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①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가야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들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제주도민들이 실제 겪어본 제주특별자치도 15년의 삶은 어땠을까. 또 외부에서 바라본 제주특별자치도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을까? 아니면 신자유주의 물결에 편승하려던 중앙정부의 ‘실험장’ 정도로 비쳐졌을까.

여하튼 분명한 점은 제주국제자유도시·제주특별자치도가 궤도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가치를 위해, 어디를 지향해야할지 좌표를 찾아내는 일은 오롯이 좋든 싫든 ‘특별자치’ 15년을 경험해본 제주도민들의 몫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첫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4일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김영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세종균형발전특별자치추진단장), 송재호 국회의원(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첫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4일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첫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4일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 제주특별자치도 15년, 성과와 한계는?

대한민국 1%, 변방에서 시도됐던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와 ‘특별자치’에 대해서는 내·외부의 시선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영배 단장은 제주에서의 ‘특별자치’ 15년에 대해 “타지 사람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자치를 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서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자세히 보니까 굉장히 문제가 많다는 걸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꿈과 비전이 법안에 제대로 담겨있지도 않고, 행정제도 틀에서도 작동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송재호 의원 역시 “제주도민들이 무엇을 바라느냐 하는 것보다 정부는 서울, 중앙의 필요에 의해 제주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식의 공학적 엔지니어링 방식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그것이 제주도민이 진짜 바라는 삶과 일치했느냐는 부분에서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영철 대표는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내걸었던 구호가 ‘개발이익 환수’와 ‘도민주체 개발’이다. 국제자유도시는 이의 연장선”이라며 “특별자치라는 것도 풀뿌리 자치가 아니라 도지사에게 외국자본을 유치해 개발을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준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진단을 토대로 ‘제주특별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처방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김영배 단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제자유도시를 통해 글로벌화 하는 게 좋은 도시, 좋은 나라라는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의 가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치, 문화·생태적 가치가 훨씬 더 시대적인 가치로 떠올랐다”면서 “국제자유도시 및 특별자치도 특별법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시대의 요구가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김 단장은 ‘특별자치’와 관련해 “풀뿌리 자치역량을 키우고, 제주도민 스스로 제주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확보하는 자치의 핵심”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제주도민들은 정말 새로운 꿈을 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송재호 의원은 “제주개발특별법 조문만 보면 그렇게 훌륭한 법안이 없다. 그런데 왜 국회에서는 1992년 12월 날치기 처리했을까. 또 그해 제주에서는 분신자살이 있을 만큼 왜 그토록 격렬히 반대했을까”라고 반문한 뒤 “제주를 특별히 개발하면 우리의 삶과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가 결국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노무현표 특별자치’가 중간에 변형이 됐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리병원 특례’를 꼽았다.

송 의원은 “특별자치를 추진할 때 국제자유도시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영리병원 특례가 도입됐는데, 풀뿌리 자치와 직접민주주의 확대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당시 토론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자치도) 수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홍영철 대표는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졌다. 중앙정부가 분권을 하더라도 지역에서는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제왕적 도지사에게 권한을 더 얹어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분권이 곧 풀뿌리 자치 실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송재호 국회의원(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영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세종균형발전특별자치추진단장),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송재호 국회의원(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영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세종균형발전특별자치추진단장),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주의소리

◇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왜 하려하는가? “가치와 목적, 지향점부터 분명히 해야”

그렇다면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 제주특별법을 어떻게 손봐야 할까. 현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별도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홍영철 대표는 제주도·도의회의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초안)에 대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혹평했다. “과거 제도개선 과정에서 미비했던 것을 조금 더 가져오는 수준으로, 현재의 문제점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국제자유도시에 대해 평가하고,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전혀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기도 했다.

송재호 의원은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가장 큰 맹점은 국제자유도시가 가고자 했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합친 ‘홍가포르’를 말했는데, 이게 뭘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게 없다. 외자유치나 잘하고 빌딩이 많은 그런 도시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공상과학 수준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제주가 갖고 있는 것, 제주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며 “지하수나 용암해수 자원을 산업화하고, 바람을 에너지로 만들고, 가능하면 외부자본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도민자본을 동원해 제주도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단장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인권의 역사’를 제주의 경쟁력을 키울 킬러콘텐츠로 꼽았다. 김 단장은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보물섬이다. 게다가 인권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요즘은 스토리텔링 시대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섬, 국적이 어디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더 구체적으로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 개념에서 ‘자유’라는 말을 배제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넣어서 새롭게 설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에 홍영철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친환경적인 국제자유도시 콘셉트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국제자유도시라는 게 일단 자본에 자유를 줘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친환경이 될 수 있느냐”며 ‘국제자유도시’ 비전의 폐기 또는 대폭적인 궤도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재호 의원은 “지금 삼다수가 석유 값보다 비싸다. 그래서 블루골드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물로 사우나하고, 농업용수로 쓰면 되느냐”라며 “제주도에서 지하수만 잘 관리해도 우리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가치 있는 것은 가치 있게 잘 쓰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JDC가 추진한 사업 중에 신화역사공원이 있다. 여기에 제주신화가 있나. 아주 나쁘게 말하면 사기”라며 “JDC는 제주의 미래산업에 주목하고 제주의 가치를 발굴해서 중앙정부와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그는 “제주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 반도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첨단과학기술단지에 100개가 넘는 기업들이 3000여명을 고용해서 만들어낸 성과다. 이게 친환경이다. 이런 부분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앙정부 분권→‘제왕적 도지사’ 탄생, 이대론 안돼 ‘분권의 분권화’ 중요

특별자치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의 분권에 따른 지역적 차원에서 ‘분권의 분권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송재호 의원은 “제주도는 회사로 치면 기획실 업무만 하라는 거다. 나머지는 풀뿌리에 충실한 대동제가 됐든, 20개 정도의 읍·면을 만들어 자치를 하든 (내년) 도지사선거 전에 특별법을 개정해 차등적 분권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제주 최대현안인 ‘제2공항’과 관련해 “지금은 공항을 새로 짓자 말자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과연 제2공항이 제주도민의 삶에 이바지 하느냐 못하느냐. 환경적이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도민의 뜻을 물어봤더니 반대가 좀 더 많이 나왔다. 이게 집약된 도민의 의견이다. 그래서 저는 이제 반대론자가 돼서 욕을 먹더라도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영철 대표는 “친환경적 국제자유도시는 있을 수 없다. 유네스코 3관왕을 자랑하는 제주도인 만큼 ‘환경수도’ 또는 ‘환경허브’에 가치를 둬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제주의 환경적 가치를 주목해 그런 방향으로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송재호 의원도 “국제자유도시는 정체가 없는 유령이다. 환경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가치를 창출하면 돈이 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에 인권·평화의 개념을 잘 활용하면 건강, 장수, 휴양의 섬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며 방향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

김영배 의원은 “제주도민의 삶의 질, 환경수도로서의 비전과 가치가 핵심 좌표가 될 것 같다. 법안의 제목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를 지원하는 행정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국무조정실 밑에 지원단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세종시나 새만금처럼 독자적인 행정조직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정과 관련해서도 “귀한 곳에 가면 귀하게 돈을 쓴다. 제주도에 입도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라며 “그렇다면 미래세대를 위해 일정부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재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주인이 주인 노릇해야 안방에 도둑이 안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며 “제주도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차등적 분권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 정치인들도 더 많이 각성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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