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투기성 부동산' 의혹 소명 집중...임대차 계약 법적근거 해석은 '분분'

지난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찾아가 '농지법 위반' 의혹 관련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 제공=오영훈 의원실
지난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찾아가 '농지법 위반' 의혹 관련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 제공=오영훈 의원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국회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제주지방정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명단에 포함된 제주시 을 지역구의 오영훈 국회의원은 강한 억울함을 표출하며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부동산 투기나 불법행위가 아닌 만큼 민주당이 내린 자진 탈당 권고 조치에 응할 수 없다는 '탈당 불복' 의사를 천명해 속이 끓기는 당도 오 의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오 의원이 받고 있는 의혹은 '농지법 위반'이다. 민주당 내 12명의 의원이 한 명단으로 묶였지만, 부동산 명의신탁이나 업무상 비밀이용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제주 현지에서조차 오 의원 소유의 농지를 '투기성 토지'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다만, '농지법 위반' 의혹은 오 의원이 앞으로 명쾌하게 해소해야 할 과제다.

오 의원 측은 문제가 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1048번지 토지는 오 의원이 직접 농사를 짓다가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라고 설명했다. 오 의원이 결혼한 1994년 이후 아내와 함께 경작을 해온 토지라는 주장이다. 

오 의원 측은 2001년도 이후에는 토지 소유주인 아버지와 공식적인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농지원부도 작성했으며, 제주감귤농업협동조합에 가입하는 등 영농에 종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주의소리]가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도 '오 의원 부부가 직접 농사를 지은 땅'이라는 점을 증언하기도 했다.

아버지 명의였던 이 토지는 오 의원이 2017년 증여받아 소유권이 넘겨졌다. 이전부터 농사를 짓던 땅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사례를 '투기성 목적'으로 보기엔 거리가 있다. 이 점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도 보다 명백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우리나라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농지의 소유 자격은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농지 소유 제한' 근거를 명시한 농지법 제6조에는 예외 조항이 담겼다.

2항 5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사람이 이농(離農)한 후에도 이농 당시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계속 소유하는 경우' 농지 소유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은 8년으로, 오 의원의 경우 8년 이상 농사를 지었기에 이 조항에 해당된다.

오 의원 측은 농지법 제23조 역시 농지 소유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해주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문에는 '질병, 징집, 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일시적으로 농업경영에 종사하지 아니하게 된 자는 농지를 임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해당 토지는 이 조항에 근거해 2018년 10월 임대차 계약을 통해 고향 지인에게 임대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 측이 제출한 농지원부. 제공=오영훈 의원실

다만, 세부적으로 파고들 경우 농지법 23조는 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해당 조항은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으로 인해 농업경영에 종사하지 못하는 사례를 명시하고 있지만, 오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시기는 2016년이었고, 토지를 증여받은 시기는 2017년 9월이었다.

즉,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공직 취임'으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 이미 국회의원 신분을 지닌 상황에서 농업경영에 종사하기 어려운 시기에 농지를 증여받은 것이다. 오 의원 측의 법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선후관계가 다르다.

이 경우 오 의원의 농지는 개인간 임대차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못할 수 있다. 오 의원 측은 "토지 임대 과정에서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농지은행에 토지를 위탁한 날짜는 올해 5월 28일이었다. 국민권익위 조사가 진행되니 위탁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사를 수행한 국민권익위도 농지 취득 과정에서 오 의원이 제출했을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 등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추정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해당 농지의 경우 오 의원 본인이 임차인 신분이었다가 토지를 (토지주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사례로, 판단하기에 따라 달리 볼 여지도 있지만, 공사에 위탁하지 않고 개인간의 임대가 이뤄졌다면 잘못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추후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붉은 선 안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오영훈 의원 소유 토지. ⓒ제주의소리
붉은 선 안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오영훈 의원 소유 토지. ⓒ제주의소리

정치인으로서의 앞길이 창창한 오 의원이 굳이 리스크를 안은 채 농지를 증여받은 것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사실상 증여가 국회의원 취임 전에 완료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상황이다. 오 의원의 동생은 2012년 아버지 명의의 토지를 증여 받았지만, 오 의원은 증여를 위한 절차를 밟는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여의치 않아 미루다 5년 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탈당 권유에 응하지 않고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실시되는 도지사 선거의 유력한 출마자로 꼽히는 오 의원은 추후 출마 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탈당 권유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도 '국민불신 해소'를 위해 극약처방 조치로 오의원을 비롯한 당 소속 12명 의원에 대해 내린 자진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가 대부분의 해당 의원들로부터 강력한 발발이 제기되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일정이 언제 종료될지도 모르고, 납득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 경우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해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행여 '투기 의혹'은 벗어낸다 하더라도 복당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당내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도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의식한 듯 오 의원도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일 민주당의 발표가 나온 이튿날인 9일, 직접 소명자료를 들고 국수본을 찾아간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오 의원은 "제 명예와 관련되기도 했지만, 제 가족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인데 국민권익위도, 당에서도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권익위의 일방적 의혹 제기에 대해 국수본은 공명정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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