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원 지사 뜻 존중, 제주일정 중단"...민주, “원희룡은 되고 이재명은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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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주방문 일정을 견제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등 도외 출장이 잦은 원희룡 지사가 이재명 지사의 제주방문을 노골적으로 가로 막았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

[기사보강- 6월10일 11:10] 여권내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주행이 예상치 못한 암초로 무산됐다. 야권 대선후보 중 한명인 원희룡 지사의 노골적인 견제로 인해 일정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의 '선택적 방역'을 두고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제주도의 방역을 책임지고 계신 원 지사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 내일 예정됐던 제주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 지사는 오는 11일 제주를 찾아 제주도와 경기도, 제주도의회, 경기도의회 등 4자간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동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한 직후 제주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와 관광단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오후 5시에는 제주도내 이재명 지지모임인 '제주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 참석해 강연하는 일정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갑작스레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협약 불가 입장을 통보했고, 공무원 신분인 이재명 지사 역시 '도외 출장 명분'을 잃게 됐다. 협약 외 일정은 오롯이 개인의 정치행보로 읽힐 여지가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된 셈이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제주도를 제외한 제주도의회와 경기도, 경기도의회 3자간 협약을 맺는 방안까지 검토했고 실제 성사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원희룡 지사는 이 과정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노골적인 견제구를 날렸다. 

 원희룡 "제주 절박함 외면할텐가?" 이재명 압박 

원 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금 제주는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 중에 있다. 제주 관광객은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으며, 더불어 코로나 환자수도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은 후쿠시마 오염수 보다 당장의 제주 코로나 방역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지금이라도 협력 행사를 하자고 하니 고맙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이번 행사를 연기한 이유"라며 "이 지사와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 제주도의회 간 이번 행사가 강행된다면 제주도의 절박함을 외면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한층 더 압박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3자간 협약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이에 이 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 수백만명이 오가는 경기도의 방역 책임자로서, 하루 수천 수만에 이를 제주 입도객 중 경기도 공무방문단 10여명이 제주도 방역행정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도민안전을 책임진 제주지사의 판단과 의지는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에 대한 존중이며, 방역행정에 대한 협조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제주의 방역체계를 걱정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

우선 원 지사가 제주의 코로나19 확산세 국면에서도 외부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는 점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제주지역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각종 감염지표를 갈아치운 지난 5월이 절정이었고, 6월 들어서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 확산 속 원희룡 지사는 연일 도외 일정

이 시기에도 원 지사의 외부 활동은 매우 활발했다. 공식적인 일정만 되돌아봐도 5월 15일 서울본부서 '인공지능 활용 스마트학습 시범사업 업무협약', 16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18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45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 23일 서울 여의도 모 카페 '하우스프렌즈 블록체인 특강',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21 P4G 정상회의', 2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시도지사 초청 사회복지정책 간담회' 모두 도외 일정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8일 제주도가 주최·주관하는 부동산 정책 토론회 행사를 '굳이' 서울에서 개최했고, 지난 1일에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방안 토론회 참석을 명목으로 서울 출장에 나섰다.

원 지사가 이 지사를 상대로 "지금은 후쿠시마 오염수 보다 당장의 제주 코로나 방역이 시급하다"는 발언과 비교하면 지역 내 방역이 가장 시급했던 시기에 위에 열거된 일정들이 화급을 다툴만한 시급한 일정이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대세다.

원 지사의 이 지사를 향한 노골적인 견제는 불과 일주일 차이도 두지 않고 제주를 찾았던 또다른 여권 인사를 응대한 것과도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은 지난 5일 제주를 찾아 '제주지역 집단 면역' 방안을 논의하며 원 지사와 직접 면담을 갖기도 했다. 그 직후 김 의원은 지역 내 지지모임 출범식에 참석했다.

시기적으로도 연일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했던 이달 초와는 달리 최근 사흘간 확진자는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지사의 이같은 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희룡에 "속좁다" "쫌스럽다" 맹공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국회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원 지사가 서울 오가는 건 괜찮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상식적으로 정말 방역이 걱정되면 제주도청의 여러 행사와 본인의 정치적인 일정부터 최소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원 지사는 9일은 수십 명이 참석한 '색달 폐기물 처리시설' 기공식 행사를 진행하고, 8일에는 제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부동산 주거안정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누구는 방역 때문에 제주도에 오지 말라면서 본인은 막 바깥으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앞뒤가 다른 정치인이라고 평가하지 않겠느냐"며 "본인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방역을 핑계삼아 방사능 오염류 방류 대응 협약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여의도에서는 '너무 속좁은 행동'이라고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공무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하고 제주도에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정말 쪼잔한 행동"이라며 "정치적으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더라도 대의와 공익 앞에서 손을 맞잡는 통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 민주당 홍명환 도의원도 10일 페이스북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뻔질나게 서울을 드나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 기념행사도 서울에서 진행한다"며 "하루 3만명 관광객이 오는 제주에 6월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계공무원 몇명이 4.3추모와 경기도+경기도의회+제주도의회 3자 협약을 하러 오는 것을 오지 말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먼저 후쿠시마원전에 대해 지자체가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해놓고 이제는 공개적으로 오지말라는 '제주도 골목대장 도지사'의 쫌스런 요청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존중하겠다고 한다"면서 원 지사를 직격했다. 

홍 의원은 끝으로 "(원 지사의) 선별적 사고와 몽니, 하루이틀 겪었습니까만 참으로 특별한 경우다. 진짜 이유가 방역일까?"라며 이재명 지사에 대한 정치적 견제가 진짜 배경임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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