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크루즈산업 2차 종합계획, 5년간 105억원 투입...'낙관론' 우려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크루즈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크루즈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는 2025년까지 제주항·강정항에 크루즈 400대를 유치한다는 내용의 '제주 크루즈산업 제2차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수립된 해당 계획은 제주도를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정세와 크루즈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크루즈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됐다. 2020년을 기준으로 오는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크루즈산업의 국내외 동향 △크루즈 관광객 및 기항지 산업 등 현황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조성·전문인력 양성 △크루즈산업 관련 경쟁력 강화 등 지원 방안이 담겼다.

특히 제주항을 비롯해 사실상 껍데기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된 서귀포강정크루즈항을 모항으로 개발을 위한 역량을 집중하는데 목표를 뒀다.

제주도는 크루즈산업을 분석하며 중국, 대만, 일본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고, 풍부한 관광자원과 청정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인근 국가의 크루즈 잠재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 포스트 코로나시대 크루즈산업 재편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중일 정치적 여건 변화와 크루즈 관광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관심도, 코로나19로 인한 크루즈관광 급감 등은 위협 요인으로 분석했다. 제주 남북으로 2개 터미널을 보유했지만, 인근 상업시설이 부족하고 터미널과 관광지 간 교통체계가 불편해 열악한 인프라도 약점으로 봤다.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는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해 5년간 약 105억여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크루즈산업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57억원,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11억원, 시장 다변화를 통한 산업 발전에 35억원, 크루즈산업 관리체계 확립에 5000만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5년에는 400항차의 크루즈선이 운항돼 11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700항차를 유치한다는 추가적인 목표도 세웠다.

다만, 근 5년째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는 제주도 크루즈산업의 지형이 갑자기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 사업비 6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제주도는 강정크루즈터미널에 16만톤급 크루즈선이 연간 250차례 입항해 항만수입, 민간수입 등을 합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6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2017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이른바 '한한령'이 내려지면서 중국발 크루즈선의 입항이 끊긴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018년 개항한 강정크루즈터미널에는 2019년 3월과 5월 두 차례의 크루즈만 방문했을 뿐이었다.

이후 2019년 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크루즈선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3년간 강정항에 내린 크루즈선은 단 2대였다. 터미널 운영을 위해 쏟아붓는 운영비만 연간 8억원을 넘어서는 실정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 됐다.

일련의 사태는 제주지역 자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사실상 외부 요인에 의해 산업 전반이 무너져내린 결과였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크루즈산업 5개년 계획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별다른 근거는 없다.

반면, 크루즈산업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계획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아시아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총괄하고, 아시아크루즈리더스네트워크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숙영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멈춰있지만, 크루즈 업계가 내년이나 내후년쯤이면 정상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정상화된다는 것은 코로나는 물론, 사드 조치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미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한 수요가 잠재돼 있고, 이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는 아시아 시장의 기항지로, 사드 이전에 최대 460항차가 기항했다. 정상화된다고 하면 400항차, 700항차의 계획을 잡는 것이 비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2017년 이전의 크루즈 산업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제 선정으로, 크루즈산업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크루즈 수용태세 정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에게는 재방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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