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지법, 피고인 한씨 3차 공판...변호인 DNA 재분석 신뢰-정액 휴지 압수수색 '증거 부동의'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한 20년 전 제주 강간사건 범인이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기소된 가운데 공판 쟁점은 정액 묻은 휴지를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를 밟았느냐와 DNA 검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 여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한씨는 지난 2001년 3월5일 서귀포시 한 가정집에 침입, 피해자 A씨를 강간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와 CCTV가 없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다만 현장에서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지에서 정액 DNA를 발견해 여러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2010년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DNA법)이 제정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동안 미제사건 1800건에 대한 재분석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제주 강간사건도 단초를 찾았다.

2019년 국과수에서 유전자 증폭 방법으로 20년 전 영하 80도 초저온 냉동고에서 보관돼 있던 정액 유전자를 재분석했고, 분석결과 동일한 유전자 DNA를 가진 피고인 한씨를 찾아냈다.

한씨는 2004년 제주를 떠났고, 2009년까지 인천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간 등 성범죄 18건 등의 범죄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육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3차 공판에서 쟁점은 유전자 DNA 재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 여부와 한씨의 정액이 묻은 휴지를 수사당국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압수수색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씨 변호인측은 국과수 DNA 재분석 결과와 경찰 압수물인 정액 묻은 휴지 증거에 대해 '부동의'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DNA 재분석을 담당한 국과수 이모 연구관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 연구관은 2001년 당시 정액 DNA 유전자 검사 결과 4가지 사항만 나왔고, 여러 용의자들이 나왔지만 범인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연구관은 "하지만 DNA법이 통과되고, 유전자 감식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재 DNA 추출로 20개 좌위로 분석할 수 있다"며 "국과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1800여건에 대해 재분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제주 강간사건의 경우 DNA 증폭을 통해 영하 80도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돼 있었고, 부패나 변질없이 제대로 있었다"며 "재분석 결과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가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대검찰청에 통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관은 "STR유전자 검사법은 다른 DNA 검사법과 달리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며 "쌍둥이가 아닐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나온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휴지에서 DNA가 검출됐고, 몇몇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아서 미제사건이 됐었다"며 "2010년 DNA법이 제정되고, 국과수에서 미제사건 1800여개를 선택해서 재분석한 결과 피고인과 DNA가 일치하다는 것을 통보했고, 서귀포서에서 수사한 결과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한 간단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도 말했지만 당시 증거물인 정액 DNA를 증폭시켜서 보관하고 있었고, 그 자료는 절대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며 "쟁점은 변호인이 제기했듯이 법리적으로 휴지를 정당하게 압수했느냐인데 사건현장에서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버린 주인없는 '무주물'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변호인이 부동의며 문제 제기한 DNA 재분석 결과와 압수수색 정당성 문제에 대해 검찰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였다.

재판부는 오는 7월12일 오후 2시30분 4차 공판을 속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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