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詩 한 편] (73) 매미 그리고 나 / 배우식

수직의 나무들. ⓒ김연미
수직의 나무들. ⓒ김연미

매미가 등에 붙어 애절하게 울고 있다. 

내 몸이 나무였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한쪽부터 바싹바싹 말라가는 등을 잡고 소낙비 빗소리 같은 울음으로 다급하게 내 발등 씻기고 있다. 

꼿꼿한, 
수직의 삶이 수평으로 기운다. 

-배우식, <매미 그리고 나> 전문- 

그러고 보면 시원하게 한 번 울어본 적 있었던가. 어제 먹은 저녁 밥을 다 게워내고, 위장에 남아 있는 물기도 다 올려 내고, 이러다간 우리 몸의 70프로나 된다는 수분마저 부족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 때까지 눈물을 쏟아본 적 있었던가. 소리 반, 눈물 반, 울음의 크기에 반비례하며 마지막까지 악다구니처럼 달라붙던 머릿속 잡생각이 어느 순간 다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울어본 적 있었던가. 

그렇게 울 일이 왜 없겠는가. 익숙한 것들에게서 받았던 일방적 이별통보, 경계를 무너뜨리며 불쑥불쑥 찾아오는 상실감. 잡힐 듯 가까이 있던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난데없는 거리감. 인적 끊긴 골목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슬픔의 한 가운데서 망연히 서 있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을까. 

그러나 스스로에게 조차도 낯선 감정, 확신하지도 못하는 휘발성 강한 감정에 빠지는 것은 또 얼마나 위험한가. 생존에 불리한 감정에 매몰되는 것은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곧장 도태의 길로 들어선 것이니, 우리는 애써 아닌 척 발뺌을 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지친 어깨를 기대고 ‘소낙비 빗소리 같은 울음’ 울 수 있는 나무 한그루 절실하다. 그 ‘소낙비’에 당신 발등 흥건해지면 ‘꼿꼿’했던 당신은 슬쩍 두 다리의 힘을 풀고 내 등을 쓸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범위 안에서 나는 안전하고, 당신의 ‘수직의 삶이 수평으로 기울’때까지 그렇게 매미처럼 울어보고 싶다.

김연미 시인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출신이다. 『연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바다 쪽으로 피는 꽃』,  『오래된 것들은 골목이 되어갔다』, 산문집 <비오는 날의 오후>를 펴냈다.

젊은시조문학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글만 쓰면서 먹고 살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 ‘어리숙한 농부의 농사일기’ 연재를 통해 초보 농부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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