경우 축산물 농약이 잔류할 우려가 있고, 살아남은 파리는 사람과 가축에게 질병을 옮김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된다. 특히 젖소는 파리 스트레스로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기도 한다.

올해 사업은 한림읍 명월리 양돈, 양계, 낙농 등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지난 6일 일부 농가에 파리 천적벌 ‘배노랑금좀벌’이 배포됐다. 

배노랑금좀벌을 통한 구제는 살충제를 매일 살포하고 도포하는 기존 방법과 다르게 파리 번데기에 알 형태로 기생된 1만5000여 마리가 들어 있는 작은 자루를 파리가 발생하는 축사 여러 곳에 걸어놓기만 하면 된다. 

배노랑금좀벌이 성충으로 자라 자루 밖으로 나오면 파리 번데기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알을 낳고, 알에서 자란 배노랑금좀벌이 다시 파리 번데기를 찾아 번식하는 순환 방식으로 파리 유충을 사멸시키게 된다.

양돈 농가를 운영하며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정병익(53) 영농조합법인 제주광평축산 대표는 올해도 사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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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영농조합법인 제주광평축산 퇴비장에 설치된 '배노랑금좀벌' 자루. 한 자루당 1만5000여 마리의 파리 천적이 들어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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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랑금좀벌 성충은 2mm 내외의 크기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제주의소리

정 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퇴비장 같은 곳에서 파리가 엄청 많이 생기는데 지난해 배노랑금좀벌을 걸어두니 90%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며 “효과가 눈에 보이니 사업이 끝나도 내 돈으로 설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올해도 신청했다”고 말했다. 

더운 여름철, 장마가 지나간 뒤 퇴비장을 비롯한 자돈사, 분만사 등 발생한 파리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천적을 이용해 퇴치하니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는 것. 

또 약 20일마다 자루를 교체해주기만 하면 돼 살충제를 뿌리고 관리하는 것보다 방법도 훨씬 간편하단다.

정 대표는 “살충제를 많이 뿌리면 환경이나 가축들에게도 안 좋잖나. 또 파리가 많이 발생하면 질병의 매개체도 되고 인근 주민들도 불쾌하니 농장으로선 파리를 줄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가들도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예전과 다르게 파리나 악취를 줄이고자 당연한 농가 의무라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배노랑금좀벌 사업은 효과가 좋으니 자부담을 일정 부분 들여 대상을 넓혀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을 토대로 제주시가 추진한 설문조사에서도 살충제 잔류 처리 등 환경적 부분서 참여 농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응답한 바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농가 선호도와 경제성, 구제 효과성 등을 종합 평가·분석하고 쾌적한 축산 사업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양, 하수 등 살충제로 인한 오염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통해 해충인 파리를 구제하는 배노랑금좀벌 배포 시범사업이 제주지역 축산농가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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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농가 자돈사에 설치된 '배노랑금좀벌' 자루. 정 대표는 자돈사를 비롯한 분만사 등 파리로 인한 가축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곳곳에 자루를 매달아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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