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23) 건강한 제주를 디자인하는 김명수 태반의 땅 제주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가치있는 삶 속에 지속가능한 농업이 있죠.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며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문화를 만들고, 서로의 재능과 자원을 공유해 보다 높은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맛있는 철학자이고 싶습니다.”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6차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주 농업농촌을 일궈가는 김명수 태반의 땅 제주 대표.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며 소통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지어 원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6차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더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는 등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간의 건강한 나눔과 성장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득 담아내는 김명수(53) 태반의 땅 제주 대표.

왜 맛있는 철학자여야만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가는 제주6차산업인 김명수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나 그의 철학을 엿봤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다 건강 문제로 고향 제주로 내려온 뒤 아이들을 가르치다 2001년, 친환경농법에 관심을 갖고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풍요로워질 수 있는 삶은 농업에서 시작된다고 본 그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감귤을 재배했다. 하지만 황무지 같은 땅에서의 무농약 감귤 재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고된 일이었다.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과 수많은 실패,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미래 60대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대로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지 끊임없이 고민한 김 대표는 2010년 지금의 태반의 땅 제주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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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토평동에 있는 태반의 땅 제주 '맛있는 철학자' 안내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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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철학자가 짜낸 감귤즙. 김 대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철학을 가득 담아낸 제품을 생산 중이다.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농업생산 △농산물 가공 △수출 유통 △서비스 관광 △교육 컨설팅 △문화, 예술, 나눔, 복지 등 6가지 큰 갈래를 만들어 미래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맛있는 먹거리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감사하며 소통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재능으로 함께 풍요를 만드는 순환농업 생태계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저평가된 농부와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모두가 함께하는 풍요로운 ‘팜라이프’를 만들겠다는 것.

또 농사를 지으며 쌓아온 철학을 담아 ‘맛있는 철학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왜 맛있는 철학자가 돼야 하는가’, ‘왜 순환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왜 행복한 생명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세 가지 물음에 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생산해 고객에게 건강한 맛이 주는 행복을 선사하고 공유와 나눔을 통한 가치 있는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는 모든 것들을 6차산업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원료를 직접 생산함과 동시에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농가들이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의 생산물을 수매하고, 가공을 통해 기업을 탄탄히 꾸려나간다. 더불어 체험을 통해 철학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제품 가공에 쓰이는 원료를 저품질-싼값이 아닌 고품질-비싼 값(그의 표현대로는 ‘제값’)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상품 감귤을 싼값에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고품질 감귤을 제 가격을 주고 산다.

이는 탄탄한 농업 구조를 만들어 100년 이상 가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삶의 디자인 중 하나다. 품질과 가격 모두 건강한 가치를 담아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건강한 제주농업의 시작이란다.

대신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품질 관리에도 엄격하다고 했다. ‘맛있는철학자가 짜낸 감귤즙’ 제품의 경우 물 한 방울 섞지 않아 그해 감귤 당도와 산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지만, 수치를 확인한 원료를 사용해 일정 기준 이상을 늘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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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즙 방식으로 만든 맛있는철학자 '착즙 청귤청' 제품.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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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즙청귤청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아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포장 상자를 정성스레 꾸미고 있는 모습.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또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포장 자체를 하지 않으며, 유통기간이 1년인 점을 고려해 대량생산을 해두지도 않는다. 생산 시점으로부터 1~2달 안에 소비자들이 섭취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생산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을 제공할지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착즙청귤청’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일반적인 방식인 슬라이스 청귤청이 아닌 착즙 방식을 통해 청을 담근 것.

이를 통해 청귤 특유의 씁쓸한 맛은 없애고 고유의 향은 살린 맛있는 철학이 담긴 제품을 생산 중이다.

김 대표는 “착즙 방식으로 청을 만들면 청귤이 2배 이상 들어가고, 맛과 향이 삼투압 방식으로 담그는 슬라이스 청귤청보다 좋다. 또 청귤이 많이 소비되면 친환경 농가한테는 도움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그는 국가인증 스타팜을 비롯해 △2015년 6차산업 인증, 건강식품숙성전문 지도사 자격증 취득 △2018년 ‘ISO인증’, ‘식생활 우수체험공간’ 선정, 농촌진흥청 ‘농촌교육농장’ 선정 △2019년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 선정 △2020년 ‘유통가공부문 제주도농업인상’ 수상, ‘2020 감귤품평회 동상’ 수상 등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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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의 땅 제주가 준비하고 있는 '착즙청귤청 만들기 키트'.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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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토평동 태반의 땅 제주 '맛있는철학자' 전경. ⓒ제주의소리

최근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착즙청귤 원액과 청귤 설명서, 설탕, 병, 선물상자 등이 담긴 ‘비대면 착즙청귤청 만들기 키트’도 개발 중이다. 맛과 건강을 담아낸 착즙청귤청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며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맛보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겠다는 생각이 담겼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선 한순간에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빨리 가는 것보다 오랜 걸음을 걷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농사로 수익을 벌고 가공 기반을 만든 뒤 체험이나 문화적 요소를 더한 6차산업의 길을 걷는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삶을 디자인하고 길을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디자인 과정에서 세운 목표를 이루고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등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100년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꾼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본적인 농업을 넘어 다양한 체험과 마켓, 교류 등 활동을 통해 미래를 밝혀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람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무농약 감귤을 재배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김명수 대표. 농업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에 나서는 등 끊임없는 소통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일구고 있는 그의 철학이 주목된다.

태반의 땅 제주 / 맛있는철학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로 50번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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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농사와 가공에 체험과 문화를 더하는 등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로 지속가능한 제주 농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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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팜파티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태반의 땅 제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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